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말 듣고 있지? 뭐 뱉지 말고." 과르디올라 감독(오른쪽)이 페르난지뉴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맨체스터 시티가 과감한 포메이션 변화와 포지션 파괴로 극적인 무승부를 만들었다.

맨체스터 시티는 22일(한국 시간)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18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 에버턴과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맨시티는 수비 실수로 선제 실점했고, 0-1로 끌려가던 전반 종료 직전 카일 워커가 퇴장당하는 악재가 겹쳤다. 공격적인 3-5-2로 시작했다가 카일 워커의 퇴장과 함께 원톱을 내세우는 3-5-1로 전환했다. 골이 터지지 않자 4-4-1 형태로 전환했다. 표면상으론 수비의 수가 늘었지만 측면 수비수가 공격에 가담해 공격을 강화했다. 수적 열세 속에서도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10명이 모두 공격에 기여하면서 의지의 무승부를 완성했다.

▲ 맨시티vs에버턴 선발 명단

# '3-1-4-2' vs '3-5-2', 고전한 맨시티 

맨시티는 3-1-4-2 전형으로 경기에 나섰다. 에버턴의 '선 수비 후 역습' 경기 운영 전략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맨시티는 투톱을 세워 중앙에 많은 공격수를 배치했고, 측면 공격은 윙백에 전담시켰다. 다닐루 대신 르로이 사네를 왼쪽 윙백으로 선택해 '공격'에 힘을 싣고 나섰다.

경기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에버턴은 맨시티와 거의 같은 형태의 3-5-2 전형으로 나섰다. 미드필더의 수는 같고, 스리백이 투톱에 맞섰다. 에버턴 수비는 언제나 수적 우세에 설 수 있었고, 맨시티의 공격은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전반 34분 세르히오 아구에로의 패스에 이은 다비드 실바의 슛이 득점에 가까운 장면이었다.

# '수비 실수+퇴장' 변수와 3-5-1 전환

맨시티는 전반전 6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경기는 주도했지만 먼저 실점했다. 전반 35분 수비가 익숙하지 않은 사네가 실수를 저질렀다. 사이드라인 밖으로 나가는 것을 살리려고 하다가 역습 빌미를 줬다. 웨인 루니의 슛이 에데르송 골키퍼의 다리 사이로 빠지는 불운도 있었다.

'설상가상' 악재가 겹쳤다. 전반 종료 직전 카일 워커가 도미니크 칼버트-르윈에게 팔을 휘둘렀다는 판정이 내려져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했다. 1점 뒤진 채 10명으로 후반전을 싸워야 했다.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가브리엘 제주스를 빼고 라힘 스털링을 투입했다. 스털링을 오른쪽 윙백으로 배치하면서 스리백을 유지했다. 수적 열세 속에서 공격 전개는 쉽지 않았다. 스털링과 사네의 개인 돌파에 의존해 공격을 펼쳤다. 공격을 펼칠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로날트 쿠만 감독은 후반 16분 길비 시귀르드손, 다비 클라선을 투입하면서 4-2-3-1로 전형을 바꿨다. 4-2-3-1 전환과 함께 팀의 무게중심을 앞으로 옮기면서 전방에서 압박을 시도했다.

▲ 스털링(오른쪽)의 극적인 동점 골.

# '배수진' 4-4-1 전환과 포지션 파괴

맨시티도 추격을 위해 더욱 강하게 나섰다. 후반전 중반 흐름을 잃었지만 후반 20분 존 스톤스 대신 다닐루, 후반 24분 사네 대신 베르나르두 실바를 투입하면서 공격 숫자를 보강했다. 전형도 4-4-1 형태로 바뀌었다.

전방으로 많은 수를 배치하면서 후방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수적 열세를 해결한 방법은 '포지션 파괴'였다. 포메이션상 위치를 고수했다면, 특정 위치에선 공백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맨시티는 선수들이 상황에 맞게 자유롭게 움직였다. 선수들이 자율적인 판단으로 공격에 가담하기도 하고 수비적으로 물러서면서 밸런스를 유지했다. '포지션 파괴'로 9명의 필드 플레이어가 워커의 빈 자리를 모두 함께 메웠다.

맨시티는 스털링-다비드 실바-베르나르두 실바-케빈 더 브라위너로 중원 구성을 했다. 미드필더는 활발하게 위치를 바꿔가면서 공간을 찾아 움직였다. 더 브라위너는 가장 후방에서 영리하게 밸런스를 잡았다. 최전방의 아구에로와 함께 4명의 미드필더가 간결한 원터치 패스로 공격 템포를 높이면서 공격의 실마리를 잡았다. 공의 흐름을 예측한다면 밀집된 수비수 사이로 공격을 펼칠 수 있었다. 


'포지션 파괴'는 수비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중앙 공격이 살아나자 다닐루가 배치된 측면도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오른쪽 측면에 배치된 다닐루는 체력적 우위를 살려 수비는 물론이고 날개 공격수처럼 공격에 가담했다. 후반 33분 다닐루가 페널티박스 안까지 침투해 유효 슈팅까지 기록하면서 공격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후반 37분 스털링의 극적인 동점 골도 다닐루의 크로스에서 시작됐다. 왼쪽 측면에 배치된 페르난지뉴는 빌드업 때 미드필드까지 적극적으로 전진했다. 

중앙 수비수들도 적극적으로 전진했다. 니콜라스 오타멘디와 뱅상 콩파니는 중앙선 위쪽까지 거리낌 없이 전진해 공격 전개와 관여했다. 직접 측면까지 이동해 공격에 가담했다. 4명의 수비수들이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부족한 공격 숫자를 보충했다.


# 맨시티와 과르디올라 감독의 저력

맨시티는 지난해 충분한 조직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공격이 완벽하지 않으니 역습에 대비하느라 공수 간격이 멀어지고 밸런스가 깨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선수단 개편이 이뤄졌고, 이제 맨시티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축구를 더 깊이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무승부가 시사하는 바는 작지 않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원하는 영리한 선수들을 손에 넣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경기였다. 수적 열세와 잦은 위치 변화 속에서도 맨시티는 공격 진영에서 주도권을 쥐고 '다크호스' 에버턴을 흔들었다.

맨시티는 수비에서 실수와 워커의 퇴장으로 위기를 자초했다. 그러나 나머지 10명의 선수들이 실수를 훌륭하게 만회했다. 과르디올라 감독과 맨시티의 저력을 볼 수 있는 경기였다.

[영상] [EPL] 맨시티의 해결책 - 원터치와 측면 활용, [EPL] '수적 열세' 맨시티의 해결책은 수비수의 전진 ⓒ스포티비뉴스 이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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