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인천, 김덕중 기자] 이승우 논란이 불거졌다. 볼을 잘 차는데 승부욕이 지나쳐 보인다는 게 요지였다. FC바르셀로나 후배닐A(17~19세)서 뛰고 있는 이승우(17)에 대한 기대감이 그 발로였다. 기대치가 적었다면 이 정도의 이슈는 불가능했다. 새삼스러울 것 없는 얘기다. 늘 그래왔고 우리 만의 얘기도 아니다. 현재 인천 유나이티드 소속의 이천수도 교교 시절 비슷한 경험을 했다. 1999년 이천수는 최태욱, 박용호와 함께 부평고 삼총사로 이름을 떨쳤다. 당시 부평고는 전국대회를 휩쓸었고 이천수는 최고의 유망주로 온갖 찬사를 들었다. 20일 인천에서 만난 이천수는 20여년의 시간을 거슬로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전했다. 

이천수는 어렸을 때 축구에 대한 욕심이 정말 많았다고 했다. 믿는 건 오로지 축구 밖에 없었다고도 강조했다. 노력과 땀방울은 배반하지 않으니까. 다만 생각처럼 키가 자라지 않아 고민이 컸다. 대신 스피드를 키워야 했고 슛 연습을 많이 했다. 그런데도 고교 입학을 앞둔 즈음, 볼 센스는 있지만 키가 작고 힘이 떨어진다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었다. 부평고 입학 뒤에도 같은 이유로 처음에는 경기를 뛰지 못했다. 어렵게 기회가 왔다. 부평고 신입생간 경기였다. 상대는 이천수의 단점을 명확하게 짚었던 코치가 재직하던 학교였다고. 그런데 당시 부평고 신입생은 11-0으로 대승을 거뒀고 그 경기에서 이천수는 무려 8골을 터뜨렸다. 




누구보다 이승우의 심정을 잘 헤아릴 것 같았다. 이천수는 "기를 죽이면 안된다. 승우 후배가 잘 성장하면 한국축구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표현의 자유는 중요하다. 뭔가 풀어야 하는데 이게 잘 안되면 경기에 집중하기 어려워진다"며 이승우의 돌발 행동을 이해했다. 그러나 이천수는 "이럴 때일수록 승우 후배가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하다. 언론, 팬들은 믿음이 있기 때문에 응원을 하는 것인데 그 믿음에 보답을 하지 못한다면 다른 인물을 찾게 돼 있다. 내가 겪은 일이라 잘 안다"라며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도가 지나쳐 동료들이 불편해 하면 안된다. 어린 나이에 동료를 생각하는 마음까지 갖는다면 정말 큰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어쩌면 이천수는 지금의 이승우가 부러웠는 지도 모른다. 이천수 스스로 가장 행복하게, 또 욕심 없이 운동을 했을 때가 현재 이승우의 나이인 17살 무렵이라고 고백했다. "부평고 시절 욕심없이 축구를 했다. 목표는 그저 축구를 잘 하는 것이었다. 그거면 됐다. 모든 물욕에서 벗어나 운동만 하는 선수들. 얼마나 순수한가. 프로에 오면 이런 생각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솔직히 프로 선수들에게 '순수하게 볼을 차는 것이냐'란 질문을 했을 때 '네'라고 답할 선수가 얼마나 있겠는가. 고교 시절 내가 믿는 건 오로지 축구 밖에 없었다. 운동장에서 볼을 차는 게 가장 행복했다. 머지 않은 미래 뛰어난 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가슴 속에 품고 살았다. 그 때를 잊지 못한다."




[사진]  이천수(위)와 이승우 ⓒ 인천, SPOTV NEWS 한희재 기자
[영상] 이천수 ⓒ 인천, SPOTV NEWS 배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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