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취재 조영준 기자, 영상 임창만 기자] 2000년, 당시 실업 팀이던 현대건설에 입단한 한유미(35, 현대건설)는 어느덧 19번째 시즌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 여자 배구 공격수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코트를 지키고 있는 그는 20년째에 한 걸음 다가섰다.

주니어 시절부터 그는 한국 여자 배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거포로 평가됐다. 프로 입단 이후 국내 리그는 물론 국제무대에서도 한유미는 성장세는 거침없었다. 그러나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이후 그의 미래는 불투명했다. 선수로 장수하기는 어렵다는 소리도 들었다. 그러나 한유미는 17년간 코트를 지켰고 18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도 아픈 몸을 이끌며 13일 개막하는 코보컵과 2017~2018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언제까지 뛸지에 대한 질문을 받으며 말하기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만 하고 그만해야지 하는 생각을 계속했다. 이런 생각으로 그동안 시즌을 치렀다"고 덧붙였다.

한유미는 국내 윙 스파이커들의 좋은 본보기가 됐다. 국내 윙 스파이커 가운데 일찍 코트를 떠나거나 부상으로 소식도 없이 사라진 이들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공격수도 장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예전에는 서른이 넘으면 은퇴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외국인 선수들은 '배구는 서른부터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 선수들은 '왜 너희들은 일찍 은퇴를 하나'라고 반문했죠. 본인이 몸과 체력 관리를 잘 하면 윙 스파이커도 충분히 오랫동안 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속 팀인 현대건설은 올 시즌을 앞두고 황민경(27, 현대건설)을 영입했다. 현대건설의 날개 공격진은 황민경의 가세로 풍부해졌다. 한유미는 "시즌을 앞두고 황민경 선수가 가세했다. 그래서인지 올 시즌을 편하게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밝혔다.

코보컵을 눈앞에 둔 그는 몇몇 동료와 시간을 냈다. 절친한 후배 김연경(29, 중국 상하이)이 개최한 유소년 컵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지난 9일 안산시 상록수 체육관을 찾은 그는 배구를 취미로 하는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했던 한유미는 최근 높아진 여자 배구 인기가 마냥 신기하고 즐겁다. 과거 배구 인기의 중심은 늘 남자 선수들이 차지했다. 그러나 김연경이라는 스타가 나오면서 여자 배구의 관심은 급격히 높아졌다.

"제가 배구를 20년 넘게 했는데 이런 (여자 배구의) 인기는 굉장히 드문 일입니다. 사실 이렇게 인기가 많아진 점은 반 이상 김연경 선수 덕분이죠. 정말 좋은 시대라고 생각해요. 또한 김연경이라는 선수는 우리나라에서 쉽게 나올 수 없는 선수인데 다시 없을 기회라고 봅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해줬으면 좋겠어요."

▲ 한유미 ⓒ 한희재 기자

한유미는 동생 한송이(33, KGC인삼공사)와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출전했다. 당시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은 신구 멤버가 조화를 이뤘다. 선수 모두가 하나로 똘똘 뭉친 당시 대표 팀은 세계 강호들을 차례로 꺾고 4강에 진출했다. 비록 아쉽게 메달은 놓쳤지만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36년 만에 4강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뤘다.

한유미는 "후배들이 우리가 런던에서 세웠던 성적을 넘어섰으면 좋겠다"며 현 대표 팀을 응원했다.

앞으로 선수 생활을 얼마나 더 하고 싶냐는 질문을 받은 그는 "진짜 20년까지 해볼까 하는 고민도 했다. 그러나 기량이 떨어지는 현실은 받아들일수 밖에 없다"며 "구단에게도 민폐가 될 수 있는데 이런 문제를 주지 않으면서 해보고 이후에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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