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선수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 내야가 우여곡절을 겪은 뒤 더욱 단단해졌다.

올 시즌 초반 두산은 허경민(3루수)-김재호(유격수)-오재원(2루수)-오재일(1루수)로 내야를 꾸렸다. 지난해 두산이 21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할 때 이 선수들이 만든 내야 벽은 견고했다. 타선에도 무게감을 더했다. 오재일은 타율 0.316 27홈런 92타점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고, 김재호는 유격수로서 2년 연속 3할 타율을 이뤘다. 허경민은 타율 0.288 81타점, 오재원은 타율 0.272 58타점으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올해는 달랐다. 수비할 때나 타석에서나 몸이 무거웠다. 김재호와 오재원, 허경민은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한 여파가 있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당시 "체력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준비 과정이 미흡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김재호는 "훈련량은 부족한데 체력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치르다보니까 선수들끼리 호흡이 잘 안 맞았다. 타격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수비하러 나와도 타격 생각을 하니까 실책도 많이 나오고 집중력도 떨어졌다"고 되돌아봤다. 

외부에서는 두산의 약점으로 불펜을 꼽았지만, 내부에서는 내야 안정화가 더 큰 고민이었다. 김 감독은 "내야는 전멸이었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지난 4월 포수 최재훈을 한화에 내주는 큰 출혈을 감수하면서 신성현을 영입한 것도 이런 고민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신성현은 사실상 경쟁자가 없었던 3루수 허경민과 1루수 오재일에게 좋은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였으나 지금까지는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답은 내부에 있었다. 2루수 오재원이 주춤할 때 최주환이 자리를 채웠다. 두산 코치진은 방망이가 안 맞으면서 부담감을 느끼는 오재원 대신 3할을 치면서 수비 자리도 겹치는 최주환의 출전 시간을 늘렸다. 최주환은 전반기 타율 0.308 5홈런 40타점을 기록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후반기 들어 타율 0.269 2홈런 14타점으로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데뷔 12년 만에 풀타임 첫 시즌인 걸 고려하면 한번쯤 찾아올 수 있는 고비다.

주장이자 내야 수비를 이끄는 김재호가 허리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는 류지혁이 빈자리를 살뜰히 채웠다. 류지혁은 수비력은 꾸준히 인정 받은 만큼 자신 있어 했지만, 타석에서는 기량을 다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김재호 대신 주전 유격수로 나가고, 최주환과 테이블세터로 호흡을 맞추면서 타격에 눈을 떴다. 강석천 두산 타격 코치는 "타이밍이 맞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류지혁은 후반기 타율 0.330 2홈런 12타점을 기록하며 조금씩 자신감을 얻고 있다.

최주환과 류지혁이 성장하는 사이 김재호가 컨디션을 회복했다. 부상 복귀 후 치른 6경기에서 타율 0.364 2홈런 6타점을 기록했고, 그라운드에서는 연일 호수비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 김재호가 중심을 잡으면서 류지혁은 3루수 허경민과 경쟁 구도를 그리고 있다. 

김 감독은 내야 수비 하나가 투수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늘 강조한다. 두산 내야진은 위기마다 무너지지 않고 더 강해지면서 후반기 두산이 선두권 다툼을 이어 가는 데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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