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로나, 크로토네전 전반전 포진도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이승우가 이탈리아 세리에A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프로 무대에 도전한다. 베로나는 2라운드까지 진행된 2017-18 세리에A에서 1무 1패로 13위에 올라 있다. 현실적인 목표는 1부리그 잔류다. 지난 2016-17시즌 17위로 간신히 살아남은 크로토네와 지난 주말 원정 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겨 승격 첫 승점을 얻었다.

#역할 분담 확실한 베로나 전술: 전반 4-3-3, 후반 4-2-3-1

크로토네전을 보면 베로나가 이승우를 원한 이유를 알 수 있다. 베로나의 선발 전형을 살펴보면 4-3-3 포메이션이 기반이다. 사뮈엘 수프라옌, 알렉스 페라리, 마르틴 카세레스, 호물루가 포백 라인을 형성한다. 좌우 풀백이 모두 오버래핑에 적극적인데, 특히 브라질 출신 호물루의 전진이 빈번하다.

미드필드진은 다니엘 베사, 프랑코 수쿨리니, 마르첼 부첼이 역삼각형을 이룬다. 베사는 좌측면 공격 영역까지 커버하고, 수쿨리니가 빌드업 미드필더, 부첼이 부지런히 뛰면서 수비 커버 플레이를 전담한다. 역할 분담이 확실하다. 

공격진은 다니엘레 베르데, 모하메드 파레스, 알레시오 체르치가 스리톱으로 섰다. 로마에서 임대영입한 베르데는 좌측면에서 문전 중앙으로 커트인을 즐기고, 체르치는 그보다 측면에 붙여 수비 간격을 벌린다. 호물루가 전진해도 측면에서 크로스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 호물루와 교체해 커트인하기도 한다. 


9번 공격수 자리의 파레스는 헌신적이다. 전후좌우로 부지런히 뛰며 2선과 측면 공격수를 위한 공간을 만들고, 공중볼도 따낸다. 

베로나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는 잠파올로 파치니다. 파치니는 1-3으로 진 나폴리와 경기에 후반 27분, 0-0으로 비긴 크로토네전에 후반 18분 교체로 들어왔다. 나폴리전에 페널티킥으로 만회골을 넣은 파치니는 만 33세로 황혼기다. 피오렌티나, 삼프도리아, 인터밀란, AC밀란 등에서 전성기를 보낸 파치니는 9번 자리에서 파레스처럼 많이 뛰기 어렵다. 후반전의 ‘피니셔’로 들어온다.

▲ 베로나, 파치니-발로티 투입 후 후반전 포진도

#이승우의 자리는 레프트윙, 측면 노린 롱패스가 주요 루트

오른발을 잘 쓰는 이승우는 왼쪽 측면 공격수로 기용될 가능성이 크다. 베테랑 체르치보다 1996년생으로 이승우와 두 살 차이인 등번호 7번 베르데가 직접적 경쟁자다. 역할과 스타일 모두 비슷하다. 베로나는 후반전에 파치니와 발로티를 투입하면서 4-2-3-1 포메이션으로 전환했다. 파치니가 원톱, 발로티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로 가고 중앙 왼쪽 미드필더 베사가 좌측면, 베르데가 우측면으로 이동했다. 

베로나는 크로토네 원정에서 이기겠다는 의지를 보였는데, 오히려 전반전보다 공격은 둔화된 모습을 보였다. 중원을 생략하고 전방과 측면 지역으로 롱볼을 보내 효율적인 공격을 시도한 전반전에 기회가 더 많다.

베로나의 공격 방식은 단순했다. 크로토네전이 원정이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베로나가 시즌 내내 상대할 팀들의 전력이 한 수 위다. 베로나는 골키퍼 니콜라스, 센터백 카세레스가 전방의 파레스를 향해 긴 패스를 보내며 공격을 펼쳤다. 이후 세컨드볼을 따내 2선 공격수들이 달려든다.

다른 패턴은 센터백에서 풀백 영역으로 공을 보낸 뒤 측면 공격수 뒷공간으로 찔러 넣거나, 사이드 체인지를 통해 반대 측면 공격수의 돌파를 유도하는 것이다. 결국 공을 쥐고 공격을 펼치는 중심이 모두 측면 공격수다. 좌우 날개의 개인 역량에 공격의 성패가 달렸다. 크로토네와 경기를 보면 베르데의 돌파가 차단되는 경우가 많았고, 체르치는 가속력이 부족해 한계를 보였다.

베로나는 수프라옌, 수쿨리니, 베사, 베르데 등이 짧은 패스를 주고 받으며 침투 공간을 만들기 위한 티키타카 플레이를 시도하기도 했다. 대체로 기본기가 탄탄하고 축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지 않다. 수비 전술의 본산 이탈리아답게 안정된 조직을 추구하지만, 패스 플레이로 경기를 풀어가려는 의지도 갖고 있다. 

▲ 평균 속도는 베로나가 빠르지만 최고 속도는 크로토네가 빨랐다

#베로나는 이승우의 전력 질주를 원한다

베로나의 기존 공격 패턴 안에 이승우의 장점은 활용되기 좋다. 수비 배후로 공을 찔러 넣을 때 이승우의 순간 속도가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승우는 사이드로 빠지지 않고 곧바로 문전 중앙으로 질러 들어가는 선택에도 주저가 없다. 이 상황에서 슈팅 타이밍과 정확성도 강점이다. 경기 중 많이 기회가 오지 않겠지만, 데뷔골을 넣을 기회는 의외로 빨리 찾아올 수 있다. 상대가 이승우를 파악하기 전에 해결해야 한다. 자신감이 붙으면 성장세는 더 빠를 수 있다.


몸싸움에서 밀릴 수 있는 것이 우려다. 카테나치오의 나라 이탈리아의 수비수들은 몸을 이용해 돌파 선수의 동선을 제어할 줄 안다. 그래서 협업이 필요하다. 파레스가 자주 내려와 몸싸움을 도와주는 것은 이승우에게 이득이 될 것이다. 파치니가 들어오면 이승우에게 견제가 들어와도 틈을 찾을 수 있다. 파치니의 슈팅을 우려한 수비가 몰리면 다시 자유를 얻을 수 있다. 

베르데는 이승우의 경쟁자이기도 하지만 조력자일 수도 있다. 두 선수 모두 좌우 측면을 넘나들며 뛸 수 있어 동시 기용도 가능하다. 이승우가 더 친하게 지내야 하는 선수는 중앙 왼쪽 미드필더 베사와 레프트백 수프라옌, 빌드업 미드필더 수쿨리니다. 수쿨리니가 기점 패스의 방향을 정한다. 베사와는 2대1 패스를 자주 주고 받으며 수비 마크를 따돌려야 한다. 수프라옌이 잘 올라와야 이중 수비를 피할 수 있다. 

세리에A는 어려운 무대다. 이승우 혼자 힘으로 빛날 수는 없다. 조직과 전술 안에 녹아 들어 동료를 활용해야 한다. 팀 플레이 안에서 자신이 가진 능력을 꺼내보여야 한다. 크로토네와 경기 전반전 분석 기록을 보면 베로나는 크로토네보다 많이 달렸지만, 전력 질주(스프린트) 거리는 더 짧았다. 베로나는 평균 속도는 빨랐으나 최고 속도는 크로토네보다 느렸다. 이승우는 전력질주할 때 빛나는 선수다. 베로나가 이승우를 원한 이유이고, 이승우가 세리에A에서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글=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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