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두산 투수 유희관은 올 시즌 위기를 맞고 있다. 좋았을 때와 그렇지 못할 때의 차이가 너무 큰 것이 문제다. 최근 3연패.

7월 이후 7번 등판에서 퀄리티 스타트를 한 것은 2차례에 불과하다. 유희관의 장점인 이닝 소화력도 최근 세 경기 연속 5이닝(20일 수원 kt전은 강우 콜드)으로 한 풀 기세가 꺾였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아무래도 유희관의 볼 배합이나 패턴 등이 노출됐기 때문 아니겠는가"라며 제자를 감쌌다. 하지만 그 것 만으로는 유희관의 오락가락투를 증명하기 어렵다.

투구 추적 시스템인 트랙맨 데이터에 의하면 유희관은 단순히 전략이 노출 돼 부진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유희관은 대표팀 선발 때 마다 화제가 되는 선수다. 130km를 넘기기 어려운 선수지만 볼 끝에 힘이 있고 제구력이 좋기 때문에 외국인 타자들에게는 낯선 유형의 투수라는 점이 추천인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패스트볼 구속은 평균 이하지만 마치 150km대 선수가 던지는 듯 한 볼 끝 움직임을 갖고 있기에 지금까지 그가 통할 수 있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결국 유희관의 투구는 볼 끝이 뒷받침이 돼야 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유희관의 투구에선 이 '볼 끝'이 사라졌다. 힘 있게 솟아 오르는(사실은 덜 떨어지는) 공이 위력을 잃은 상태다.

상단 그래픽에서 보는 것 처럼 유희관은 직구 볼 끝이 최고 57.40cm가 살아올라가는 모습을 보엿다. 투수와 포수의 가상 직선 라인 보다 훨씬 높은 곳으로 공이 꽂혔음을 뜻한다.

타자는 직구를 예상하면 어느 정도 선으로 들어올 것이라 예측하고 스윙을 한다. 하지만 유희관으 공은 늘 그 예상 보다 위를 지나가게 된다. 유희관이 지금까지 그 구속으로 버틸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최근 이 볼 끝에 문제가 생겼다.<표 참조>

지난 해와 올 시즌, 유희관의 볼 끝 무부먼트를 비교한 표다. 유희관의 지난해 최고 치 보다는 모자라지만 평균 50.29cm의 무브먼트를 보였다.

하지만 유희관이 부진에 빠진 8월엔 이 볼 끝이 살아나지 않고 있다. 수직 무브먼트가 44.16cm밖에 올라가지 않았다. 최고 치보다 13cm, 지난 해 보다는 6cm 가량 덜 살아올라가고 있다. 일반적인 투수들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이는 곧 타자의 예상 직구 타격 궤적 안으로 유희관의 공이 들어가고 있음을 뜻한다.

유희관의 스피드로 일반적인 볼 끝 움직임을 보이게 된다면 타자를 압도하기 매우 어려워진다. 스피드가 평균 2km 정도 느려진 것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유희관의 장점으로 꼽히는 볼의 회전수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2180rpm에서 2070rpm으로 110rpm이나 떨어졌다. 전략이 노출됐다기 보다 이전의 패턴에선 되던 것이 지금은 안되는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제구가 나빠진 것은 아니다. 유희관의 9이닝 당 볼넷은 지난 해 2.81에서 올 시즌 1.79로 향상됐다. 공이 몰려 난타를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 된다.

그의 주무기인 싱커는 변함없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금 덜 떨어지기는 하지만 좌우 움직임은 여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직구의 볼 끝이 살아나줘야 한다.

문제는 투구 폼에서도 찾을 수 있다. 직구만 놓고 봐도 큰 차이가 난다. 일단 릴리스 포인트가 1,63m에서 1.58m로 5cm 가량 낮아졌다. 당연히 익스텐션(투구할 때 발판을 밟은 뒤 끌고 나오는 손끝까지 거리)도 짧아졌다. 2m가 넘던 익스텐션(2.01)이 1.88m로 크게 줄어들었다.

공을 앞으로 최대한 끌고나오지 못하기 때문에 공의 볼 끝에도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또한 릴리스 포인트가 뒤에 형성되면 타자들은 유희관의 공을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게 된다. 10cm가 넘는 변화는 위험 신호다.

체력적 문제일 수도 있고 기술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일 수도 있다. 어느쪽이건 빨리 문제점을 찾아 개선해야 한다는 결론은 같다.

두산은 선발 야구를 하는 팀이다. 보우덴이 가세하며 분명 힘이 붙었다. 남은 카드는 유희관의 부활이다. 유희관이 이전같은 힘 있는 볼 끝을 앞세워 다시 날개를 펼 수 있을까. 두산의 KS 3연패 도전에 중요한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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