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파주, 취재 한준 기자, 영상 배정호 기자] 조기 소집된 신태용호는 28일 유럽파 합류전에 17명의 아시아 리그 소속 선수들로 연습 경기를 치른다. K리그 클래식 강호 수원 삼성이 휴식 기간 귀중한 시간을 내줬다. 신태용 감독은 “수원에 물어봤는데 다른 팀들은 일정상 어려웠으나 흔쾌히 응해 줬다. 고맙다”고 했다. 이번 대표 팀에는 염기훈(33), 김민우(27) 등 두 명의 수원 삼성 핵심 선수가 소집되기도 했다.

26일로 예정된 대표 팀과 수원의 연습 경기는 취재진을 비롯한 누구에게도 공개되지 않는다. 철저히 비공개로 치르며, 경기에 뛴 선수들의 선발 및 교체 투입 상황도 공지하지 않는다. 수원과 연습 경기가 비공개로 진행되는 것은 수원 측이 아닌 신 감독의 요청에 의한 것이다. 이란전에 대비한 전략을 철저히 숨기기 위해서다. 

신 감독은 23일 저녁 실내 트레이닝장에서 피지컬 코치와 코칭스태프에게 선수들의 회복 훈련을 맡기고 취재진과 여유 있게 대화를 나눴다. 신 감독은 수원과 경기에 대해 “대표 팀 명단을 안 알려 주기 위해서다. 상대에게 패를 보여 주지 않고 싶다”고 했다. 신태용호 1기의 면면을 철저히 숨기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란 측의 접촉을 차단하는 것뿐 아니라, 취재진이 예상 라인업과 전술을 전망하는 것도 정확성을 떨어트려 실제 경기에서 이란의 허를 찌르고자 한다. 

▲ 23일 실내 훈련으로 회복한 신태용호 대표 팀 ⓒ한준 기자




#자신만만 전술가 신태용, 이번엔 철저히 패를 숨긴다

“연습 경기를 하고 나서, 이를 보고 누가 선발이니 예상을 기자들이 할 것이다. 그런 것이 선수들에게도 심리적으로 보이지 않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연에 신경을 안 쓰게 해 주자. 이젠 상대에게 패를 먼저 보여 주는 게 아니라 31일 명단이 나갔을 때 알 수 있게 하겠다.” 신 감독은 예상 포메이션을 만들고 기사를 내야 하는 취재진에게 “포지션이나 선발 등을 예상해서 쓰는 것은 자유지만… 이번엔 알아서 예상해서 쓰길 바란다. 나머지 내용은 감추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렇기 때문에 신 감독은 새로 뽑은 수비수 권경원을 센터백이자,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의 투 블록 수비를 세우는 수비 조직 훈련을 진행하면서 스리백과 포백 사이의 힌트를 숨기고자 했다. 어떻게 수비 라인을 구축할지 “머리 안에 구상은 다 마쳤다”고 했지만, “포백이든 스리백이든 28일 이후 모든 선수가 합류했을 때, 선수 컨디션에 맞춰서 바뀔 수 있다”며 모호하게 말했다.

전술 전략은 숨겼지만, 팀 분위기는 편하게 드러냈다. “선수들이 지금 지시하는 대로 다 열심히 한다. 어제(22일)도 훈련 끝나고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100%가 아니라 150%, 200%를 한 것으로 보인다.” 

23일 낮 선수들에게 완전 휴식을 준 신 감독은 저녁에 스트레칭, 밴드, 폼롤러, 밸런스 보드 등을 활용한 '대한축구협회 부상 예방 프로그램 11’ 등으로 회복하게 했다. 연령별 대표 팀에서 시행해 좋은 평가를 받아 이번에 처음으로 대표 팀 훈련에 도입했다. 

“내가 요구한 거보다 훨씬 만족한다고 했는데, 끝나고 데이터를 뽑아 보니 (근육 피로도 등) 수치가 너무 높게 나왔다. 이렇게 해선 우리가 경기에 힘 쏟아야 하는데 훈련에만 힘을 쏟고, 경기에 못 쏟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눌러 줬다.”



#신태용호가 3일째에 휴식한 이유: 의욕과 습득력

신 감독이 선수들을 강하게 몰아칠 수 있는 배경은 선수들이 하루하루 훈련마다 빠른 습득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선수들이 빠르게 지시 사항을 이해하면서 신 감독의 색깔이 빠르게 입혀지고 있다. 23세 이하 대표 팀, 20세 이하 대표 팀을 지휘하며 장기 합숙 훈련을 요구했던 신 감독은 “(습득 속도가) 훨씬 빠르다”고 했다. “20세와 23세는 잘 알다시피, 경기를 뛰지 못하는 선수들 가운데 추려서,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체력 올리고, 모든 걸 맞춰서 해야 했다. 지금은 경기를 뛰던 선수들이 감독 요구를 스펀지 같이 흡수한다. 그게 확실하게 다르다.”

이번에도 신 감독의 축구는 유기적이 논스톱 패스와 삼자의 침투 움직임이다. ‘돌려치기’로 신 감독이 명명한 플레이다. “일단 그런 걸 훈련하면서 얘기하고 있다. 아직 전체적으로 유럽에 있는 선수들이 소집되지 않아 더 세밀하게 못 하는 게 걱정되지만, 기존 선수들이 먼저 해 두면 한두 명이 들어왔을 때 훨씬 잘 녹아든다.”

신태용호에 모인 선수들은 의욕으로 무장했다. 그렇다고 자신을 앞세우지는 않는다. 신 감독은 “최고의선수, 최고의 컨디션인 선수를 뽑았다. 이 선수들이 지금 현재까지 ‘내가 누군데?!’ 하는 그런 게 전혀 없다”며 지시사항에 대해 자신의 개성을 앞세워 튀는 태도를 보이는 이가 없었다고 했다. “이란전만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는 생각만 갖고 준비하고 있어, 감독으로선 크게 걱정할 게 없다고 생각 든다.” 목표가 확실하니 팀의 중심이 잘 잡혀 있다.

이 배경에는 코칭스태프인 차두리보다 나이가 많은 38세 공격수 이동국의 리더십이 있다. 신태용호는 아직 주장을 선임하지 않았으나, 누구나 인정하는 리더가 중심을 잡아 주고 있다. “내가 선수들에게 얘기하기 전에, 이미 이동국 선수가 스스로 리더처럼 팀을 이끌어 가고 있다. 나 또한 이동국이 최선참이니 예의도 갖춰야 한다. (특별히) 주장이라기 보다 팀을 이끄는 일을 모두가 같이 공유한다고 보면 된다.”

▲ 대표팀에 합류한 베테랑 염기훈, 이동국 ⓒ배정호 기자

신태용호가 조기 소집했지만, 본선 진출을 이미 확정한 이란도 26일 조기 입국해 경기에 대비하기로 일정을 밝혔다. 최근 한국은 이란과 번번이 어려운 경기를 했고, 신태용호의 좋은 시작 분위기도 우려의 소리는 적지 않다. 신 감독은 이날 선수들에게는 휴식을 줬으나 이란에 대한 분석은 소집 기간 전부터 줄곧 해 오고 있다고 했다. 

“감독 선임이 되고 난 다음부터, 우리 코칭스태프 모두가 영상으로 이란 대비책을 준비할 내용에 대해 공유하고 있다. 이란을 어떻게 무력화하고, 득점해서 이길지, 그런 문제를 계속 연구하고 있다. 일찍 오는 건 그 나라가 알아서 하는 거다. 거기 대해서 내가 뭐라 할 내용이 아니다. 이란이 우리를 이기기 위해 일찍 오는 건지, 물론 그렇겠지만 그에 따라 잘 대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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