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를로스 비야누에바가 다음 시즌에서도 한화에서 뛸 수 있을까.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6회까지만 던지겠다." 지난 4일 KIA와 경기 도중 선발투수였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의 말에 이상군 한화 감독 대행은 고개를 끄덕였다. 7회 비야누에바를 내리고 박정진을 올렸다.

그런데 원래 계획은 달랐다. 이 대행은 비야누에바에게 7회를 맡길 생각이었다. 6회까지 비야누에바의 투구 수가 85개로 더 던질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이 대행은 하루 뒤 KIA와 경기를 앞두고 이 같이 밝혔다.

비야누에바의 경기 중 교체 요구는 처음이 아니다. 6이닝 1실점(무자책점)으로 호투한 지난 17일 NC와 경기에서도 6회까지 던지겠다고 말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날 비야누에바의 투구 수는 82개에 불과했다. 비야누에바의 교체 요구에 대해 "조금 당황스러웠다. 서캠프도 그랬는데"이라고 씁쓸하게 웃은 이 대행은 "아무래도 우리가 외국인 투수에게 그렸던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아니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알렉시 오간도와 비야누에바를 영입한 박종훈 한화 단장은 "가을 야구를 향한 한화 팬들의 염원을 이뤄 줄 선수"라고 크게 기뻐했다. 두 투수의 몸값을 합하면 330만 달러로 리그 1위다.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에서 10시즌을 뛰었던 비야누에바는 명성 그대로 마운드에선 견고하다. 안정적인 제구력에다가 슬라이더, 체인지업, 투심 패스트볼의 움직임이 크고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을 안다는 평가다. 16경기에 선발 등판해 퀄리티스타트가 11회다. 이닝당 출루허용률이 1.08로 16경기 이상 등판한 리그 선발투수 가운데 가장 좋다. 등판했을 땐 확실하게 제몫을 한다. 투구 내용만 놓고 봤을 땐 재계약이 유력하다.

다만 올 시즌 부상 때문에 16경기 출전에 그쳤다. 비야누에바는 지난 4월 팔꿈치에 염증을 발견해 1군에서 빠졌다. 비야누에바는 미국에 있었을 때부터 갖고 있었던 증상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팔꿈치 염증은 완치가 힘들고 재발 가능성이 큰 부상. 더군다나 팔을 많이 쓰는 투수는 더욱 그렇다. 게다가 비야누에바는 메이저리그에서 줄곧 불펜으로 뛰다가 올해 한국에 오면서 선발로 바꿨다. 지난 6월 같은 증상이 재발했다. 공교롭게도 지난달 23일 1군 복귀전부터 경기 당 투구 수가 줄었다. 전반기에 3차례 7이닝을 넘기고 4차례 한 경기에서 공 100개 이상을 던졌는데 후반기엔 한 경기에서도 공 100개를 던지지 않았다. 6이닝이 최다 이닝이다. 지난 11일 삼성과 경기에서 던진 공 99개가 최다 투구 수다.

다른 외국인 투수 오간도 역시 부상에 고전하다가 15경기 출전에 그쳤다. 두 명의 등판 횟수 31회는 리그에서 삼성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현재 9위로 가을 야구가 사실상 멀어진 시점에서 이 대행은 "외국인 투수 두 명의 공백이 컸다"고 아쉬워했다.

2015년 대체 선수로 한화에 입단해 괴물 투수로 떠오른 에스밀 로저스가 비슷한 사례다. 로저스 역시 뉴욕 양키스 출신으로 KBO 리그에선 거울로 꼽혔다. KBO 리그 첫해 10경기에서 무려 4차례 완투(완봉 3회)를 해내는 등 압도적인 투구 내용으로 이듬해 19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하지만 지난해 팔꿈치 통증으로 수술대에 오르면서 한국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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