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란 드라기치
[스포티비뉴스=조현일 농구 해설 위원/전문 기자] 2017 유로바스켓 4강 대진이 정해졌다. 

14일(한국 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2017 유로바스켓 8강전에서 러시아는 그리스를 74-69, 세르비아는 이탈리아를 83-67로 물리치고 4강에 진출했다. 이로서 스페인은 슬로베니아, 러시아는 세르비아와 결승을 놓고 다투게 됐다. 

역시나 스페인과 슬로베니아의 경기에 가장 큰 관심이 쏠려 있다. 두 팀은 이번 대회에서 아직 패배가 없다. 나란히 7전 전승. 

디펜딩 챔피언인 스페인은 자타공인 우승후보다. 무려 10회 연속 유로바스켓 4강에 입맞춤했다. 기본적인 전력, 경험, 지혜 등 모든 요소를 두루 갖췄다는 평. 

슬로베니아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개인 득점 5위에 올라 있는 고란 드라기치의 경기력이 단연 돋보인다. 또 다른 득점원인 루카 돈치치는 2017 유로바스켓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결승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될 스페인 vs 슬로베니아의 4강 맞대결을 2가지 키워드로 간단히 내다보았다. 

키 매치업 | 앤서니 랜돌프 vs 마크 가솔

슬로베니아의 선전을 이끌고 있는 앤서니 랜돌프는 미국 출신 귀화선수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NBA에서 활약했다. 252경기에 나서 평균 7.1점 4.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하지만 유로바스켓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대회 초반에는 헤매는 기색이 역력했다. 공격, 수비 모두 우왕좌왕했다. 하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랜돌프의 진가가 제대로 드러나고 있다. 

틈만 나면 달리는 슬로베니아의 공격 색깔은 랜돌프에게 안성맞춤이었다. 2년차 시즌까지 몸담았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란 드라기치가 제공하는 훌륭한 패스는 랜돌프의 위력을 더했다. 

라트비아와 만난 8강전은 랜돌프의 위력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무대였다. 주전으로 나선 랜돌프는 라트비아의 에이스인 크리스탭스 포르징기스와 매치업을 대등하게 가져갔다. 이 날, 랜돌프는 3점 3개 포함(3-5), 18점 9리바운드로 펄펄 날았다. 

NBA에서 뛸 때만 해도 3점은 랜돌프의 장기가 아니었다. 252경기에서 넣은 3점은 고작 20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3점 거리가 짧은 FIBA 무대에선 이야기가 달라진다. 랜돌프의 긴 슛 거리는 발이 느린 스페인 빅맨들의 약점을 공략할 수 있는 훌륭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랜돌프와 마찬가지로 마크 가솔 역시 몸이 늦게 풀렸다. 대회 기간 내내 평균 한 자리 득점에 머물렀다. 하지만 독일과의 8강전을 통해 반등에 성공했다. 가솔은 3쿼터에만 18점을 올리면서 스페인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랜돌프는 가솔의 움직임에 많은 신경을 쏟을 수밖에 없다. 포스트-업, 2-2 플레이, 3점, 킬 패스 등 못하는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스페인은 빅맨과의 연계 플레이가 차고 넘치는 팀이다. 

슬로베니아 입장에서 하이-포스트, 로-포스트를 가리지 않고 공격을 시도하는 가솔이 날뛰는 건 악몽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슬로베니아는 랜돌프의 활약이 꼭 필요하다. 큰 신장, 여전히 훌륭한 운동능력, 외곽 능력까지 겸비한 만큼 팀이 거는 기대도 대단히 크다. 랜돌프가 가솔을 맞아 어떤 활약을 펼칠 지 여부에 따라 이 경기 승패가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 NBA에서 맞붙었던 랜돌프(4번)와 마크 가솔은 유로바스켓으로 무대를 옮겨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공포의 DD 콤비 | 

슬로베니아는 2017 유로바스켓 최고의 공격 팀이다. 쉴 새 없이 달리는 런앤건 농구를 통해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라트비아와의 8강전에선 무려 103점을 쏟아냈다. 대회 평균 89.7점을 넣고 있는 슬로베니아는 최다 득점 2위에 올라 있다. 

그 중심에 드라기치(21.9점)-돈치치(15.7점)로 이어지는 'DD 콤비'가 있다. 이 둘은 37.6점을 합작했다. 현재까지 평균 20+점, 15+ 득점자를 동시에 보유한 팀은 슬로베니아가 유일하다.

트랜지션과 아이솔레이션에 모두 능한 이 두 명의 원투 펀치는 제 아무리 스페인이라 해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끊임없이 림으로 돌진하는 특유의 스타일은 가솔 형제를 비롯한 스페인 빅맨들에게 파울 트러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실제, 이 둘은 라트비아와 경기에서 같은 방식으로 포르징기스를 공략한 바 있다. 

반대로 드라기치나 돈치치가 막혔을 때 활로를 뚫을 수 있는 다른 선수들의 도움도 필요하다. 라트비아와 경기에서 슬로베니아는 이 두 명 외에 클레멘 프레펠리치, 개스퍼 비드마르가 활약하면서 접전 끝에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합계 14전 전승을 거두고 있는 스페인, 슬로베니아. 이 가운데 오직 한 팀만이 결승에 갈 수 있다. 놓칠 수 없는 이 경기는 오는 15일 새벽 3시 30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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