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과 최항 형제의 동시 선발 출전은 지난 6월 2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경기 이후 올 시즌 두 번째였다. 최정이 종아리 근육 경련 증세로 지명 타자로, 동생 최항이 '핫코너'를 지키게 된 것이다. 형제가 2번, 3번으로 타순에서 나란히 출전한 적은 처음이었다.
당시 선발 라인업이 발표된 후 만난 최항은 형 최정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는 점에 대해 "형과 함께 뛰니까 재미있다. 막상 경기가 시작되면 내 임무에 충실해야하기 때문에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지만, 경기 전에는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고 말했다.
최항은 2번, 최정은 3번으로 출장해 제 몫을 다했다. 특히 최항은 4타수 3안타 1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형 최정은 종아리 근육 경련 증세로 경기 도중 최승준과 교체됐지만, 2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비록 팀은 5-8로 졌으나 형제가 나란히 2번-3번으로 붙어서 4안타 3타점을 합작했다.
'피는 못 속인다'고 해야할까. 리그에서 손꼽히는 타자인 최정 못지않게 동생 최항도 빼어난 타격 재능을 보였다. 올 시즌 두 번째 3안타 경기를 펼쳤다. 다만 다른 점은 있다. '우타' 최정, '좌타' 최항의 차이도 있지만 외야 담장 밖으로 타구를 보내는 힘은 최정이 더 뛰어나다.
최항도 이 점을 인정하고 자신 만의 스타일을 찾으려고 한다. 그는 "형과 비교해보면 기본적으로 파워가 다르다. 형은 '통뼈'다. 나는 가늘다. 그래서 형 스타일을 마냥 따라가려고 하지 않는다. 형을 보면서 배우면서도 나만의 스타일을 갖춰야 한다. 형과 파워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고 말한 이유다.
대전 원정을 마치고 홈 구장으로 돌아온 최항은 다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최정이 출전하지 않았다. 종아리 근육 경련 증세가 아직 남아 있어 선수 보호 차원에서 쉬게 된 것이다.최항은 1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홈경기에서 2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장해 3타수 1안타 2타점 활약을 펼치면서 팀의 6-1 승리에 이바지했다. 1회 말 무사 3루, 첫 타석부터 희생플라이로 3루 주자 노수광을 홈으로 불러들이며 타점을 올렸고, 2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내야안타를 기록하는 등 타선에서 활력소가 됐다.
'핫코너'도 큰 어려운 점 없이 지켰다. 최항은 "원래 3루 수비를 보다가 2군에서 2루 수비 연습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형 최정이 최근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대신 3루수로 나서고 있는 데 제 몫을 다하고 있다. 트레이 힐만 감독은 "최항은 제한된 기회에서도 잘 해주고 있다. 잘 친다. 생산성을 보여주고 있다. 잘 친다"면서 "수비도 안정적이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SK가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요한 시기에서 최항이 테이블세터로 나서며 팀의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고, 수비에서는 아직 몸 관리가 필요한 형 최정 대신 3루 수비를 안정적으로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