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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의 작전판] 메시 쇼를 뒷받침한 팀 바르사: 수비도 강했다

한준 기자 hjh@spotvnews.co.kr 2017년 09월 13일 수요일
▲ 바르셀로나 vs 유벤투스 포진도 ⓒ김종래 디자이너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리오넬 메시는 FC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가 유벤투스를 상대로 넣은 세 골을 중 두 골을 넣었다. 이반 라키티치가 넣은 나머지 한 골도 ‘폭풍 드리블’로 실질적인 도움을 했다. 2016-17시즌 8강 1차전 0-3 패배를 설욕한 2017-18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D조 1차전의 주인공은 단연 메시라 할 수 있다. 패장인 마시모 알레그리 유벤투스 감독도 “분명 메시는 모든 경기를 바꿀 수 있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바르사 감독의 표현은 더 극적이다. “메시의 골이 모든 것을 바꿨다. 메시가 공을 잡으면 좋은 일만 생긴다. 난 상대 감독으로 메시를 상대할 때마다 괴로웠는데, 이제 그를 보면 즐겁다. 그가 모든 상황에 관여했다.” 

◆ 바르사도 두 줄 수비, 메시 빛나기 전 인내한 수비 규율

두 감독의 말에는 기회가 왔을 때 어떤 선수가 차이를 만드느냐에서 이 경기가 갈렸다는 논평이 녹아있다. 유벤투스도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난 시즌 8강 1차전처럼 파올로 디발라의 슈팅이 날카롭게 바르사 골문을 찌르지 못했다. 여기에는 디발라를 비롯한 유벤투스 공격진 개개인의 부진, 혹은 부상 이탈과 같은 요소가 있었지만 바르사가 좋은 수비를 보여준 것도 원인이었다.

발베르데 감독이 메시를 칭찬하기에 앞서 했던 말에 이날 바르사가 팀으로 승리한 키워드가 녹아있다. “우리는 전체적으로 플레이를 잘 했다. 공을 빼앗고 기회를 만드는 과정에서 인내심이 좋았다. 이런 유형의 경기는 스프린트가 아니라 마라톤이다. 언제 뚜껑이 열릴지 모른다.” 

뚜껑이 열린다는 표현이 흥미로운데, 스페인에서는 경기의 첫 골을 넣은 선수를 ‘병따개’라고 부른다. 메시가 그 역할을 했는데, 바르사의 뚜껑이 열리지 않도록 한 대목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발베르데 감독의 부임 효과가 극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자, MSN 트리오 해체 이후 드러나는 명확한 차이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 시대에도 지배보다 효율을 추구했다. 엔리케 감독이 MSN 트리오의 의존도를 인정하고 강조했다면, 발데르데 감독은 공이 없는 상황의 구조를 더 치밀하게 준비했다.

▲ 라이트백 세메두의 안정된 측면 수비가 바르사를 견고하게 만들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바르사는 네이마르가 팀에 남아 있을 때도, 루이스 수아레스와 리오넬 메시가 전방에 머무르고, 네이마르가 측면으로 내려와 수비에 자주 가담했다. 하지만 라인 사이의 수비 밀도가 부족했다. 중원 압박도 헐거웠고, 풀백 수비도 타이트하지 않았다. 올시즌 바르사는 이 부분에서 개선되었다.

이날 경기에서 바르사의 포메이션은 4-3-3으로 표기되었으나, 큰 틀에서 보면 4-4-2 포메이션이나 2-4-3-1 포메이션으로 구분해도 큰 오류는 아니다. 바르사는 수비 상황에서 수아레스와 메시가 투톱 자리로 서고, 우스만 뎀벨레가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내려와 두 줄 수비를 구사했다. 수비 간격을 촘촘하게 이뤄 센터백이 상대 공격을 방어할 때 충분한 지원을 받도록 했다.

▲ 바르사의 수비 조직이 견고해졌다


◆ 풀백의 부활: 빠른 세메두, 부지런한 알바

바르사가 하향세를 타기 시작한 것이 다니 아우베스가 유벤투스로 떠나면서부다. 이날 넬송 세메두는 측면에서 부지런하게 제 몫을 다했다. 공격적인 부분보다 수비 전환 상황에서의 속도와 집중력, 위치 선정이 좋았다. 전반 8분 디발라가 역습 상황에서 치고 올라갔을 때 세메두가 끝까지 견제한 덕분에 좋은 슈팅을 할 수 없었다. 세메두는 측면의 기관차였다. 세메두의 활동력이 더글라스 코스타의 위력을 반감시켰고, 디발라를 외롭게 했으며, 피케의 부담을 덜어줬다. 

반대편의 조르디 알바도 마찬가지다. 스페인 스포츠 신문 스포르트는 알바의 이날 활약을 두고 ‘지칠줄 몰랐다’고 표현했는데, 측면 수비 상황에서 빠르게 자기 자리를 찾은 것은 물론, 실질적으로 네이마르가 빠진 공간을 대신한 공격수가 없는 상황에서 레프트윙 역할도 했다. 뎀벨레는 네이마르의 자리에 그대로 배치되지 않고, 그가 공격 상황에서 더 편하게 여기는 오른쪽에서 뛰었다.

바르사의 4-4-2 대형은 공격시 이니에스타가 가운데로 좁혀 왼쪽 공격형 미드필더 영역을 맡고, 알바가 왼쪽 측면 공격을 담당한다. 메시는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 영역에서 자유롭게 뛰고, 최전방에 수아레스, 오른쪽 측면 공격수 영역에 뎀벨레가 위치하는 형태다. 

라이트백 세메두도 오버래핑으로 지원하지만, 기본적으로 수비 전환을 준비한다. 알바-이니에스타-메시-뎀벨레가 수아레스 뒤를 받치고 공격을 주도한다. 여기에 라키티치가 돌발 변수로 전진하는데, 두 번째 득점 상황에서 이니에스타가 후방 빌드업에 관여하고 있었고, 메시의 크로스 패스가 우측 중원 후방으로 흘렀을 때 라키티치가 주저 없이 뛰어 들어가 마무리했다.


◆ 역습으로 두 골, 메시 득점에 간접 기여한 뎀벨레의 ‘오프 더 볼’

올시즌 바르사가 달라진 점은 활력과 적극성이다. 바르사의 세 골이 모두 역습 상황에서 나왔다. 최전방에서부터 공을 잃었을 때 반응이 기민했다. 흘러나온 공은 물론 상대 공격에 대한 커버 플레이 공격 상황에서의 지원 플레이 모두 협업이 좋았다. 전술적 규율이 확실하게 잡혔다. 

바르사는 시즌 첫 공식 일전이었던 레알마드리드와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 두 경기에서 완패하며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으나, 막 네이마르가 이적하고, 신규 영입 선수 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어수선한 시점이었다. 선수단 구성과 정리가 마무리되었고, 레알베티스와 라리가 개막전부터 유벤투스와 챔피언스리그 첫 경기까지 바르사는 내리 4연승했다. 4연승 과정에서 12골을 넣었고,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

수비 상황에서 좌우 풀백의 헌신, 두 센터백과 두 중앙 미드필더의 타이트한 블록이 인상적이었다면, 공격 상황에서도 메시의 정밀한 슈팅뿐 아니라 유벤투스 수비를 분산시키는 주변의 움직임이 좋았다. 알바와 수아레스는 본래 메시를 돕기 위한 움직임을 잘 알지만, 새로 영입된 뎀벨레가 보여준 ‘오프 더 볼(공이 없는 상황)’ 움직임은 메시의 득점에 적지 않게 기여했다.

전반 45분 선제골 상황은 수비 지역에서 피케가 전방으로 단 번에 긴 패스를 보내며 시작된다. 뎀벨레가 우측 중원 부근에서 공을 안정적으로 컨트롤했고, 유벤투스 수비 세 명 사이에서 관리하며 중앙 지역에 홀로 남겨진 메시에게 패스했다.


메시가 공을 끌고 올라갈 때 수아레스는 페널티 에어리어 밖의 좌측 부근에서 공을 기다렸다.  알바가 왼쪽에서 오버래핑했기 때문에 라이트백이 지원을 나갈 수 없었고, 두 센터백은 수아레스를 막아야 했다. 미드필더는 공을 소유하고 있는 메시를 견제하고, 레프트백과 왼쪽 미드필더는 뎀벨레를 시선에 두고 있었다. 

메시는 수아레스와 2대1 패스를 주고 받으며 슈팅했고, 이 슈팅이 골문 구석을 예리하게 찔렀다. 메시의 슈팅이 빠져나간 공간은 뎀벨레가 침투할 수도 있는 공간이었고, 그래서 유벤투스 기준 왼편 수비 라인이 이 공간을 틀어막지 못했다.

라키티치가 두 번째 골을 넣은 후반 11분경에는 메시의 오른쪽 돌파에 이은 크로스가 배달될 때 수아레스가 문전 왼편으로 이동하며 수비를 끌고 갔고, 그 뒤로 뎀벨레가 진입해 나머지 수비를 묶어뒀다. 그 뒤로 흐른 볼에 대응할 유벤투스 수비는 충분하지 않았다. 알바와 라키티치가 빠르게 달려들었고, 라키티치 쪽으로 공이 흘러 마무리 슈팅으로 득점할 수 있었다.

후반 24분 이니에스타가 운반하고 깊숙하게 뽑아준 스루패스를 메시가 이어받은 뒤 두 명의 수비수를 가뿐하게 제치고 커트인 하며 골문 우측 하단 구석으로 쐐기골을 찔러 넣었다. 이 과정에도 메시를 견제하던 알렉스 산드루와 메흐디 베나티아 사이 공간으로 빠지며 우측 공격 지역을 점유한 뎀벨레의 침투가 영향을 미쳤다. 

산드루와 베니티아 모두 뎀벨레의 침투와 관계 없이 공을 소유한 메시를 시야에서 놓치지 않았지만, 뎀벨레의 침투로 인해 베나티니가 메시를 압박하러 나갈 타이밍이 한 박자 늦었고, 그 틈이 메시가 왼발 슈팅을 정확하게 연결할 수 있는 여유가 되었다. 

▲ 우스만 뎀벨레는 공격 포인트는 없지만 바르사의 득점 과정에 좋은 움직임을 보였다. ⓒ게티이미지코리아


◆ 지킬 줄 아는 바르사, 메시를 빛나게 하는 구조

유벤투스가 특별히 부진했던 것은 아니다. 유벤투스에게 좋은 기회가 있었고, 그 기회가 더 정확한 슈팅을 통해 골이 되었다면 경기 양상은 완전히 달라졌을 수도 있다. 그래서 축구 경기 분석을 ‘결과론’이라고 부른다. 때로 공은 우연히 들어가지만, 대개 경기에는 준비와 노력의 보상이 드러난다. 

발베르데 감독은 3-0 리드를 잡은 뒤 세르지 로베르토, 파울리뉴, 안드레 고메스를 차례로 투입하며 결과를 굳혔다. 바르사는 조직적으로 더 단단하고, 피지컬적으로 더 건강한 팀이 된 모습이다. 메시가 자신의 창조성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줬다. 네이마르를 그리워할 필요는 없었다. 탕수육이 완벽하다면, 굳이 군만두 서비스를 주지 않아도 아쉬울 것이 없다.

유벤투스를 상대로 한 바르사의 ‘3-0 복수’는 메시 한 명의 힘이나, 양 팀의 결정력 차이라는 단순한 변수로 설명할 수 없다. 개인 능력과 팀의 능력, 그리고 이기고자 하는 바르사의 정신자세가 이상적인 조화를 이뤘기에 가능했다. 

글=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영상=스포티비뉴스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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