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하면 홈런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은퇴 투어에서 멋들어진 홈런포가 하나씩 터진다면 그 보다 더 멋진 선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승엽의 생각은 좀 다른 듯 하다. 일단 안타를 치고 팀이 이기는데만 정신이 쏠려 있다. 괜히 말로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그의 행동에서 그 절실함을 읽을 수 있다.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서면 이전에 보지 못한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이승엽의 배트 밑둥(노브) 부분에 테이핑이 감아져 있는 것이다.
노브 부분에 테이핑을 하는 것은 컨텍트형 타자들이 주로 쓰는 방벙이다. 방망이를 짧게 틀어 쥐기 쉽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테이핑을 밑둥에 감아두면 스윙이 짤아지며 원심력도 줄어든다. 맞히는데는 유리하지만 멀리 보내는데는 큰 도움이 안 된다.
이승엽은 홈런 타자다. 따라서 이런 테이핑과는 거리가 멀다. 과거 너무 안 맞을 때 서너 차례 시도해본 적은 있지만 확실하게 그 방법을 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작은 지난 주 부터였다. 스윙 스피드가 너무 떨어졌다는 판단이 섰고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테이핑을 하고 방망이를 짧게 잡기 시작한 것이다.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들은 방망이를 최대한 길게 잡는 것이 자존심이다. 그렇게 원심력을 만들어 최대한 타구를 멀리 보내는 것이 존재의 이유다.
이승엽은 "요즘 배트 스피드가 떨어져 좀처럼 타구가 앞으로 나가질 않는다. 테이핑을 그 때문에 한 것이다. 스피드를 조금이라도 빨리 하려고 노력하다보면 안타도 나올 수 있다. 다른 이유는 없다. 오로지 안타를 쳐서 팀 승리에 보탬이 되고 싶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홈런 하나로 한국 프로야구를 평정한 이승엽에게도 이 명제는 똑같이 적용된다. 게다가 은퇴투어다. 이승엽이 자주 쓰는 말로 '하나만 얻어걸려도' 박수를 받을 수 있는 무대다. 여기에 팀 성적에 대한 부담도 없는 상태다. 삼성은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는 순위에 랭크해 있다. 말 그대로 힘 껏 스윙하며 한 방을 노려볼 수 있는 좋은 찬스다.
하지만 이승엽은 달랐다. 홈런이 나오면 더 큰 박수를 받을 수 있는 무대에서 홈런 보다는 일단 치고 나갈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스스로를 "안타가 나오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 살기 위한 노력"이라고 낮추면서 말이다.
이승엽이 자신의 커리어 중 어느 한 순간에 테이핑을 감았다 해도 큰 뉴스거리가 됐을 터다. 그러나 지금은 마지막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한 껏 멋을 부려도 누가 뭐랄 사람 하나 없다. 하지만 이승엽은 야구 인생의 마지막에 하지 않던 테이핑을 방망이에 감았다. 마치 테이블 세터 들이 그러는 것 처럼. 부끄러움? 없다고 했다. 안타를 칠 수 있고 그것으로 팀이 이길 수 있으면 그만이라고 했다.
이승엽이 남긴 기록은 언젠가 깨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승엽의 테이핑은 그래서 눈물 겹도록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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