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 기자] UFC 여성 밴텀급 챔피언 아만다 누네스(29, 브라질)가 타이틀 2차 방어에 성공했다.

10일(한국 시간) 캐나다 에드먼턴 로저스 플레이스에서 열린 UFC 215 메인이벤트에서 발렌티나 셰브첸코(29, 키르기스스탄)에게 5라운드 종료 2-1(48-47,47-48,48-47)로 판정승했다.

누네스는 지난해 7월 UFC 200에서 미샤 테이트를 1라운드 3분 16초에 리어네이키드초크로 꺾고 챔피언이 됐다. 지난해 12월 UFC 207에서 론다 로우지에게 48초 만에 KO승을 거둬 처음 타이틀을 방어했다.

초대 챔피언 로우지가 여섯 차례 타이틀을 방어하고 왕좌를 빼앗긴 뒤, 여성 밴텀급은 절대 강자 없이 혼전 양상이었다. 론다 로우지→홀리 홈→미샤 테이트→아만다 누네스로 챔피언벨트의 주인이 계속 바뀌어 왔다.

누네스는 강적 셰브첸코를 박빙의 승부 끝에 이기고 롱런의 발판을 마련했다.

둘 다 조심스러웠다. 무에타이 챔피언 출신인 사우스포 셰브첸코의 카운터 공격을 경계한 누네스는 케이지 중앙을 차지하고 압박하되 깊게 들어가진 않았다. 자신의 거리에서 잽과 오블리크킥으로 셰브첸코를 견제했다.

셰브첸코는 뒤로 몰리면 타이밍을 보고 있다가 슈퍼맨펀치를 뻗고 로킥을 연결했다. 누네스가 펀치를 크게 휘두르면 반사적으로 카운터 공격을 시도했다. 4라운드까지 장군멍군이었다.

누네스나 셰브첸코 모두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고도의 수 싸움이 계속됐다. 그러다가 5라운드 흐름에 변화가 찾아왔다. 누네스가 태클을 처음 시도하고 클린치를 잡아 셰브첸코를 펜스로 몰았다. 셰브첸코의 목감아치기를 막아 백포지션을 잡았고, 다시 테이크다운에 성공해 점수를 땄다.

결국 마지막 테이크다운 싸움의 우위가 승패를 갈랐다. 5라운드를 가져간 누네스가 두 명의 심판에게서 48-47 채점을 받은 것. 하지만 관중들은 야유를 보내면서 누네스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셰브첸코도 목에 핏대를 세웠다. "판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 내 얼굴은 깨끗하다. 누네스의 얼굴을 봐라. 코가 빨개졌다. 난 킥에 힘을 실어서 찼다. 그라운드에서도 내가 더 적극적이었다"면서 흥분했다.

누네스는 6연승을 이어 가면서 15승 4패가 됐다. 셰브첸코는 14승 3패가 됐다.

[웰터급] 작지만 단단하다…RDA 2연승

전 라이트급 챔피언 하파엘 도스 안요스(32, 브라질)는 키 173cm다. 웰터급에서 경쟁하기엔 크지 않은 키다. 이번 상대 닐 매그니(30, 미국)는 키 190cm의 장신. 리치 차를 뚫기 힘든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도스 안요스가 매그니를 너무 손쉽게 잡았다. 1라운드 초반 테이크다운에 성공하고 위에서 풀마운트까지 패스한 다음, 암트라이앵글초크로 매그니에게 탭을 받았다. 경기 시작 3분 43초 만이었다.

지난해 라이트급에서 2연패하고 올해 웰터급으로 올라온 도스 안요스는 타렉 사피딘에 이어 랭킹 6위 매그니를 잡아 타이틀 도전권에 가까이 다가갔다. 랜디 커투어, BJ 펜, 코너 맥그리거에 이어 UFC 두 체급 챔피언에 오를 수 있다고 자신한다.

도스 안요스는 "난 챔피언 타이틀 우들리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5라운드 내내 같은 페이스로 전진 압박한다. 우들리를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도스 안요스는 27번째 승리(9패)에 기뻐했지만, 매그니는 무기력한 패배에 고개를 숙였다. 뼈아픈 6번째 패배(19승)였다.

정맥 주사(IV)가 금지된 후, 감량 폭이 컸던 여러 파이터가 체급을 올려 활동하고 있다. 웰터급에서 미들급으로 올라간 조니 헨드릭스와 켈빈 가스텔럼은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은 상태. 도스 안요스의 도전이 관심을 모은다.

[플라이급] 드미트리우스 존슨이 보내는 축하의 박수

도전자 랭킹 3위 레이 보그는 감량 중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챔피언 드미트리우스 존슨과 타이틀전이 UFC 215 이틀 전 취소됐다.

랭킹 2위 헨리 세후도(30, 미국)와 5위 윌슨 헤이스(32, 브라질)에겐 반가운 소식이었다. 덕분에 둘의 경기가 언더 카드에서 메인 카드로 올라왔다. 게다가 보그에게 타이틀 도전권이 바로 가지 않을 경우, 여기서 이기면 타이틀 재도전 기회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매치 메이커 션 셜비와 맥 메이나드에게 점수를 딴 건 세후도였다. 세후도가 헤이스에게 2라운드 46초 오른손 카운터펀치에 이은 파운딩 연타로 TKO승을 거뒀다. 케이지 옆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챔피언 존슨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세후도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레슬링 자유형 55kg급 금메달리스트로, 옥타곤에서 한 번도 테이크다운을 허용하지 않은 레슬링 강자다. 이 경기에서 일취월장한 타격 실력을 뽐냈다.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는 가라테 스텝으로 헤이스를 혼란 속에 빠뜨렸고, 타이밍 좋은 카운터 공격으로 주도권을 잡았다.

헤이스는 세후도의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했다. 결국 펀치를 뻗다가 카운터펀치를 얻어맞고 쓰러졌다.

세후도는 10승 무패를 달리다가 챔피언 존슨, 랭킹 1위 조셉 베나비데즈에게 져 2연패했다. 하지만 패배 경험이 그를 더 단단하게 했다. 월드 클래스 레슬링에 만만치 않은 타격을 붙여 종합격투기 파이터 완성형에 다가갔다.

케이지 옆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존슨은 11번째 승리를 따낸 세후도에게 "잘했네. 많이 좋아졌네"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박수를 보냈다. 자신이 더 뿌듯해했다.

지난 4월 존슨에게 종합격투기 첫 서브미션(암바) 패배를 허용하고 자존심을 구긴 헤이스는 레슬러의 펀치를 맞고 2연패에 빠지고 말았다. 통산 전적은 22승 8패가 됐다.

[라이트헤비급] 유망주 페드로의 첫 패배

지난 5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UFC 휴양회는 소속 선수들이 모여 휴가를 즐기는 자리였다. 행사장에 펀칭 머신이 하나 놓여 있었다. 여러 파이터들이 지나가다가 재미 삼아 한 번씩 펀치를 휘둘렀다. 점수 1위는 바로 타이슨 페드로(25, 호주)였다. 사모아 혈통 강골의 위력이 여기서 드러났다.

하지만 아직 경험이 모자랐다. 레슬러 출신 일리르 라티피(34, 스웨덴)의 테이크다운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 1라운드 두 번, 2라운드 한 번, 3라운드 1번 밑에 깔렸다. 탱크처럼 밀고 들어오는 라티피의 공세에 페드로의 기습 하이킥은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 3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가드포지션에서 일어나지 못해 0-3(28-29,28-29,27-30)으로 판정패했다.

파이터였던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무술을 시작하고 종합격투기 파이터가 된 페드로는 2013년 데뷔해 6승 무패 전적을 쌓고 있었다. 라이트헤비급에 새 바람을 일으킬 젊은 강자로 손꼽히고 있다. 랭킹은 13위. 이번이 톱 10에 진입할 기회였으나 전력 차이를 절감하면서 첫 쓴잔을 마셨다. 레슬링 보강이 필요해 보인다.

3연승하다가 지난해 9월 라이언 베이더에게 KO로 졌던 랭킹 10위 라티피는 유망주를 잡고 저력을 자랑했다. 13번째(5패 1무효) 승리를 차지한 뒤 "페드로가 젊은 선수라 독특한 킥을 찼다. 그런 스타일에 맞춰 대응했다"고 밝혔다.

[페더급] 멜렌데즈 낮은 로킥에 절뚝절뚝

길버트 멜렌데즈(35, 미국)는 스트라이크포스 라이트급 챔피언이었다. UFC 밖에서 가장 강한 파이터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2013년 옥타곤에 들어와선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벤슨 헨더슨·앤서니 페티스·에디 알바레즈에게 졌다.

2015년엔 약물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여 1년 출전 징계가 떨어졌다. 1년 만에 돌아온 지난해 7월엔 에드손 바르보자에게 판정패해 고개를 떨어뜨렸다. 최근 5경기 1승 4패,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다.

그의 선택은 페더급 전향이었다. 그런데 여기서도 활로를 찾지 못했다. 제레미 스티븐스(31, 미국)의 오른발 낮은 로킥에 승기를 빼앗겼다. 1라운드부터 왼쪽 정강이 통증에 절뚝거리다가 서 있을 수 없어 뒤로 드러누웠다.

다리가 불편한 멜렌데즈는 2라운드 이판사판으로 전진 압박 작전을 선택했다. 로킥을 경계하다가 뒤로 빠지면 오히려 가능성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편한 다리로 경험 많은 타격가 스티븐스를 잡기는 힘들었다.

스티븐스는 3라운드까지 스텝을 가볍게 밟고 힘을 뺀 펀치를 뻗으며 기동력을 잃은 멜렌데즈를 공략했다. 스티븐스의 3-0(30-26,30-26,30-25) 판정승.

멜렌데즈의 투혼은 빛났지만 결과는 4연패였다(전적 22승 7패). 마지막 승리는 2013년 10월 디에고 산체스에게 따낸 것. 페더급에서 생존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스티븐스는 최근 2연패를 끊었다. 비장의 낮은 로킥으로 26번째(14패) 환희를 맛봤다. 이번 경기를 위해 결혼 날짜까지 미룬 스티븐스는 약혼녀에게 값진 결혼 선물을 안겼다. "이 경기를 허락한 내 약혼녀는 최고의 여성이다. 2주 후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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