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로나 vs 피오렌티나 전반전 포진도 ⓒ김종래 디자이너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피오렌티나와 경기에서 엘라스베로나는 거의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무력하고 완전한 패배였다. 0-5 스코어에서 드러나듯 실력 차이가 확실했다. 베로나는 지난 2016-17시즌 이탈리아 세리에B 2위로 승격한 팀이고, 피오렌티나는 세리에A 8위를 기록했다. 

실력 차이가 있다고, 경기를 포기할 수는 없다. 2라운드 크로토네와 원정 경기에서 승점 1점을 거둬온파비오 페키아 감독은 오답 노트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베로나는 향후 일정이 첩첩산중이다. 리그 19위, 강등권으로 추락한 가운데 4라운드 AS로마(17일 새벽 3시 45분, SPOTV 생중계), 5라운드 삼프도리아(21일 새벽 3시 45분), 6라운드 라치오(25일 밤 19시) 등 세리에A를 대표하는 강팀을 줄줄이 만난다.


◆ 5골 내주고 무너진 베로나, 전방 압박 ‘실종’

피오렌티나와 경기에서 드러난 베로나의 전술적 허점은, 첫 번째로 부실한 전방 압박이다. 리그 초반 두 경기에서는 거취 문제가 최종 확정되지 않았던 주장 잠파올로 파치니가 조커로 들어갔는데, 오히려 미드필더 다니엘 베사(나폴리전), 윙어 모하메드 파레스(크로토네)를 가짜 9번으로 활용한 것이 효과가 있었다. 두 선수 모두 활동량이 좋아 ‘피니셔’ 파치니 보다 왕성하게 움직였다.

파치니가 가진 ‘한 방’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파치니가 상대 후방 빌드업을 1차적으로 제어하지 못하면서 좌우측면에 선 파레스와 다니엘레 베르데도 측면 미드필더 영역으로 밀려 내려오며 수비를 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특히 베르데는 수비 상황에서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다. 

경기 시작 2분 만에 선제골을 허용해 심리적으로 흔들린 것도 문제였지만, 전진한 수비 라인 뒤쪽으로 찔러 들어오는 피오렌티나의 스루패스를 속수무책으로 허용한 것은 후방 수비 보다 전방 수비, 나아가 중원 수비의 책임이 크다. 

이승우가 피오렌티나와 경기의 벤치에 앉았지만, 후반전 교체 투입 기회를 잡을 수 없었던 이유는 이른 대량 실점이다. 베로나는 전반전에만 3골을 내줬고, 후반전 시작과 함께 두 장의 교체 카드를 썼다. 수비수 알렉스 페라리, 레프트백 사무엘 수프라엥을 빼고 라이트백 호물루와 공격수 모이스 켄을 투입했다. 포메이션 변화는 아니었다. 라이트백으로 나선 마르틴 카레세르가 센터백 페라리의 자리로 가고, 왼쪽 윙어 파레스가 레프트백으로 내려왔다. 호물루는 본래 자리인 라이트백에 배치됐다.

▲ 베로나 vs 피오렌티나 후반전 포진도 ⓒ김종래 디자이너


◆ 성공적으로 베로나에 녹아든 켄, 이승우의 실질 경쟁자는 베르데

베로나 데뷔전을 치른 만 17세의 유벤투스 유망주 켄은 공격진 가운데 공을 소유했을 때 가장 묵직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피지컬 능력에 자신감이 있었고, 공간을 찾아 움직이는 위치 선정도 좋았다. 켄 홀로 무언가를 만들기는 어려웠지만, 향후 활용도는 확인했다. 

지난 2016-17시즌 유벤투스에서 만 16세의 나이로 프로 데뷔전을 치른 켄은 최전방 공격수 자리가 익숙하지만, 피오렌티나와 경기에서는 왼쪽 윙어 자리를 기반으로 중앙으로 침투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 자리는 이승우가 가장 선호하는 포지션과 겹친다.

켄이 들어와 활기를 불어 넣었고, 파치니가 전형적인 스트라이커로 자리하는 가운데 베르데가 이승우와 교체될 수 있는 후보자였다. 베로나는 후반 25분 중앙 미드필더 브루노 수쿨리니를 마티아 발로티로 교체했는데, 수쿨리니가 경기 전 경미한 부상을 입고 있던 상황이라 풀타임을 소화하기 어려웠다. 더불어 중원 지역의 체력과 볼 배급에도 문제가 있었다. 이승우가 교체 투입 기회를 받을 수 없던 이유다.

▲ 먼저 베로나 데뷔전을 치른 모이스 켄은 경쟁자보다 상생해야 할 존재다 ⓒ게티이미지코리아


후반 45분 간 켄은 충분한 가능성을 보였다. 로마와 경기에선 켄과 파치니가 투톱처럼 뛸 수도 있고, 베르데 대신 이승우가 가세할 수도 있다. 이승우 역시 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후반 교체 투입으로 예열하고 선발 기회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전격 선발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지만, 19위로 떨어진 팀 순위, 로마 원정이라는 어려운 경기라는 점에서 교체 투입이 유력하다.

켄과 파치니의 존재감이 확실한 가운데 파레스는 전방에서 가장 부지런한 선수다. 베르데가 로마에서 임대영입으로 데려온 선수라는 점에서 이승우가 후반전 분위기 반전을 위한 조커로 투입될 수 있다. 로마전에서 잘한다면, 향후 일정에서 베르데와 주전 경쟁에 앞설 수 있다. 

◆ 이승우 미션, 압박하며 찔러라

앞서 설명한 베로나의 전술적 문제는 전방 압박과 수비다. 이승우가 페키아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해선 앞에서 많이 뛰면서 수비해줘야 한다. 노장 파치니의 활동력 부족을 메워줘야 한다. 역습 상황에서 직선적으로 과감하게 파고드는 본인의 장점을 보여준다면, 베르데나 파레스와의 포지션 다툼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보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수비 해야 하는’ 베로나에서 헌신적인 팀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 이승우는 전방 압박 가담이 부족한 파치니를 커버하며 기회를 도모해야 한다. ⓒ베로나 공식 트위터


이승우는 FC바르셀로나 유소년 팀 입성 초기에 가짜 9번 역할로도 많이 뛰었다. 파치니의 컨디션 상황에 따라 켄이 전방으로 올라가거나, 이승우가 가짜 9번 역할을 번갈아 할 수 있는 상황도 올 것이다. 파레스와 켄이 좌우에 서고 이승우가 가짜 9번으로 나서면 아직 피지컬적으로 더 성장하고, 전방 수비 숙제를 극복해야 하는 이승우에겐 활약이 더 용이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알제리와 프랑스 국적을 모두 갖고 있는 파레스도 1996년생으로 어리다. 파치니를 앞선 두 경기처럼 후반 조커로 활용하고 젊은 스리톱을 구성해보는 것도 페키아 감독이 고려해볼 만한 옵션이다. 어떤 형태로든 이승우의 세리에A 데뷔는 빠르게 이뤄질 것이다. 

기회가 주어지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어진 기회를 잘 움켜쥐는 것이 중요하다. 로마전의 활약은 전 유럽에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충분하다. 로마는 베로나를 만나기 앞서 스페인 클럽 아틀레티코마드리드와 UEFA챔피언스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 이승우도 이 경기를 면밀히 살피며 상대의 약점을 연구해야 한다.

글=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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