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빈 듀란트
[스포티비뉴스=조현일 해설 위원/전문 기자] NBA 오프시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가 선수들의 이적이다.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는 권리를 얻어 팀을 옮기는 선수들이 있는가 하면 팀의 일방적인 의사 결정으로 어쩔 수 없이 이적해야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전자의 경우, 종종 선수에게 비난의 화살이 쏠리곤 한다. 가장 가까운 예로 지난 2017년 여름 오클라호마시티 선더를 떠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로 이적한 케빈 듀란트가 있다. 

본인이 직접 무덤을 판 사례도 있긴 했지만 어쨌든 듀란트는 본인의 자유로 선택한 그 결정을 놓고 숱한 조롱과 비판을 받아야 했다. 듀란트를 향한 마뜩찮은 시선은 생애 첫 우승을 달성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반대로 이번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보스턴 셀틱스의 빅딜을 통해 유니폼을 갈아 입은 아이재아 토마스는 후자에 속한다.

토마스는 "여전히 힘들고 괴롭다. 한동안은 셀틱스 가족들이 많이 그리울 것 같다"면서 힘든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1년의 기간을 두고 상반된 과정을 통해 팀을 옮긴 이 두 슈퍼스타가 선수들의 충성심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토마스, 듀란트는 과연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아무리 비지니스라 해도...
지난 7일, 토마스는 '더 플레이어스 트리뷴'을 통해 장문의 글을 기고했다. 보스턴 셀틱스와 사랑에 빠졌던 이유, 트레이드 통보를 받은 심경, 새 팀 클리블랜드에 대한 기대감 등 여러 이야기들을 써내려갔다. 

이 와중에 선수 의사와 관계없이 팀을 떠나야 하는 고충을 제법 길게 토로했다. "참 아쉽다. 기분도 별로다. 순간적으로 케빈 듀란트가 생각났다. 듀란트가 팀을 옮겼을 때엔 엄청난 일들이 벌어진 것처럼 많은 말들이 오갔었다."

"이번 트레이드를 보자. 선수의 뜻은 1%도 반영돼 있지 않다. (트레이드로) 선수 한 명의 농구 인생이 완전히 바뀌어 버린다. 그런데도 (듀란트 이적과 달리) 별 일 없이 흘러간다"며 상반된 반응에 따른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뒤이어 토마스는 "듀란트처럼 선수가 자신의 뜻대로 팀을 옮기면 아주 시끄러워진다. NBA는 아직 멀었다는 걸 대변하는 일인 것 같다"며 "그렇다고 불평을 늘어놓는 건 아니다. 그냥 다음에 이런 일들이 또 일어났을 때 사람들이 이 트레이드를 보고 한 번 쯤은 재고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된다. 또, 트레이드를 논할 때 비즈니스 외에 충성심도 고려할 수 있는 사안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토마스는 '충성심'이라는 단어를 쓸 자격이 있는 선수다. 셀틱스 유니폼을 입고 뛴 기간은 2년 반에 불과했지만 30개월 동안 셀틱스 팬들 앞에서 보여준 열정, 희생, 지역 사회에 대한 관심은 보스턴에서 10년이상 활약한 선수 못지않았다. 

짧은 시간 프랜차이즈 스타로 올라선 175cm의 단신 선수는 부상을 입고도 열심히 뛰었다. 온전치 않은 몸으로 치열한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렀으며 매 경기 많은 수비수들을 달고 다녔다. 여동생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에도 결장 없이 코트를 밟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100일 뒤 그가 들은 이야기는 '트레이드'였다. 

TNT 해설위원이자 NBA 선수 출신인 케니 스미스는 "(선수 입장에서) 트레이드가 좋을 때가 있고 싫을 때도 있다. 그런데 여동생 사망 이후에도 경기를 뛴 선수를 내보냈다는 소식은 참 별로다. 팀에 충성심이 없다면 할 수 없었던 행동"이라며 셀틱스의 결정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케빈 듀란트의 생각은?
듀란트는 지난 8월, 빌 시먼스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충성심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네가 겪은 일과 딱 대비되는 상황이다. 토마스의 트레이드는 'NBA에 충성심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준 일"이라는 시먼스의 이야기에 듀란트는 이렇게 답변했다.

"우리 모두가 (NBA에 충성심은 없다는 걸) 이미 잘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법 오랜 시간 동안 이런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선수들은 잠을 자는 동안 트레이드된다. 불리한 상황에 놓이기도 했고. 반대로 누군가는 구단을 괴롭혔다. 충성심은 없다. 이건 돈이 엮여 있는 비지니스다."

뒤이어 듀란트는 "동료들, 구단 내 직원들과의 관계에는 로열티가 들어가 있을 수 있다. 지속될 수 있는 우정, 인연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페이퍼 상에 있는 숫자들"이라며 "최근에 선수들이 소속 팀을 떠나는 일 역시 비즈니스의 일부분일 뿐이다"라 말했다.  

이렇듯 듀란트는 더 이상 NBA에 충성심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2007년, NBA에 데뷔했을 땐 감정 50, 비즈니스 50인 줄 알았다. 하지만 결국에는 비즈니스더라"는 말로 이젠 생각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 아이재아 토마스

언제든 내쳐질 수 있다
데미안 릴라드는 NBA 최고의 충성심을 가진 선수로 꼽힌다. 틈만 나면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왔다. 지역 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지난 봄에는 동료들을 설득해 선수들이 받는 플레이오프 보너스를 25명에 달하는 구단 스태프에게 분배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팬들도 실력, 인성, 충성심까지 두루 갖춘 릴라드에게 많은 애정을 쏟고 있다. 

하지만 팀은 언제 생각이 바뀔 지 모른다. "종이 위 숫자가 가장 중요하다"는 듀란트의 말처럼 해당 선수의 연봉 규모나 얻을 수 있는 효과, 가치에 따라 얼마든지 트레이드 매물로 올릴 수 있다.

구단 입장에선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게 수뇌부의 역할이다. 또, 빅딜을 통해 팀이 나아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한다. 베테랑인 토마스와 듀란트도 이를 모를 리 없다. 다만 이들은 그 과정에서 비즈니스가 너무 많이 작용하며 선수가 자의로 이적할 때와 상황이 너무 다른 것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 

여기에 대한 뚜렷한 해결 방안은 없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듀란트처럼 안티, 헤이터가 생겨나거나 토마스처럼 깊은 상처를 받는 사례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선수 입장에선 스스로 대비하고 마음을 굳게 먹으면서 'NBA'라는 정글을 이겨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건 NBA 선수들이 갖춰야 할 또 다른 '스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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