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안산, 취재 조영준 기자 영상 임창만 기자] "13일 대표 팀이 다시 소집되는데 세계선수권대회 예선은 올해 가장 중요한 대회입니다. 목표는 당연히 본선 출전 티켓을 따는 것이죠. 좋은 경기력으로 팬 분들의 응원에 보답하고 싶어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태국에 졌는데 이번에는 꼭 이기고 싶습니다."

'배구 여제' 김연경(29, 중국 상하이)는 휴식기에도 여전히 바빴다. 2016~2017 시즌 터키 리그를 마친 그는 국제배구연맹(FIVB) 그랑프리 대회와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빡빡한 일정 속에 몸은 물론 마음마저 지친 그는 모처럼 꿀맛 같은 휴식기를 보냈다. 그러나 배구 외에도 그의 일정은 쉴 틈이 없었다.

김연경은 최근 일본에 다녀왔다. 늘 신어온 운동화 깔창을 교체하기 위해서다. 김연경은 JT마베라스에서 뛸 때부터 자신에 적합한 깔창을 일본에서 샀다. 시간이 날 때 일본을 찾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운동화 깔창을 일본에서 제작해서 신고 있어요. JT마베라스에 있을 때부터 제작해 주신 분이 계시죠. 그런 일도 있었고 그랜드 챔피언스 컵 한일전도 관전했어요. 나탈리아(페레이라, 브라질, 터키 페네르바체) 얼굴도 보고 왔죠."

▲ 김연경 유소년 컵 대회를 개최한 김연경 ⓒ 안산 상록수체육관, 스포티비뉴스

한국 배구 저변 넓히기 위해 나서 "생활 체육 활성화, 엘리트 체육으로 이어져야"

김연경은 9일부터 10일까지 이틀간 경기도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리는 김연경 유소년 컵 대회를 개최했다. 이 대회는 김연경의 소속사인 피피에이피가 주최하고 안산시 배구 협회가 주관한다. 그동안 김연경은 국내를 찾을 때 유소년 클리닉을 열었다.

그러나 배구의 저변을 넓히려면 대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김연경은 "배구는 축구 야구 등 인기 종목과 비교해 인지도가 떨어지고 제대로 된 시스템이 없어서 많은 이들이 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소년 대회를 개최해 취미 여가 활동으로 하는 어린 선수들이 엘리트로 가서 성장하는 토대를 만들고 싶다. 이렇게 하면 많은 어린이가 배구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여자 배구는 애타게 '제2의 김연경'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그는 "제2의 김연경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제2의 김연경은 없겠죠. 제2의 김연경이 아닌 '제1의 누구'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이 노력하고 열심히 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9일 안산체육관에는 김연경 유소년 컵에 출전한 전국 아마추어 초등학생 선수들이 모였다. 남녀 혼성으로 구성된 초등학교 팀들은 승부보다 배구 자체를 즐기는 데 초점을 맞췄다. 승자와 패자를 떠나 배구로 혼연일치가 된 어린 선수들은 "김연경 선수의 경기를 보고 배구를 좋아하게 됐다. 실제로 직접 하니 배구가 정말 재미있는데 앞으로 계속 하게 되면 김연경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며 코트를 누볐다.

▲ 김연경 유소년 컵 대회에 참여한 김연경(오른쪽)과 양효진 ⓒ 안산 상록수체육관, 스포티비뉴스

대표 팀, 에비 엔트리 포함한 24명이 모두 훈련하는 시스템 필요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의 아시아 경쟁국인 일본과 태국의 저력은 풍부한 선수층에서 나온다. 일본과 태국에는 김연경같이 세계적인 거포가 없다. 평균 키도 170대 중반으로 국제 대회에 출전하는 국가 가운데 가장 작다. 그러나 이들은 빠른 움직임과 탄탄한 조직력으로 세계 강호들을 위협한다.

반면 한국은 기초적인 대표 팀 시스템조차 갖추지 못했다. 이런 관습은 계속 이어졌고 여전히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연경은 유소년 대회를 열며 먼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장 현실 쪽으로 눈을 돌리면 일본과 태국처럼 탄탄한 선수층을 만들기는 어렵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그가 제시한 것은 예비 엔트리까지 포함한 24명이 함께 훈련하는 것이다.

"항상 얘기했지만 유소년 대회를 통해 많은 인프라가 생겨서 저변이 확대되면 좋은 선수가 많이 나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정말 먼 미래의 얘기죠. 지금 해결해야 할 문제는 대표 팀에 대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합니다. 24명 엔트리 선수들이 함께 훈련해야 합니다. 그러면 예비 후보 선수들도 대표 팀 시스템에 녹아들 수 있고 세대교체가 됐을 때 기존 체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김연경은 "그랑프리는 4~5주간 진행된다. 이런 일정을 같은 멤버가 모두 출전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더라"며 꼬집었다. 국내와 유럽을 오가는 그랑프리 일정은 매우 빡빡하다. 이런 스케줄을 특정 선수들이 모두 해내는 것은 문제가 많다. 주전 선수들은 '지옥 스케줄'에 모두 지쳤고 양효진(28, 현대건설)은 아시아선수권대회 8강 플레이오프 도중 허리 통증으로 코트에 쓰러졌다.

이런 점을 극복하려면 주전 선수들을 받쳐주는 후보 멤버들의 존재가 필요하다. 실제로 다른 국가들은 그랑프리에서 선수들을 적절하게 교체하며 운영했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는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이런 시스템은 한국 여자 배구 발전을 위해 시급하다.

▲ 2017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 김연경(왼쪽)과 황민경(오른쪽에서 두 번째) ⓒ Gettyimages

뒤늦게 국제 대회에서 재평가 황민경 칭찬, 세계선수권대회 본선 진출권 획득이 목표

올해 한국이 그나마 국제 대회에 출전하며 얻은 보배는 단연 황민경(27, 현대건설)이다. 청소년 대표 시절 이후 국제 대회에 출전할 기회가 없었던 황민경은 부상으로 대표 팀에서 빠진 강소휘(20, GS칼텍스) 대신 태극 마크를 달았다.

황민경은 그랑프리와 아시아선수권대회 그리고 그랜드 챔피언스 컵에 모두 출전하며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감독님이 평가하시겠지만 황민경 선수는 선배와 주장의 측면에서 볼 때 정말 좋은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실력도 그렇지만 훈련에 임하는 자세도 모범적이죠. 황민경 선수와 훈련하면서 느낀 점은 정말 열심히하고 후배들에게는 배울 수 있는 점이 많은 선배입니다."

한국은 지난달 필리핀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 준결승전에서 태국에 세트스코어 0-3으로 완패했다. 세계선수권대회 예선은 태국에서 열린다. 한국은 태국에 설욕할 기회를 잡았다.

김연경은 "세계선수권대회 예선은 올해 가장 중요한 대회"라고 강조했다. 이어 "목표는 본선 티켓을 따는 것이다. 좋은 경기력으로 팬 분들의 응원에 보답하고 싶다. 태국은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졌는데 이번에는 꼭 이기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김연경은 "태국에 설욕하는 것에만 욕심을 내지 않고 목표인 세계선수권대회 본선 티켓을 확보하는 데 더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대표 팀은 오는 13일 소집된다. 짧은 휴식을 마친 김연경은 최근 화장품 CF도 촬영했다. 그는 "주변 분들이 매우 예쁘게 나왔다고 칭찬하신다. 저도 잘 나와서 만족한다"며 웃으며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