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타르리그 최고의 선수로 인정 받는 남태희 ⓒ한준 기자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2016-17시즌 카타르스타즈리그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미드필더 남태희(26)의 소속팀이 바뀌었다. 남태희는 2009년 프랑스클럽 발랑시엔에서 프로 경력을 시작했고, 2012년 레크위야로 이적하면서 카타르 생활을 시작했다. 


2011-12시즌 도중 레크위야 유니폼을 입은 남태희는 어느덧 일곱 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첫 시즌 후반기만 뛰고 10경기에서 5골을 넣은 남태희는 그동안 네 번의 카타르스타즈리그 우승(2011-12, 2013-14, 2014-15, 2016-17) 우승을 이끌었다. 2015-16시즌의 연속 우승 실패의 아쉬움을 지난시즌 25경기 14골, 프로 데뷔 후 한 시즌 최다 득점 활약으로 주도했다. 


남태희는 레크위야의 절대적인 존재다. 그런데 지난 14일 이란-우즈베키스탄과 FIFA월드컵 러시아 2018 아시아 최종예선 9-10차전 명단 발표 현장에서 남태희의 소속팀은 알두하일SC로 바뀌어 있었다.


팀명은 바뀌었으나 계약은 그대로다. 남태희는 여전히 ‘붉은 기사단’(레크위야의 애칭)  소속이다. 남태희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지쎈의 류택형 상무이사는 “기존 계약에 변화는 없다. 레크위야가 같은 지역을 연고로 하던 엘자이시와 합쳐지면서 새 이름으로 출발하게 됐다”고 전했다.


최근 축구계 투자 규모를 조정하고 있는 카타르는 스타즈리그의 일부 팀을 흡수, 합병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레크위야도 엘자이시와 알두하일 지역을 대표하는 한 팀이 됐다. 레크위야 측 관계자는 “합쳐진 게 아니라 엘자이시가 사라진 것이다. 레크위야의 영광은 계속된다”고 했다. 두 팀이 합병한 새 팀이 아니라, 레크위야의 전통을 계승해 이름만 바뀌었다는 얘기다.

▲ 레크위야 엠블럼과 알두하일 엠블럼(오른쪽)

실제로 알두하일은 레크위야의 감독, 선수단, 운영진을 그대로 두고 있다. 유니폼과 엠블럼도 같다. 엠블럼 안의 팀 명칭만 바뀌었다.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은 엘자이시는 선수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알두하일로 들어온 엘자이시 선수는 세 명 뿐이다. 말은 해체 후 팀 명칭 변경이지만, 카타르 왕가가 소유, 운영하는 팀을이 하나로 합쳐진 상황이다. 레크위야는 카타르 경찰축구팀, 엘자이시는 카타르 군인축구팀으로 시작했고, 알두하일이라는 이름으로 새 출발한다.


서아시 축구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 현상이 카타르 축구의 막대한 투자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방만하게 운영되면 팀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예산을 집행하겠다는 의미다. 


관계자는 “올여름 한국 선수의 서아시아 지역 대형 이적이 사라진 것도 비슷한 이유다. 서아시아 지역도 한국 선수들에게 큰 돈이 집중되는 아시아쿼터를 폐지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서아시아 지역의 축구 투자 유행이 시들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카타르는 최근 인근 아랍국가들과 단교 사태를 겪으며 정치적으로 혼란기를 겪고 있다.  이와 더불어 왕가 내부 사정으로 재정 상황도 이전보다 여유롭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FIFA월드컵 카타르 2022 개최를 위한 투입되는 예산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월드컵 개최를 후회하는 의견도 있다”는 후문이다. 


이런 상황과 관계 없이 축구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는 입지는 존재한다. 남태희는 알두하일에서도 팀의 최고 스타로 대우 받고 있다. 정세 불안으로 떠나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원하는 팀도 많다. 올여름 소속팀 변경은 당장 큰 의미가 없지만, 어쩌면 남태희의 향후 행보에 영향을 미칠 작은 실마리일 수도 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