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롯데 투수 박진형은 6월까지 평범한 투수였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다르다. 롯데 필승조에서 없어선 안될 존재가 됐다. 8월 이후 생긴 변화다.

박진형의 6월 평균 자책점은 13.50이나 됐다. 하지만 8월엔 2.63으로 쑥 내려갔다. 8월에 나간 12경기서 실점을 한 것은 세 차례에 불과하다. 과연 2개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박진형의 직구를 살펴보면 그 변화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박진형은 지난해부터 올 6월까지 찍은 최고 구속이 147km였다. 8월 이후에도 147km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평균 구속에서는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141km 수준이던 직구 평균 구속이 3km나 오른 144km를 형성하고 있다.

선발로도 많이 나왔기 때문에 힘 조절 차원에서 이전 구속이 다소 덜 나왔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유가 무엇이건 박진형이 매우 빠른 공을 꾸준하게 던지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최고 구속과 차이도 3km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타자들로서는 더 많은 힘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단순히 구속만 빨라진 것이 아니다. 회전수도 놀라운 차이를 보이고 있다. 투구 추적 시스템인 트랙맨 데이터에 따르면 평균 2,215rpm이던 박진형의 패스트볼 회전수는 130rpm 가까이 높아진 2,342rpm을 기록하고 있다.

회전수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지만 그만큼 힘 있고 묵직한 공을 던지고 있다는 뜻이다.

릴리스 포인트가 일정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체의 움직임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대신 익스텐션(투구할 때 발판을 밟은 뒤 끌고 나오는 손끝까지 거리)는 3cm 길어졌다. 좀 더 공을 끌고 나와 던지게 됐다는 의미다. 박진형의 회전수와 볼 끝이 좋아지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다.

흔히들 박진형의 진화가 자신감에서 출발했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순서가 바뀌는 것이 옳다. 구위가 좋아졌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공을 던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는 순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박진형은 그 사이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김원형 롯데 수석 코치는 "이전까지는 너무 세게만 던지려고 하다 보니 상체가 먼저 앞으로 쏠리는 현상이 있었다. 2군을 다녀 오며 하체 위주로 던지는 법을 익히도록 했다. 하체가 안정되니 공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마운드에 오르는 재미를 느끼게 된 것 같다. 공에 대한 믿음이 있으니 자신 있는 공을 뿌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투구는 하체의 스트라이드가 이뤄지는 직선 운동 뒤에 상체의 회전 운동이 뒷받침돼 일어나는 행위다. 스트라이드가 충분히 되지 않고 하체 회전을 시작하면 제구와 볼 끝이 나빠지고 부상 위험까지 있다. 박진형은 이 스트라이드가 최대한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말을 단순하게 해서 하체 안정이지 하지 않던 폼을 익힌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박진형은 자신의 단점에 귀를 기울였고 남들보다 빠르게 새로운 폼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그 기반 위에서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열심히 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다. 마운드에서 활력이 생긴 박진형의 질주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 중심엔 하체 안정, 그리고 그 기반 위에 만들어진 묵직한 직구 볼 끝이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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