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영표는 퀄리티 스타트 15회, 150이닝을 목표로 한다. 목표 달성에 퀄리티 스타트 5회, 18이닝이 남았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건일 기자] 버두치 리스트. '만 25세 이하 투수가 전년도 시즌에 비해 30이닝 이상을 더 던지면 이듬해 부상 또는 부진에 빠질 확률이 크다'는 이론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지난해까지 연도별로 적중률이 60%를 넘어 '투수들의 살생부'라 불린다. 

버두치 리스트가 발표된 2008년 이후 KBO 리그에도 적중 사례가 여럿 있다. 조정훈을 비롯해 이태양, 권혁(이상 한화), 고원준(두산) 금민철(넥센) 등이 대표적이다. 올 시즌 KBO 리그에 어린 투수들의 활약이 도드라지면서 버두치 리스트에 관련한 이야기와 행동이 부쩍 늘었다. 투수 출신인 김진욱 kt 감독은 "올 시즌 주권의 부진이 버두치 리스트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김진욱 NC 감독도 "어린 투수가 많이 던져선 안 된다"며 잘 던지던 구창모를 2군에 보냈다.

만 25세인 올 시즌 지난해보다 무려 80이닝을 넘게 던진 고영표는 버두치 리스트에 관련한 질문을 받자 "솔직히 신경이 쓰인다"고 대답했다.

"앞으로 계속 나아가고 싶은데, 올해만 하고 야구를 그만할 것도 아니지 않나. 과학적으로 증명된 건 아니지만 워낙 적중한 사례가 많다. 그래서 신경이 쓰인다"고 설명했다.

고영표는 올 시즌 버두치 리스트에 오른 투수 가운데 대표격이다. 지난 2015년 프로에 데뷔해 지난해까지 중간 투수로 뛴 고영표는 올 시즌 선발로 바꾸면서 많이 던지게 됐다. 개막전부터 한 차례도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아 21일 현재 133⅔이닝으로 56⅓이닝을 던진 지난 시즌보다 이닝이 무려 3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고영표는 이겨낼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아직까지 힘들지 않다. 내가 하고 싶은 게 야구인 만큼 즐기고 있다. 행복하다. 그러다보니 힘들 때 '힘들다'고 생각하기보다 '어떻게 회복할까' 고민한다. 모든 선수가 버두치 리스트에 맞아 떨어지는 건 아니다. 류현진 선배도 프로 첫 해부터 계속 많은 이닝을 던졌는데 괜찮다. 자기 관리가 중요하다. 냉정하게 관리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고영표는 "심리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주)권이처럼 말이다. 권이와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지난해 잘했기 때문에 올해 더 잘해야 한다'는 심리적인 부담을 크게 갖고 있더라. 나 역시 올해 잘하고 있으니 다음 시즌에 분명히 큰 부담감이 올 것이다. 하지만 하던대로 하면 괜찮을 것 같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주권을 두고 안타까워한 김 감독은 남은 시즌 고영표의 등판 일정을 관리할 뜻을 밝혔다. "줄 수 있다면 하루 또는 이틀을 더 쉬고 선발 등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원래 고영표는 5일 쉬고 지난 19일 수원 두산전에 등판할 차례였는데 주권이 대신 선발 등판하면서, 하루 더 쉬고 20일 두산과 2차전에 출전했다.

20일 선발 마운드에 선 고영표는 두산 타선을 6회 1아웃까지 5피안타(1피홈런) 1실점으로 틀어막고 2-1 강우 콜드 승리를 이끌어 선발 승을 챙겼다. 3연승이자 시즌 2번째 완투승이다.

하지만 고영표는 행운의 완투승에도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퀄리티 스타트 때문이다. 고영표는 아웃카운트 2개가 부족해 퀄리티 스타트에 실패했다. "완투승보다 퀄리티 스타트가 더 하고 싶었다. 아웃 카운트 2개를 더 잡고 내려왔으면 좋았을텐데"라고 아쉬워했다.

고영표는 "10승에 욕심은 전혀 없다. 원래 승리 욕심이 없다. 승리는 나 혼자 잘해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잘해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그래서 긴 이닝, 퀄리티 스타트가 욕심이 난다. 올해 목표로 세웠던 퀄리티 스타트 15회, 그리고 150이닝을 꼭 달성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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