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V NEWS=조영준 기자] 18세의 올림픽 챔피언. 일반적인 상식으로 생각하면 앞날이 창창한 기대주이자 에이스로 비쳐진다. 그러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 러시아)에게 소치동계올림픽 금메달은 커다란 짐이 되어버렸다.

러시아 선수권에 불참한 소트니코바는 결국 올 시즌 유럽선수권에 출전하지 않는다. 한 때 러시아 빙상경기연맹의 선처로 유럽선수권 출전에 대한 가능성이 조금 열렸다. 하지만 끝내 소트니코바는 유럽선수권이 열리는 스웨덴 행 비행기에 오르지 않는다.

AP통신은 지난 28일(한국시각) 알렉산더 고르시코프 러시아 빙상경기연맹회장을 인용해 소트니코바가 유럽선수권 출전자 명단에서 제외된 사실을 전했다.

고르시코프 러시아연맹 회장은 "유럽선수권에 출전할 선수는 기본적으로 러시아선수권에서의 성적으로 정해진다"면서 소트니코바가 명단에서 제외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로써 소트니코바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 금메달 획득 이후 올해 단 한 번도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주니어 선수들이 출전한 자국대회에서 모습을 나타낸 것이 유일하다. 이 대회에서 소트니코바는 실수를 연발하며 부진한 경기를 펼쳤지만 예술점수(PCS)에서 후한 점수를 받아 겨우 1위에 오르며 체면치레를 했다.

역대 피겨 스케이팅 올림픽 챔피언들은 어떤 길을 갔을까. 80년대를 주름잡은 카타리나 비트(독일)는 1984년(사라예보)과 1988년(캘거리) 동계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뒤 은반을 떠났다. 하지만 1992년 릴리함메르 동계올림픽에 복귀해 7위에 그쳤다. 그러나 29세의 나이에 올림픽 출전의 의지를 보인 그는 성적과는 관계없이 관중들의 갈채를 받았다.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크리스티 야마구치는 최종 목표를 이룬 뒤 미련 없이 은퇴를 선언했다. 1994년 릴리함메르 동계올림픽 우승자인 옥사나 바이울(우크라이나)도 현역 선수 생활을 접었고 1998년 나가노 올림픽에서 역대 최연소(만 15세)로 금메달리스트가 된 타라 리핀스키(미국)도 더 이상 선수 생활을 이어가지 않았다.

리핀스키의 경우 어린 나이를 생각할 때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2002년 당대의 스케이터인 미셸 콴(미국)과 이리나 슬루츠카야(러시아)를 제친 사라 휴즈(미국)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2006년 일본 최초로 피겨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아라카와 시즈카도 올림픽을 끝으로 은반 위를 떠났다.

이렇듯 올림픽 피겨 여자싱글 챔피언들은 최종목표를 이룬 뒤 현역 선수 생활을 접었다. 김연아(24)는 비트 이후 처음으로 올림픽 2연패에 도전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싱글 역대 최고 점수(228.56점)로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메달 색깔과는 상관없이 소치 올림픽에서 자신의 현역 생활을 마감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큰 실수 없이 경기를 마쳤다. 하지만 엄청난 거품 점수를 받은 소트니코바를 이기기엔 처음부터 무리였다. 자국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금메달리스트가 된 소트니코바는 올해 3월 일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 불참했다. 이후에도 어떠한 국제대회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소트니코바가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꼽는 것은 발목 부상이다. 피겨 선수들은 늘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산다. 주니어 시절부터 큰 부상 없이 꾸준하게 경기에 출전했단 점이 소트니코바의 장점 중 하나였다. 하지만 소치올림픽이 끝난 뒤에는 그동안 없었던 큰 부상을 이유로 들며 은반 위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또한 올림픽 이후 불어난 체중으로 인해 경기를 치를 몸이 아니라는 설도 있다.

자국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밀린 점도 그의 입지를 좁혔다. 주니어 시절 라이벌이었던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18, 러시아)는 올 시즌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랑프리 파이널의 최종 승자가 됐고 러시아 선수권에서는 2위에 올랐다. '다크 호스'인 엘레나 라디오노바(16, 러시아)는 러시아 선수권 우승자가 됐고 안나 포고릴라야(16, 러시아)도 건재하다.

여기에 올해 러시아 선수권 3위에 오른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15)와 같은 어린 유망주들도 지속적으로 배출되고 있다. 한국이 김연아 만에게만 의지했던 것과는 달리 러시아는 피겨 선수 자원이 풍부하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소트니코바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올 시즌 소트니코바가 나올 수 있는 대회는 세계선수권 뿐이다. 하지만 이 대회도 자국 대회 성적을 기반으로 출전 선수가 결정된다. 소트니코바가 이 대회에 출전하려면 러시아 연맹의 특혜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