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버풀 vs 팰리스 전반전 포진도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윌프리드 자하의 4주 부상 소식에도 리버풀과 2017-18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2라운드 경기 명단에 이청용(29, 크리스탈팰리스)의 이름은 없었다. 0-3 완패를 당한 허더즈필드와 개막전에 이은 명단 제외다.


지난시즌부터 지속적으로 이적설이 돌았고, 이청용 본인도 더 많이 뛸 수 있는 팀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 프랑크 더부르 신임 감독 체제의 전술 구조 안에선 이청용이 입지를 다지기 더더욱 어렵다.


#더부르의 밑그림, 스리백과 비대칭 투톱


더부르 감독의 전술 기조는 스리백과 비대칭 투톱이다. 허더즈필드와 경기에선 자이로 리더발트, 스콧 단, 티모티 포수멘사가 스리백으로 섰고, 리버풀전에는 제임스 톰킨스가 리더발트 대신 센터백 라인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좌우 윙백은 두 경기 모두 파트리크 판안홀트와 조엘 워드가 맡았다. 중요한 것은 중원 구성. 이청용의 경합지이기도 하다. 루카 밀리보예비치가 포백 앞을 보호하는 역할이고, 루번 로프터스치크와 제이슨 펀천이 공수 연결 고리다. 공격은 크리스티안 벤테케가 타깃형 스트라이커, 앤드로스 타운젠드가 2선과 1선을 오간다. 허더즈필드전에는 자하가 타운젠드의 자리를 맡았다.


더부르 감독은 네덜란드 에레디비시에서 ‘강호’ 아약스를 이끌었다. 당시의 전술과 직접 비교는 크게 의미가 없다. 하위권  팰리스에선 접근법이 달라야 한다. 


더부르 감독이 구축한 스리백은 문전 안정감과 빌드업 안정감을 동시에 추구한다. 이로 인해 좌우 측면에는 윙어와 풀백 역할을 모두 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측면 미드필더가 주 포지션인 이청용이 사이드에서 주전 경쟁을 하기엔 체력과 폭발력이 부족하다.


펀천과 로프터스치크는 중앙 미드필더과 공격형 미드필더 영역, 윙백이 극한으로 전진할 때는 측면 미드필더 영역까지 커버한다. 중원에서 사방팔방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얘기다. 이 자리 역시 피지컬적인 측면에서, 이청용이 완수하기는 어렵다. 공격진의 두 자리 중 타깃이 될 수는 없다. 

▲ 팰리스 스리백과 중원 블록은 규율을 만들어 가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리버풀을 위험 지역 밖으로 몰아낸 팰리스


팰리스는 리버풀과 경기에서 워드와 판안홀드의 직선 활동범위를 대단이 높게 가져가면서, 중앙 지역의 숫자 싸움 우위에 신경 썼다. 스리백 앞에 밀리보예비치, 그의 곁에 로프터스치크와 펀천이 수세 상황에서는 항시 블록을 만들었다. 리버풀 공격은 측면으로 빠져나와 전개하거나, 배후에서 중거리 슈팅을 시도할 수 밖에 없었다.


중앙 지역이 밀집되면서 대니얼 스터리지는 자꾸 페널티 에어리어 바깥으로 밀려나왔고, 사디오 마네도 저돌적으로 커트인하기 보다 측면으로 나와 크로스 패스를 올리는 선택을 했다. 리버풀은 공격이 풀리지 않자 후반 16분 스터리지를 빼고 모하메드 살라를 투입해 제로톱으로 승부를 걸었다. 


잘 버티던 팰리스는 후반 28분경 수비형 미드필더 밀리보예비치의 수비 진영 볼 컨트롤 실수로 인해 마네에게 득점 기회를 헌납하고 말았다. 후반들어 라인을 높이고 피르미누와 살라가 두 명의 제로톱처럼 기능하던 와중에 원톱 자원으로 도미니크 솔랑키가 투입되면서 마네가 문전으로 빠져들어갈 여유를 찾았다. 그래도 밀보예비치의 실수가 없었다면 리버풀이 득점을 올리긴 어려웠을 것이다.

▲ 리버풀 vs 팰리스 후반전 주요 상황 포진도

#이청용의 현실, 2선 공격수 네 번째 옵션


선수비 후역습인 팰리스는 중원과 후방에 숫자를 많이 두고, 전방의 벤테케를 향한 롱패스와 측면 오버래핑을 통해 공격을 펼쳤다. 펀천과 로프터스치크가 때로 허를 찌르는 침투로 판을 흔들었다. 창조성은 타운젠드에게 많은 자유를 주는 것으로 만들었다. 


이청용의 특성을 보면 현 팰리스 전술 안에서는 2선 공격수 자리가 적합하다. 경기에 나서려면 자하와 타운젠드와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자하가 없어도 타운젠드가 있고, 이 자리의 세번째 옵션은 벨기에 출신으로 팰리스 아카데미에 영입된 제이슨 에옝가 로킬로가 있다. 


로킬로는 처진 스트라이커 자리가 주 포지션이다. 1998년 9월생, 아직 만 19세 생일이 되지 않은 유망주다. 팰리스는 자하와 타운젠드 다음으로 기회를 준다면 아카데미 유망주에게 줄 것이다. 


이청용은 근육 부상으로 팰리스의 아시아 투어와 프랑스 원정 경기에 불참했다. 팀의 귀중한 전술 훈련 시간을 함께 하지 못했다. 프리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샬케04와 경기에 후반 34분경 교체 투입되어 10여 분을 뛰었는데, 이청용과 교체되어 나온 선수가 로킬로였다. 


▲ 이청용은 현 전술 구조상 2선 공격 4옵션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전술 구조상 이청용은 팰리스의 2선 공격수 네 번째 옵션이다. 벤치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팰리스는 승격팀 허더즈필드에 당한 일격에도 한 수 위의 팀 리버풀을 상대로 견고한 경기를 했다. 


특히 중원 구성은 타운제드를 포함한 다이아몬드형 4인 블록의 밀도가 좋았다. 로프터스치크와 펀천으로 측면으로 나설 때 윙백이 좁히고, 좌우 측면 센터백이 간격을 조정하는 과정도 세밀했다. 리버풀전  0-1 패배로 2연패에 빠졌지만, 이번 경기는 석패였다. 더부르 감독이 선수단 운영 기조를 바꿀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부르의 팀은 전술적으로 강한 규율을 요구하고, 프리시즌 일정 대부분을 놓친 이청용이 경쟁에서 승리하기엔 더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이청용은 올시즌 팰리스의 등번호 14번을 지켰으나 로킬로의 28번 보다 빛나기 어려울 것이다. 로킬로는 두 경기 모두 벤치에 앉았고, 머지 않아 1군 데뷔전을 치르게 될 것이다. 그 모습을 경기장 밖에서 확인하기 전에, 이청용은 새 팀을 찾아야 한다.


글=한준(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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