▲ 양손에 엄지 장갑을 끼고 주루하는 삼성 박해민 ⓒ삼성 라이온즈

[스포티비뉴스=수원, 김건일 기자] 한동민(SK) 이대형 심우준(이상 kt). 이번달에만 도루를 하다가 다친 1군 선수들이다. 게다가 셋 다 남은 정규 시즌에 출전이 어려울만큼 부상 정도가 심각하다. 이대형과 한동민은 각각 무릎 십자 인대와 발목 인대가 파열 됐고, 심우준은 손가락이 부러졌다.

"도루가 위험하다"는 인식이 최근 리그 전체에 팽배하다. 뛰는 야구 열풍을 몰고 온 김경문 NC 감독마저 올 시즌엔 "선수들이 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정규 시즌 막바지를 향해가는 18일 현재 리그 도루 시도율은 5.8%로 2014년 이후 가장 적다.

지난 13일 인천 SK전에서 2회 kt 심우준이 도루하다가 다쳤을 때 김진욱 kt 감독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더그아웃 한 켠에 있던 주루용 글러브를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마치 '장갑을 착용했으면 달랐을까'하는 자세였다.

17일 kt와 경기를 앞두고 수원kt위즈파크에서 만난 박해민은 심우준의 부상을 두고 "만약 주루용 보호 장갑을 끼고 있었다면 (손가락이) 꺾이지도 않았고, 부상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해민은 2014년 넥센과 한국시리즈에서 주루하다가 손가락을 다치고 나서 주루할 때 특수 장갑을 꼈다. 지난해 삼성에서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쓰는 장갑을 공수하면서 지금의 '엄지 장갑'으로 바꿨다.

이 '엄지 장갑'은 마치 오븐 등을 구울 때 쓰는 요리 장갑과 비슷하게 생겼다. 일반 주루용 보호 글러브와 다르다. 다섯손가락이 모두 모이는 형태다. 2013년 뉴욕 양키스 외야수 브렛 가드너가 이 장갑을 처음 쓰면서 메이저리그에 보편화 됐다. 지난해 롯데 외국인 선수였던 짐 아두치는 미국에서 쓰던 장갑을 한국에 가져왔다. 현재 삼성에서 박해민과 김상수가 이 엄지 장갑을 착용한다. 박해민은 한층 과감한 주루로 2015년부터 2년 연속 도루 타이틀을 석권했다. 또 외국인 타자 로저 버나디나와 최원준 등 일부 KIA 타자들도 누상에 나가면 엄지 장갑을 장착한다.

엄지 장갑 대신 보호 글러브를 착용하는 팀 동료 김헌곤은 "박해민의 장갑이 안정성에선 확실히 좋다. 나도 착용해보려고 했는데 내 손엔 맞지 않는다. 슬라이딩할 때 조금 불편하다. 박해민처럼 빠르고 슬라이딩이 좋은 선수들에겐 잘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해민은 "(내가 끼는) 장갑은 손가락 사이를 벌어지지 않게 해주기 때문에 부상 위험이 없다. 또 무엇보다도 심리적으로 안전한 마음이 들기 때문에 조금 더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뛸 수 있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권장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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