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김진욱 감독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이상군 한화 감독 대행은 팀의 가을 야구 진출이 사실상 물 건너간 지난달 8일, 두산과 치열하게 선두 다툼을 하고 있는 1위 KIA와 경기를 앞두고 "원래 오늘 외야수 세 명을 모두 젊은 선수로 채우려고 했는데 행여나 봐준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생각을 바꿨다"고 혀를 찼다.

포스트시즌에 진출에 실패한 하위권 팀은 승패의 중요성이 줄어든 이맘때가 되면 다음 시즌, 나아가 그 다음을 위해 새 얼굴을 여럿 기용하는 등 다양한 실험을 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주전 선수를 출전시키지 않거나 선발투수의 로테이션을 조정하기도 한다. 

그런데 순위 싸움에 한창인 팀을 이같이 상대할 땐 팬들 또는 관계자에게 '특정 팀에 대한 혜택', '다른 팀 밀어주기'라는 오해를 산다. 하위권 팀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고민이다.

kt는 23일 KIA와 경기에 선발투수로 원래 차례였던 외국인 투수 돈 로치 대신 심재민을 21일 예고했다. 심재민은 통산 172경기 가운데 170경기를 중간으로 뛴 전문 불펜 요원이다. 올 시즌 두 번째 선발 등판이다. 김진욱 kt 감독은 "심재민의 선발 가능성을 보고 싶다"며 이 같은 결정을 했다. KIA와 두산이 한 경기 반 차이로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는 점, 선발투수의 무게감을 고려했을 땐 꽤 중요한 변화다. kt는 남은 7경기 가운데 6경기를 현재 한 경기 반 차이로 쫓기고 쫓고 있는 선두 KIA와 두산과 해야 한다. KIA와 4경기, 두산과 2경기가 남아 있다. 다시말해 kt가 정규 시즌 우승 다툼에 캐스팅보트인 셈이다. 

김 감독은 "선두권 팀들과 경기가 많이 남아 있다고 해서 신경 쓸 처지가 아니다. 그 팀 사정이다. 오히려 우리가 (승리가) 더 급하다. 이기는 경기를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kt는 9월에 10승 7패로 순항했다. 이 기간 동안 SK 넥센 두산 LG 롯데 등 순위 싸움에 한창인 팀들을 상대로 승을 올려 매서운 '고춧가루 부대'로 불렸다. 멜 로하스 주니어 윤석민 유한준 정현 등 주전 선수들을 꾸준히 내보냈고 베테랑 이진영을 대타로 요긴하게 썼다. 돈 로치 정성곤 류희운으로 선발진을 돌렸고 불펜진도 총동원했다. 라이언 피어밴드와 고영표가 모두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진 가운데 선발진에 새 얼굴은 박세진이 유일하다. 벤치의 운용은 물론 선수들 역시 주장 박경수를 중심으로 "이대로 무기력하게 시즌을 끝내선 안 된다"고 똘똘 뭉쳤다.

김 감독은 "유한준이 정강이 부상으로 아픈 상태인데 로치나 피어밴드가 등판할 때는 조금만 참고 경기해 달라고 한다. 다음 경기에선 쉬어야 하는데 상대가 순위 싸움을 하고 있는 팀이라면 잠깐이라도 의식이 된다"며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할 계획이다.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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