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진행 이교덕 기자·정리 이유화] '마에스트로' 김동현, '에이스' 임현규, '오뚝이걸' 전찬미가 23일 UFC 파이트 나이트 117에서 나란히 한일전에 나선다.

재계약을 앞둔 김동현은 라이트급에서 고미 다카노리와, 2연패를 끊어야 하는 임현규는 웰터급에서 아베 다이치와, 옥타곤 첫승을 노리는 전찬미는 여성 스트로급에서 곤도 슈리와 맞붙는다.

역대 한일전 전적은 4승 무패로 한국의 절대 우세. 이 흐름을 이어 갈지 관심이 높다.

23일 오전 9시부터 UFC 파이트 나이트 117을 해설하는 김대환 위원이 한국 선수들의 경기를 프리뷰했다. 주목해서 봐야 할 경기 포인트를 짚어 본다.

아래는 스포티비뉴스 이교덕 기자와 일문일답.

UFC 파이트 나이트 117 언더 카드 경기는 오전 9시부터 SPOTV, SPOTV ON, SPOTV NOW에서 생중계된다. 메인 카드는 오전 11시부터 SPOTV ON과 SPOTV NOW에서 볼 수 있다.

이교덕(이하 이): 히로타 미즈토가 감량하다가 몸에 이상이 생겨 경기 전날 대진표에서 빠졌다. 이런 일들이 꽤 자주 일어나고 있다.

김대환(이하 김): 감량하고 계체에 올라올 때 선수들의 몸 상태는 거의 환자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선수로서 경험해 보니, 겉으로는 근육도 잘 보이고 몸도 좋아 보이는 것 같지만 면역력은 크게 떨어져 있다는 걸 느낀다. 여기에 감기나 장염이 오면 달리 방법이 없다. 프로니까 반드시 감량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일이다. 종합격투기 특성상 이런 사례가 자주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 고미 다카노리와 맞붙는 김동현은 이길 수 있을까?

김: 지금의 고미는 예전 고미가 아니다. 이름값에 위축되지 말아야 한다. 강력한 타격 한 방을 경계하고 본인의 리듬대로 경기하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다. 고미는 길 잃은 아이 같다. 일이 잘 안 풀리는 데 도통 해답을 못 찾는 느낌이다. 타격이 전혀 통하지 않는데 스타일 변화는 없다. 약점 보완이 안 되고 있다.

이: 예전 고미는 단점이 없는 선수 같았는데 지금은 일단 그라운드 넘어가면 답이 없다.

김: 고미는 프라이드에서 인기를 얻기 전까지 슈토에서 '그라운드 앤드 파운더'였다. 고미를 '미국 스타일의 그라운드 앤드 파운더'라고 부르던 때가 있었다. 세월이 많이 흐르긴 흘렀다.(웃음)

이: 어떤 점이 바뀌어야 하는가?

김: 내가 고미의 코치라면 레슬링 경험이 있으니, 단조로운 타격에만 집중하지 않고 레슬링을 섞도록 유도하겠다. 파운딩 게임을 섞는다든지, 공격형 레슬링을 섞는다든지 말이다. 전술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지금은 프라이드 때 잘 먹히던 패턴으로만 싸운다.

이: 수능에서 수리1을 포기한 학생처럼?(웃음)

김: 수리를 포기했으면 찍기라도 잘 찍어야 하는데, 그라운드에 가면 패닉에 빠져 어쩔 줄 모르는 것 같다. 예전의 고미는 사라진 지 오래됐다. 타격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떨어진 것 같고. 양성훈 팀 매드 감독이 전략을 거기에 맞춰서 잘 짰을 것이다.

이: 그라운드를 포기하니 타격에서도 위력을 잃었다.

김: 고미는 사각 링에서 쓰던 타격을 옥타곤으로 그대로 갖고 온 경향이 있다. 사각 포스트 구석에 상대를 몰면서 큰 펀치를 날리는 전술을 아직도 쓴다. 그게 옥타곤에선 안 통한다. 8각 옥타곤에서 상대를 몰기가 쉽지 않다. 발을 딱 바닥에 붙이고 큰 펀치를 휘두르는 타이밍이 잘 안 나오는 것 같다. 타이슨 그리핀과 경기에서 그게 나왔지만, 그리핀처럼 같이 발을 붙이고 받아 주는 상대가 이제는 없다. 김동현은 어렵지 않게 고미를 요리할 수 있다. 폴로 레예스와 벌였던 불꽃 타격전은 잊고 차가워져야 한다. 고미의 거리 바깥쪽에서 괴롭히다가 조금 당황하면 테이크다운을 활발히 섞으면 된다. 그라운드로 한 번만 끌고 가면 술술 풀리지 않을까.

이: 임현규가 다시 일어날 기회다. 아베 다이치와 경기를 어떻게 보고 있나?

김: 아베 다이치 경기 영상을 보니 카운터 파이터다. 일본 선수들 중 타격가인 선수들에게서 많이 보이는 전형적인 스타일이다. 킥복싱을 베이스로 해서 상대방이 들어오는 순간 펀치를 잘 받아치는 눈이 좋은 선수다. 기술적으로 UFC의 정상급 선수들처럼 잘 다듬어지진 않았지만 젊음의 패기가 있다. 임현규가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하는데, 이 경기는 임현규 본인이 어떻게 하는지에 달린 것 같다. 상대의 전력은 나와 있다.

이: 자신의 거리에서 싸워 보겠다고 말하고 있다.

김: 7월에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임현규를 만난 적이 있다. 그때 본인 스타일을 새롭게 하겠다는 얘기를 하더라. 팬들이 '리치가 2미터나 되는데 못 살린다', '너무 뻣뻣하다', '왜 멍청하게 싸우냐', '밖으로 빠지면서 싸워라'고 많이 얘기한다. 임현규도 그런 스타일을 잘 섞어서 경기하려는 것 같다.

이: 우려되는 부분도 있는가?

김: 스피릿MC 때 무하마드 알리처럼 뛰면서 경기하던 임현규를 우리는 알고 있다. 너무 지루해서 통편집됐던 시절을 말이다. 임현규가 아웃복싱을 안 해 본 선수가 아니다. 최근부터 보셨던 분들은 임현규가 평생 인 파이터였던 줄로 알 거다. 임현규는 어떻게 보면 시행착오 끝에 앞으로 압박해서 상대방을 깨부수는 본인 스타일을 찾은 거라고 생각한다. 이게 단점만 보이지만 내가 보기에는 장점이 꽤 있다. 키가 크고 팔이 긴 사람이 안 빠지고 들어오기 시작하면 상대는 더 답답해진다. 체력을 아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 갑작스러운 아웃 파이팅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인가?

김: 사실 좀 걱정이 된다. 임현규가 과연 어떤 레시피를 들고 나올 건지 궁금하다. 예를 들어 정통 족발집이었는데 갑자기 불족발을 주력으로 바꾼 경우다. 기존 정통 족발이 맛이 없었던 게 아니었는데, 불족발로 바꾸는 과정에서 잘못하면 죽도 밥도 안될 수 있다. 그것은 선수와 코치진이 힘을 합쳐서 해피 미디엄을 찾아야 하는 건데, 잘 찾아진 상태였으면 좋겠다.

이: 20살 전찬미도 기대를 받고 있는 선수다.

김: 지난 6월 옥타곤 데뷔전에선 대체 선수로 급하게 출전하는 바람에 훈련 기간이 짧았던 반면, 이번에는 풀 트레이닝캠프를 거쳤다. 지난 상대 JJ 알드리치는 왼손잡이의 카운터형이었다. 전찬미는 피가 뜨거운 스타일이다. 뜨겁게 싸우고 싶은데 지난번엔 상대가 차갑게 나와 리듬을 잘 잡지 못했다.

이: 곤도 슈리와 대결 궁합은 잘 맞을까?

김: 이번 상대 곤도 슈리는 그래도 받아 주는 타입이다. 힘은 센 것 같은데 빠르지는 않은 것 같다. 전찬미는 싸움꾼 기질이 있는 매력적인 선수다. 분위기에 위축되지 않는 자기만의 세계도 있다. 그런 매력을 살리는 한판 경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곤도는 킥복싱 전적이 탄탄하다. 전찬미는 붙었을 때 힘이 세다고 해서 당황하지 않는 정도가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