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 대표 주전 파울리뉴 ⓒ게티이미지코리아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최신 스포츠카를 팔고 중국산 중고차를 사다니!” 얼마 전  FC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가 브라질 미드필더 파울리뉴 영입을 공식 발표했을 때, 구단 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에 달린 댓글 내용이다. 


최고의 스타 네이마르(25)를 2억 2,200만 유로(약 2,977억원)의 바이아웃 금애을 지불한 파리생제르맹에게 빼앗긴 뒤, 4,000만 유로(약 536억 원)를 들여 중국슈퍼리그에서 뛰고 있는 파울리뉴(29)를 영입한 것에 대한 바르사 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국내에서도 일었던 중국화 논란이, 브라질에서도 없던 것은 아니다. 중국으로 갔던 선수를 더 비싸게 재영입하는 것에 대해, 중국슈퍼리그 경기가 멀고 멀게 느껴질 스페인 축구팬들 중 납득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슈퍼리그의 최근 경향은, 과거 일본과 중동리그가 황혼기에 있던 이름값 있는 스타를 영입해 주목도를 높였던 것과 다르다. 한창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선수들을 ‘재력’으로 유혹했다. 중국 자본은 유럽 주요 리그의 팀들도 삼키고 있다. 투자 규모와 야망이 상상 이상이다.


최고의 실력을 갖췄기에 거액의 이적료와 연봉을 (유럽을 떠나 중국으로 향해 경력 단절의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유럽 시장가보다 높은 몸값을 기록하게 된다는 점에서 비용은 더 상승한다) 받은 선수들이 중국에 있다. 


▲ 파울리뉴는 광저우 중원에서 마에스트로이자 해결사로 활약했다.


#파울리뉴는 ‘선택 받은 자’…중국 이적 후 ‘최전성기’


수준 낮은 리그에서 뛰며 ‘기량이 저하된다는’ 중국화 논란을 일축하는 대목은 브라질 대표팀에 중국슈퍼리그 소속 선수들이 뛰면서 황금기를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파울리뉴는 지난해 9월 치치 감독 부임 이후 연전연승을 이어간 브라질 대표팀의 핵심 선수다. 브라질에서 대표팀의 별명은 ‘셀레상(Selecao, 선택 받은 자들, 대표팀이라는 의미)’이다. 파울리뉴는 브라질의 당당한 ‘셀레상’ 일원이다.


브라질은 지난 6월 주력 선수가 대거 소집에 빠진 호주에서의 아르헨티나와 친선전 이전까지 치치 감독 체체에서 A매치 9전 전승을 기록했다. 이중 2018년 러시아월드컵 남미예선 경기가 8차례였고, 브라질은 자동진출한 개최국 러시아 다음으로 일찍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이 공로로 치치 감독은 2017년 FIFA 시상식 ‘더 베스트’에 감독 부문 후보로 올랐다.


파울리뉴는 2016년 9월 1일 에콰도르전에 무려 2년 여 만에 브리질 대표팀에 돌아왔다. 파주의 9연승 중 주요 7경기에 선발로 뛰었다. 이 경기 중 가장 빅매치였던 아르헨티나와 라이벌전에 3-0 승리에 쐐기를 박는 골을 넣었고, 지난 3월 치른 우루과이전에는 해트트릭 원맨쇼를 펼쳐 4-1 대승을 이끌었다. 


파울리뉴는 치치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울리뉴는 과거 치치 감독이 코린치앙스를 이끌고 브라질세리에A, 코파리베르타도레스, FIFA클럽월드컵 우승을 이루던 당시의 핵심 멤버다. 이 활약을 바탕으로 브라질 대표팀에 처음 뽑혔고, 유럽 진출의 길도 열었다.


#치치호 브라질 대표팀의 숨은 에이스


치치 감독은 브라질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파울리뉴를 다시 불렀다. 그의 잠재력을 120% 끌어올렸다. 치치 감독은 4-1-2-3 포메이션(4-1-4-1 변형)으로 브라질 대표팀의 전술을 개조했는데, 네이마르 제주스 쿠치뉴가 공격을 선봉에 서고, 카제미루가 포백을 보호하며, 파울리뉴와 헤나쿠 아우구스투가 ‘2’의 자리에서 공수 연결 고리이자, 전방 침투로 상대 허를 찌르는 역할을 했다.


헤나투도 중국 베이징궈안에서 뛰는 선수다. 중국에서 뛰는 파울리뉴와 헤나투가 치치호 전술의 핵이었다. 스리톱의 전방 수비력을 커버하는 적극적인 압박, 카제미루와 공격적인 두 풀백 사이에서 공을 관리하고 운반하는 빌드업을 이끈다. 


특히, 공이 상대 지역으로 전개됐을 때  네이마르와 쿠치뉴 혹은 두 풀백이 사이드 라인으로 벌려 상대 압박의 틈을 만들면 거침 없이 치고 들어가 득점 장면을 만드는 과정에서 적극 관여한다. 이들의 경기 영향력이 매우 높다.


공격과 수비 양 면에 능해야 하고, 리더십까지 요구 받는 브라질식 ‘볼란치’의 모범 사례인 파울리뉴와 헤나투는 중국 무대 진출 이후 팀에서 전술적으로 더 큰 역할을 맡으면서 오히려 기량이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광저우의 지휘봉은 브라질을 이끌고 두 번이나 월드컵에 참가한 루이스 필리피 스콜라리 감독이 잡고 있다. 파울리뉴는 여기에 치치 감독의 전술을 만나 만개했다.


파울리뉴의 주가는 치치호의 순항과 함께 급상승했다. 바르사 외에도 바이에른뮌헨, 맨체스터시티 등이 파울리뉴 영입을 문의할 정도로 ‘중국화 논란’과 관계 없이 실력을 인정 받고 있었다. 미드필드 지역에서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있는 브라질 국가대표 주전 선수의 몸값으로 과하지 않다, 이해하기 어려운 영입도 아니다.


▲ ⓒ바르셀로나

바르사는 올시즌이 끝날 때까지는 보내줄 수 없다는 광저우의 완고한 입장에도 꾸준히 협상했고, 파울리뉴 개인의 유럽 복귀 의지와 맞물려 협상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파울리뉴는 사비를 이적료에 보태고, 연봉까지 깎으며 왔다. 바르사에 대한 충성심을 기대할 수 있는 행동이다. 우려가 아닌 박수를 받으며 환영을 받아도 모자른 판이다.


바르사도, 파울리뉴도 비판 받을 상황은 아니다. 바르사는 영입 경쟁의 승자이고, 파울리뉴는 돈 보다 야망을 택하며 다시 유럽으로 왔다. 애초 중국 진출 과정도 프리미어리그 무대 적응 과정에서의 어려움 때문이었다. 역대 브라질 선수들이 잘 적응했던 바르사에선 제2의 전성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파울리뉴, 네이마르 이적건과 관계 없는 영입


더구나 파울리뉴는 네이마르의 대안으로 온 선수가 아니다. 본래 브라질 대표팀에서처럼 뛰며 네이마르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추진하던 영입이다. 바르사의 원래 계획은 네이마르, 쿠치뉴, 파울리뉴를 모두 영입해 브라질 커넥션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바르사는 부상이 잦은 황혼기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와, 지난 시즌 주춤한 이반 라키티치만 믿기 불안해 파울리뉴를 영입했다. 다만 이들의 건재한 가운데 파울리뉴가 오면서 두 명의 세르지의 기회는 줄어들게 됐다. 


파울리뉴 영입에 대한 비판 요소라면, 그가 뛰던 무대나 기량에 대한 의심 보다 라마시아 출신 선수들의 기회가 제한된다는 점이다. 파울리뉴는 올시즌 미드필더로 뛰기로 한 세르지 로베르토의 자리에서 뛰는 선수이며, 세르지 삼페르의 입장에선 임대 이적을 고민하게 만든 거래다.


하지만, 이는 바르사의 그동안 이적시장 방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제라르드 데울로페우를 재영입하고, 데니스 수아레스를 보유하고도 쿠치뉴, 우스만 뎀벨레 등 선수들의 영입 협상이 계속되고 있다. 파울리뉴 영입건, 특히 파울리뉴 개인에 대한 조롱이나 부정적 시선은 합리적이지 않다. 부당함에 가까운 왜곡된 저평가다. 답은 결국 경기장 위에서 나온다. 파울리뉴는 실력으로 의문부호에 대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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