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분업화가 이뤄진 현대 프로 야구에서 투수와 타자로 모두 성공한 선수는 찾기 힘들다. 아니, 이제는 보기가 어렵다. 과거 메이저리그에 베이브 루스가 있다면 KBO 리그 초창기에는 김성한이 있었다. 지난해에는 일본 프로 야구의 '이도류' 오타니가 지명타자와 투수 2개 포지션에서 퍼시픽리그 베스트 팀에 뽑혔다. 이정도다.
이제 강백호의 차례다. kt 김진욱 감독이 이미 투타 겸업 가능성을 열어 둔데다, 스카우트 팀에서도 타자와 투수 모두 재능이 뛰어나다는 호평을 내렸다. 단, 투타 겸업이라는 공통점이 있을 뿐 더 안쪽을 보면 강백호는 '제2의 누구' 아닌 그만의 길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김진욱 감독은 드래프트를 앞둔 시점에서 "만약 kt에 오게 된다면 투수나 타자나 직접 해보고 정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선수가 직접 프로에서 느껴 봐야한다"고 말했다. 노춘섭 스카우트 팀장의 의견은 더 구체적이다. 그는 "타자로 나간다면 주 포지션은 외야수가 적합하다고 본다. 타격 능력을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투수는 선발보다는 중간이 낫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 해태 김성한의 짧았던 투타 겸업
1982년, 한국에 프로 야구가 처음 생긴 해다. 해태 김성한은 소규모로 꾸려진 팀 사정상 투수와 야수를 겸직했다. 데뷔 시즌 26경기에서 106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했는데 선발로 나선 경기는 5번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완투 3번, 완봉승 1번을 달성했다.
타자로는 지명타자 출전이 많았다. 그래야 경기 도중 김성한을 마운드에 올려도 지명타자를 빼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야수 출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강백호의 사례와 다른 면이 있다.
김성한은 타자로 타율 0.305, 13홈런을 기록했다. 원년 이후 김성한이 투수로 나오는 일은 많지 않았다. 등판 기록이 있는 것도 1983년과 1985년, 1986년이 전부다. 통산 41경기 167이닝 가운데 대부분이 1982년에 집중됐다.
◆ 외야수-선발투수, 오타니의 시작
메이저리그를 꿈꾸던 오타니를 어렵게 설득한 닛폰햄, 이제 프로에서 그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고민거리였다. 2013년 시즌을 앞두고 오타니는 유격수와 투수를 맡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시범경기에서는 주로 우익수로 나왔다. 정규 시즌에서는 우익수로 51경기, 좌익수로 5경기에 출전했다. 타자 오타니의 데뷔 시즌 성적은 타율 0.238에 2홈런 20타점 OPS 0.660이었다.
강백호는 포수에서 외야수로 포지션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 여기까지는 오타니와 비슷하다. 그러나 투수로 맡게 될 보직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오타니는 선발로 11경기, 구원으로 2경기에 등판해 61⅔이닝을 던졌다. 평균자책점은 4.23으로 눈에 띄는 수준이 아니었다. 볼넷은 33개를 기록했다.
강백호와 kt가 유심히 봐야 할 점이 있다. 오타니에게 첫 시즌은 '투타 겸업'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기였다. 닛폰햄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 오타니는 2년째 시즌부터 양쪽에서 잠재력이 폭발했다. 타자로 87경기 타율 0.274, 10홈런 31타점 OPS 0.842를 기록했다. 투수로는 24경기에 선발 등판해 11승 4패, 평균자책점 2.61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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