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문선 교수 ⓒ한준 기자


[스포티비뉴스=남가좌동, 한준 기자] “솔직히 말하자면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고 할 수 있다. 수학적으로 보자면 우리에게 불리한 요소가 많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

신문선축구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신문선(57) 명지대 기록정보과학대학원 교수는 팀 프로젝트로 한국 축구 대표 팀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9차전(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상대 이란의 전력을 분석했다.

“분석을 하면 할수록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란이 강하다.” 신 교수는 그래도 연구소의 분석 결과를 공유하기로 했다. 대표 팀도 자체적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언론에 자체 분석 툴을 거쳐 도출한 결과를 공개했다.

25일 오전 명지대학교에서 ‘이란 공략 세미나’를 연 신 교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수비 코치 출신으로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의 전성시대를 뒷받침했던 케이로스 감독의 능력에 주목했다. 이란을 두고 “이란의 신체 조건이 좋다? 힘과 헤딩이 좋다? 그것보다는 케이로스 감독의 수비 전술 시스템이 완벽하게 준비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경기는 한국의 안방에서 열린다. 이란은 이미 본선 진출을 확정해 반드시 이겨야 할 동기부여가 한국보다 적은 상황이다. 핵심 공격수 사르다르 아즈문도 경고 누적 징계로 빠진다. 그런데도 신 교수는 이란의 전력이 만만치 않다고 했다.

신 교수는 팔이 안으로 굽지 않는 대표적 '분석가'다. 케이로스 감독 체제로 수 년간 운영되며 갖춰진 조직력이 강하다며 승산을 높게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란은 분명한 약속이 있다. 축구 전술은 감독과 선수, 선수와 선수간 약속이다. 패턴 플레이가 단순하지만, 철저하게 약속해 빠르게 공격한다. 케이로스 감독은 한국의 공격 패턴을 잘 안다. 한국 선수를 심층 분석한 결과다. 아시아권에서 활동하는 감독 가운데  한국 축구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명쾌한 답을 알고 있는 지도자다.”

이란은 국내파 선수들을 데리고 26일 한국에 들어온다. 경기 5일 전으로 시차와 기후 적응 등에 신경 쓰고 있다. 이란은 벌써 본선 대비 체제다. 10월에는 2018년 월드컵 개최국 러시아와 원정 친선전도 잡았다. 한국과 대결은 실전 모의고사 효과를 가질 수 있다. 한국이 경기에 쏟을 전심전력이 일반 친선경기와 다르기 때문이다.

이란은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나지만 팀은 실리적으로 운용한다. 특히 한국을 상대로는 평소보다 라인을 내리고, 롱패스 빈도를 낮춰 실수를 최소화하는 경기를 한다. 한국을 얕보지 않았기에 한국을 상대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둬 왔다. 

이란은 4-1-4-1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자기 진영의 틀을 갖추고, 3명의 선수로 역습한다. 풀백의 전진으로 공격 숫자를 늘린다. 신 교수는 “풀백 뒤 공간이 이란의 약점이지만, 한국과 경기에는 많이 올라가지 않는다”며 “만약 우리가 선제골을 내줄 경우 만회하기가 아주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선제골을 내주지 않도록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태용호가 출범하며 대표 팀의 의욕이 높지만 불안 요소가 적지 않다. 신 교수는 “새로운 감독이 오면 긍정적인 효과를 주지만, 전술 변화 속에 조직적인 불안 요소도 있을 수 밖에 없다. 손흥민은 붕대를 풀었지만 토트넘에서 뛰는 것을 보니 아직 불편해 보이더라. 게다가 그런 부상에서 돌아오면 경기하다가 상대 수비의 발 소리를 들으면 자기도 모르게 무서워할 수 있다”고 했다.

“전반 10분 안에 실수를 안 해야 한다. 그러면 20분, 30분도 잘 갈 수 있다. 처음 구성한 수비진이 실수를 하면 경기는 걷잡을 수 없다. 그래서 감독이 새로 바뀌면 경기 시작 3분, 5분은 절대 드리블하지 말고 쉽게 패스하라고 한다.”

신태용 감독의 축구는 도전적이고 공격적이다. 그 점에 대해 세간의 우려가 있다. 신 감독도 이번에는 “내 색깔을 버리고 이기는 데 집중하겠다. 공격 앞으로! 하고 싶어도 참겠다. 마지막 휘슬이 울릴 때까지도 참겠다. 추가 시간에 1골 먹고 져도 지는 것이다. 인내하겠다”고 했다. 신 교수의 우려를 이미 잘 알고 있다. 

아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다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지만, 이란도 한국을 잘 안다. 어쩌면 이란은 한국보다 지피지기 측면에서 더 완성도가 높을 수 있다. 이란을 잡으면 우즈베키스탄과 최종전 이전에 본선행을 확정할 수도 있다. 중국-우즈베키스탄전 결과에 따라 경우의 수가 달라진다.

이란을 이기지 못하면 매우 불리한 상황에서 우즈베키스탄 원정에 나서야 한다. 쉽지 않은 이란전, 한국은 지지 않기 위한 축구로 승점을 짜내야 한다. 남은 본선 티켓을 다투는 상대는 우즈베키스탄이다. 이란전은 우리가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가장 안전한 선택을 내려야 한다. ‘이란 공략’ 세미나에서 신 교수가 던진 조언이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우려하는 신 교수는 다음 작업으로 우즈베키스탄 분석에 들어갔다. 이번 일정에 한국 축구가 난관을 극복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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