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태원동, 영상 정찬 기자·글 이교덕 격투기 전문 기자] 고미 다카노리는 테이크다운 방어에 자신 있었다. 근접전에서 두려움이 없었다. 상대를 코앞에 두고 보디블로를 꽂을 정도로 대담했다. '불구슬 소년(The Fireball Kid)'이라는 닉네임이 딱 맞았다.

2005년 12월 31일 프라이드 남제에서 사쿠라이 '마하' 하야토를 KO로 꺾고 라이트급 챔피언에 올랐다. 프라이드 10연승째였다. 경량급 세계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마에스트로' 김동현(28, 부산 팀 매드/㈜성안세이브)은 고미의 전성기를 똑똑히 목격했다. 고등학교 2학년 배구 선수를 그만두고 부산 팀 매드에서 종합격투기 기본기를 익힐 때였다. 위풍당당한 고미에게 감탄사를 연발하던 시기다.

그런 고미와 오는 23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117에서 맞붙는다니 신기하고 놀라울 따름이다.

김동현은 6일 서울 이태원 MMA에서 열린 미디어 데이에서 "2005년 프라이드에서 펼쳐진 표도르 예멜리야넨코와 미르코 크로캅의 경기를 보고 9월 동네 근처 체육관(팀 매드)을 찾았다. 그때 고미는 최고의 전성기였다. 시간이 흘러 우러러보던 레전드 파이터와 케이지에서 만나게 될지는 정말 몰랐다"며 웃었다.

12년이 지났다. 세월은 거짓말을 안 한다. 고미와 김동현은 극명하게 엇갈리는 쌍곡선을 그리고 있다.

고미는 프라이드에서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걸었다. UFC에서 4연패 중이다. 마일스 쥬리·조 로존·짐 밀러·존 턱에게 모두 1라운드에 졌다. 김동현은 옥타곤에서 2패 뒤 값진 1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12월 TUF 24 피날레에서 브랜든 오라일리를 판정으로 이기고 자신감을 찾았다. "이제부터 전성기를 향해 가겠다"고 말한다.

▲ 김동현B 고미 다카노리에게 은퇴 시기를 알려 주겠다고 벼른다. ⓒ이태원동, 곽혜미 기자

1978년생 고미와 1989년생 김동현은 정확히 10살 차. 김동현은 세대교체를 예고한다.

김동현은 "고미는 여전히 타격 센스가 남아 있지만 예전처럼 펀치를 맞히질 못한다. 그라운드로 끌려가면 기본적인 움직임조차 없다. 스스로 포기하는 느낌마저 든다. 아무래도 은퇴 시기를 놓친 것 같다. 나와 경기에서 그것을 뼈저리게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은 지난해 6월 UFC 199에서 폴로 레예스와 살벌한 난타전을 펼쳤다. '올해의 명승부' 후보로 꼽힐 정도로 격렬하게 치고받는 경기였다. KO로 지고 너무 대 주면서 싸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김동현은 "그 경기를 보고 많은 분들이 가드를 올리라고 지적해 주신다. 원래 그런 스타일로 싸우지 않는다. 가드도 잘 올린다. 그런데 그날은 유독 그렇게 붙었다. 머리를 많이 다치지 않아야 나중에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앞으로는 많이 맞지 않고 무조건 이기는 경기를 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고미의 약점을 파고들 것이다. 1라운드 안에 피니시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은 스피릿MC·영웅방·딥(DEEP)을 거쳐 TFC에서 라이트급 챔피언에 오른 뒤 2015년 11월 UFC에 진출했다. 통산 전적 14승 8패, UFC 전적 1승 2패.

이번이 UFC 계약 마지막 경기다. "반드시 이겨서 다시 계약서를 쓰겠다. 선배 '스턴건' (김)동현이 형이 롤모델이다. 동현이 형에게 다다르기 위해 노력하겠다. 이번이 그 시작이 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김동현이 출전하는 UFC 파이트 나이트 117에는 임현규와 전찬미가 함께 출전한다. 임현규는 웰터급에서 아베 다이치와, 전찬미는 여성 스트로급에서 곤도 슈리와 경기한다. 이 대회 메인이벤트는 마우리시우 쇼군과 오빈스 생프루의 라이트헤비급 경기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