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삼성 투수 심창민은 지난해 25세이브를 거둔 삼성의 마무리 투수였다. 하지만 2.97이던 평균 자책점이 올 시즌 4.78로 치솟았다. 

기가 막히게 잘 던지는 날도 있지만 한번에 무너지는 경기도 많다. 좋을 땐 손도 못 댈 듯하지만 안 좋을 땐 장타를 너무 쉽게 내준다. 최근 4경기 가운데 3경기에서 무실점의 퍼펙트 투구를 했지만 17일 kt전서는 0.1이닝 1피홈런 2실점을 기록했다. 한마디로 기복이 심하다. 7월엔 평균 자책점 1.46을 기록하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지만 8월 평균 자책점은 7.11로 좋지 못하다.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하게 눈에 띄는 것이 있다. 공을 던질 때 팔꿈치가 많이 내려와 있다는 것이다. 이 나쁜 투구 폼은 구위는 물론 부상 위험까지 있다는 점에서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스피드나 구위만 놓고 보면 심창민의 변화를 감지하기 어렵다. 심창민은 지난해 최고 구속 150km, 평균 146km를 찍었다.

올 시즌엔 조금 떨어졌다. 최고 149km, 평균 144km를 형성하고 있다. 미세하게 차이는 있지만 대세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볼 끝의 회전 수도 좋다. 지난해 2351rpm, 올 시즌엔 2352rpm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투구 폼에는 변화가 있었다. 릴리스 포인트가 지난해보다 9cm가 내려왔다. 팔이 내려오면 테이크백이 커지며 앞으로 끌고 나가는 동력이 떨어지게 된다. 자연스럽게 익스텐션(투구할 때 발판을 밟은 뒤 끌고 나오는 손끝까지 거리)이 짧아졌다. 지난해(1.81m) 보다 10cm나 뒤인 1.71m를 기록하고 있다.

구위에 영향이 없으니 문제없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타자에게 그만큼 여유를 안겨 주고 있다는 뜻이 된다.

A팀 전력 분석원은 "물리적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는 모르지만 10cm가 낮고 뒤에서 돌아 나온다고 하면 타자는 심창민을 상대할 때 그만큼 시간을 벌게 된다. 이건 타자에게 매우 유리한 조건이다. 올 시즌 심창민의 팔꿈치 높이는 오락가락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기복 있는 투구의 이유는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창민은 올 시즌 안정감 부분에선 합격점을 받기 힘들다. 특히 피홈런이 늘었다. 지난해 72.2이닝서 6개를 맞았지만 올 시즌 58.1이닝에서 벌써 11개를 허용했다. 스피드와 회전만으로 그의 구위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결정적 증거다.

등판 간격별 성적도 천차만별이다. 연투 때엔 오히려 2.93의 좋은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하루 휴식 후엔 6.32, 이틀 휴식 후엔 4.73으로 평균 자책점이 높아졌다. 등판 간격이 생기면 일정한 폼을 유지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짚어 봐야 할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부상 위험이다. 심창민의 릴리스 포인트가 내려왔다는 건 팔꿈치가 밑으로 떨어졌다는 걸 뜻한다. 실제로 경기 사진을 보면 차이를 보이는 것을 볼 수 있다.<사진 참조>

▲ 투구 때 심창민의 팔꿈치가 어깨와 동일 선상을 이룬 장면(위). 투구 때 심창민의 팔꿈치가 어깨 밑으로 내려 온 장면(아래) ⓒ삼성 라이온즈

사진으로 보면 심창민은 투구 때 팔꿈치 높이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난해엔 주로 어깨 높이에서 팔꿈치가 돌아 나왔다면 올 시즌엔 어깨 밑으로 처지는 경우가 많다.

어깨를 기준으로 삼는 건 부상에 대한 위험 때문이다. 팔꿈치가 어깨 위에서 있을 때 던지는 것과 밑에 있을 때 던지는 것은 다르다. 어깨 밑으로 떨어지면 팔꿈치나 어깨에 가는 부담이 가중된다. 이건 실제 공 던지는 시늉만 해 봐도 느낌이 다른 걸 알 수 있다.<자료 참조>

그림에서 알 수 있는 것 처럼 어깨 밑으로 팔꿈치가 떨어지는 투구 폼은 팔꿈치는 물론 어깨 안쪽 근육에 무리를 준다. 어깨 근윤이 보다 많이 팽창하거나 수축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재활 의학계 권위자인 한경진 박사(선수촌 병원)는 "릴리스 포인트가 떨어졌다는 건 테이크백이 커진다는 뜻이고, 이는 일단 투구 때 왼 어깨가 빨리 열리며 충분한 직선 운동(스트라이드)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되면 오른 어깨에 부담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팔이 퍼져서 나오게 되기 때문이다. 부상 방지를 위해서는 팔꿈치가 어깨 위에서 형성되고 충분한 직선 운동 후 회전 운동의 힘으로 공을 던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릴리스 포인트가 떨어졌는데 이전과 비슷한 스피드를 낸다는 건 좋은 의미가 아닐 수 있다. 원래 힘을 주던 곳이 아닌 곳에서 힘을 쓰고 있다는 뜻도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팔꿈치가 떨어지는 것과 심창민처럼 사이드암 스로 투수인 것은 다르다. 사이드암이라고 해도 릴리스 포인트로 가기 전 팔꿈치는 어깨 위로 형성되는 것이 좋다. 올 시즌 심창민이 가장 안 되는 내용이다.

심창민의 부진 원인에 대한 여러 가지 분석이 팀 내에서 나오고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떨어진 팔꿈치 문제가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심창민은 당장 올 시즌뿐 아니라 앞으로 한국 야구를 끌고 갈 재목이다. 많은 사람들의 연구와 노력이 더해질 때 더 나은 투수로 발전할 수 있다. 부상 위험이 있다는 대목에 대해선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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