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태용 ⓒ스포티비뉴스

[스포티비뉴스=을지로, 조형애 기자] "많이 괴롭히세요, 이젠 단련이 돼가지고요(웃음)."

"많이 괴롭히겠다"는 기자단의 농담에 대한 신태용 한국 축구대표 감독의 대답이다. 칭찬과 비판의 경계를 늘 아슬아슬하게 걸을 수밖에 없는 숙명. 신 감독은 "이제 단련이 됐다"면서 너털웃음을 지었다.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두 경기를 남기고 '소방수'가 된 신 감독은 일단 급한 불을 껐다. 이란와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2무를 거두며,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라는 대업을 이뤘다. 하지만 영광만큼 상처도 컸다. 경기력과 경기 운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이곳저곳 '잔불'이 남았다. 월드컵 본선 진출 확정 뒤 했던 헹가래는 논란이 됐고, 여기에 거스 히딩크 부임설이 축구 팬의 큰 호응을 얻는 지경에 이르렀다.

11일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신사옥에서 열린 '평창 올림픽 대회 성공기원 기념화폐 가입식'에 참석한 신 감독의 표정은 미묘했다. 옅은 미소가 있었지만, 평상시처럼 여유가 있어 보이진 않았다. 본선 진출을 축하하며 꽃다발이 전해졌을 때도 마찬가지. 오히려 그는 민망해 보였다.

평창올림픽 기념화폐 1호 가입자가 된 신 감독의 축하 인사는 유독 짧았다. 축구계의 유명한 달변가인 신 감독이지만 "짧게 한마디만 하겠다"고 하고 정말 짧게 말했다.

"평창 올림픽 성공적 개최와 한국 축구 러시아 월드컵 16강 진출을 동시에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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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올림픽이 주인공이었던 행사. 당초 대표팀 상황과 관련한 인터뷰는 예정돼 있지 않았지만, 잠시 신 감독이 카메라 앞에 섰다. 신 감독은 내용보다 결과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언급하며 '신태용 축구'를 보여주지 못한 것에 아쉬워했다.

"2연전은 개인적으로도 힘든 점이 있었고, 무조건 통과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높았다. 신태용 축구를 보여주지 못해 축구 팬들이 실망한 것을 알고 있다. 남은 시간 동안 잘 준비해 희망을 전하도록, 잘 하도록 하겠다."

신 감독은 담담하게 자신을 둘러싼 여론을 이야기했다. 그도 '실망'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내일을 이야기했다. "하나하나 거쳐가는 과정"이라면서 "선수단에 서서히 내 축구를 입혀가는 것을 중점적으로 하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장 시험대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 신 감독은 바빠 보였다. 그는 당장 이날부터 해외파 위주로 선수들을 일일이 체크하면서 오는 10월 러시아·튀니지와 평가전을 준비할 예정이다. 선발 기준은 명확하다. "패스 타이밍이나 볼 터치를 공격적으로 하는 선수". 즉 2경기 연속 무득점 무승부를 거두며 미처 다 보여주지 못한 '신태용 축구'를 할 선수를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높았던 기대만큼 매도 거칠게 맞았던 신 감독. "괴롭혀 달라, 단련됐다"는 말에 그 동안의 상처와 '이젠 보여주겠다'는 굳은 의지가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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