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드러운 카리스마, 시메오네 감독.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2011년 12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부임했다. 꼬박 5년 10개월을 이끌며 프리메라리가, 코파 델 레이, 유로파리그 우승을 포함해 5번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밥 먹듯 우승을 차지하는 빅클럽의 눈에는 차지 않을 수도 있는 성과지만 2000-01 시즌부터 두 시즌을 2부 리그에서 보냈던 아틀레티코에겐 '제 2의 전성기'다.

선수보다 더 빛나는 지도자 디에고 시메오네가 최근 재계약 소식을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2020년 6월까지다. 시메오네 감독은 구단 공식 인터뷰로 재계약 소식을 알렸다. 인터뷰에서 아틀레티코의 성공을 이끈 시메오네 감독의 비결을 읽을 수 있었다.

"팀이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봤다. 시간이 알려줬다."

시메오네 감독은 아틀레티코에서 팀의 성공을 확신했다. 발전을 바라는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메오네 감독 역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아틀레티코에서 활약했다. 팀의 발전을 바라는 마음은 같았고 혼연일체로 팀의 성장을 이뤘다.

현재 유스 팀에서 성장한 선수들 상당수가 아틀레티코의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다. 중원의 핵심 코케와 사울 니게스가 대표적이다. 루카스 에르난데스, 토마스 파티도 1군 스쿼드에 포함돼 있다. 주장 가비 역시 아틀레티코 유스 팀에서 성장해 레알 사라고사에서 경험을 쌓고 돌아온 케이스다.

시메오네 감독은 "나는 어린 선수들의 열정을 가장 큰 장점으로 봤다. 그리고 그 어린 선수들이 경험을 쌓자 거대한 선수가 됐다. 그것이 나를 동기부여하고 매료시킨다. 그래서 (아틀레티코 감독직을) 이어 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팔카오가 2011-12 시즌 활약했던 것을 기억한다. 클럽, 선수, 그리고 감독까지 함께 성장했다."

아틀레티코를 스페인의 '빅 3'로 만들었던 것은 유스 팀 선수들의 성장 때문만은 아니다. 아틀레티코는 적절한 선수를 영입하면서 성적을 냈다. 특히 아틀레티코는 공격수를 영입해 정상급 공격수로 키우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2011년 영입됐던 라다멜 팔카오, 2010년 영입돼 2012-13 시즌부터 주축으로 활약한 디에고 코스타, 2014년 여름 영입된 앙투앙 그리즈만까지 모두 유망주에서 유럽 정상급 포워드로 성장했다. 이전의 디에고 포를란과 세르히오 아구에로까지 더하면 '공격수 훈련소'와 같았다.

그 뿐이 아니다. 필리피 루이스, 디에고 고딘, 후안 프란 지금은 은퇴한 치아구 등도 아틀레티코에서 '전성기' 또는 '제 2의 전성기'를 열었다. 2015년 모나코에서 이적한 야닉 카라스코, 2014년 산로렌소(아르헨티나)에서 영입된 앙헬 코레아 등 유망한 선수들도 팀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어려울 때 함께 어려움을 극복한 동지들은 잊기 어려운 법이다. 큰 주목을 받지 못할 때 선수들과 함께 성장한 아틀레티코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 현재도 아틀레티코는 무작정 비싸고 검증된 선수를 사기보다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선수들을 영입하고 있다.

"들었어? 감독님이 우린 '죽어도 못 보낸'다더라?" 코케(왼쪽)와 그리즈만.

"사울, 그리즈만, 코케와 함께하는 것과 돈을 들여 선수를 영입하는 것? 아무도 영입하지 않아도 지금 선수들과 함께 한다."

시메오네 감독은 재계약 조건으로 선수 이탈을 막아줄 것을 요청했다. 이번 시즌 아틀레티코는 유소년 영입 금지 조항을 어겨 선수를 등록할 수 없다. 지난 여름 영입된 비톨로가 라스 팔마스에서 6개월 임대 생활을 거치게 된 이유다.

그러나 '이적 금지'를 선언은 징계에 대한 대응만은 아니다. '내 식구'를 지키겠다는 의도도 읽힌다. 시메오네 감독의 축구는 조직력을 강조한다. 탄탄한 수비 전술을 펼치든, 전방부터 강하게 압박을 펼치든 선수들이 톱니바퀴처럼 움직인다. 많은 활동량은 덤이다. 아틀레티코의 끈끈한 축구에 녹아든 선수는 팀도 이적을 바라지 않고, 선수들도 쉽게 떠나려고 하지 않는다. 선수들은 높은 충성도를 보이고 있다. 첼시에서 불화 끝에 이적을 모색하는 디에고 코스타 역시 아틀레티코 복귀를 타진할 정도다.

지난해 9월 영국 매체 텔레그라프는 프랑스 TV 텔레풋을 인용해 "그리즈만이 시메오네 감독이 떠나지 않는다면 잔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그리즈만은 "시메오네가 다른 클럽으로 떠나는 것이 유일한 변수"라고 말했다.

"최악의 순간? 두 번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패했을 때. 특히 두 번째."

시메오네 감독은 또 다시 '도전'을 앞뒀다. 일단 프리메라리가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라는 두 '거함'을 앞에 두고 아틀레티코는 매년 도전자일 수밖에 없다. 시메오네 감독은 2013-14 시즌 두 빅클럽을 꺾고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차지했을 때를 최고의 순간으로 꼽았다. 이번 시즌에도 도전자지만 반란을 꿈꾼다.

도전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챔피언스리그는 아틀레티코, 그리고 시메오네 감독에게 아픈 기억으로 남았다. 2013-14 시즌과 2015-16 시즌 두 번이나 결승에 오르고도 지역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에 막혀 우승에 실패했다. 특히 승부차기까지 가 패배했던 2015-16 시즌을 두고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통스러웠다"고 표현했다.

아틀레티코 구단은 시메오네 감독의 뜻대로 주축 선수들을 지켰다. 시메오네 감독도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팀에 충성을 약속했다. 아틀레티코는 챔피언스리그 조별 리그 C조에 속해 첼시, AS로마, 카라바흐와 죽음의 조를 이뤘다. 새로운 홈 구장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아틀레티코는 클럽 최초 챔피언스리그 제패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아틀레티코가 쉽게 무너지지 않으리란 것은 확실하다.

▲ 2015-16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연장전을 앞두고 모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단. 이번 시즌엔 한을 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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