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 기자] 시간은 흐르고 노장은 전장을 떠난다. 그 자리를 새로운 세대가 채운다.

'마에스트로' 김동현(29, 부산 팀 매드/㈜성안세이브)이 10년 전 활약상을 지켜보며 동경하던 파이터 고미 다카노리(38, 일본)를 1라운드 1분 30초 만에 TKO로 꺾었다.

기습적인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찔러 고미를 쓰러뜨렸고, 파운딩 연타로 경기를 끝냈다.

김동현은 고미의 거리로 들어가지 않았다. 멀찌감치 떨어져 탐색전을 펼쳤다. 그러다가 예비 동작 없이 스트레이트를 안면에 꽂아 승기를 잡았다.

김동현은 "고미에게 타격 감각이 남아 있다고 봤다. 복싱 거리에 들어가지 않고 있다가 치고 빠지는 작전이었다. 타격에서 첫 발을 맞춘 게 이번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다"고 밝혔다.

김동현은 옥타곤 2연패 뒤 2연승을 달렸다. 재계약하는 데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총 전적은 15승 3무 8패가 됐다.

고미는 이번 경기가 중요하다며 경험에서 김동현을 앞서 나가겠다고 했지만, 너무나 무기력했다. 예전 같은 맷집은 볼 수 없었다.

고미는 옥타곤 5연패에 빠져 은퇴를 고려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전적은 35승 14패 1무효가 됐다.

[웰터급] 임현규 3연패 수렁

임현규(32, 팀 마초)는 급하지 않았다. 스텝을 뛰면서 리듬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냉정했다. 지난해 8월 마이크 페리 경기와 확실히 달랐다.

아베 다이치(25, 일본)는 카운터펀치를 잘 쓰는 타격가. 여러 속임수 동작을 주면서 임현규가 들어오길 기다렸다.

1라운드, 둘은 정타를 주고받았다. 임현규는 아베가 잽을 뻗을 때 오른손 카운터펀치를 걸어 쳤다. 아베는 자세를 스위치하면서 왼손 훅을 휘둘러 맞혔다.

임현규의 원투 스트레이트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양팔 길이 200cm인 임현규의 스트레이트는 위력적이었다. 2라운드 오른손 카운터펀치가 여러 번 터지자 아베의 얼굴을 붉게 달아올랐다.

임현규는 3라운드에도 분위기를 이어 갔다. 함부로 덤비지 않고 자신의 거리에서 스텝을 밟으며 왼손 훅을 맞혔다. 이대로 가면 2, 3라운드를 가져와 판정승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 종료 20초 전 오른손 훅을 크게 휘두르다가 카운터펀치를 제대로 맞았다. 충격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코가 부러졌는지 피가 철철 났다.

이 한 방 때문에 3라운드가 다이치에게 갔다. 결국 임현규는 3라운드 종료 0-3(28-29,28-29,28-29) 판정패하고 말았다.

거칠게 덤비는 스타일을 버리고 자신의 거리에서 싸우는 전략을 잘 수행하다가 마지막 한 방에 패배를 기록한 임현규는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임현규는 3연패에 빠졌다. 전적 13승 1무 7패가 됐다. 아베는 옥타곤 데뷔전에서 이겨 6연승 무패 행진을 이어 갔다.

[여성 스트로급] 전찬미 판정패

전찬미(20, 국제체육관)는 곤도 슈리(28, 일본)의 전진 압박에 아웃 파이트로 맞섰다. 기합을 지르며 펀치를 뻗었다. 팔꿈치를 휘두르며 곤도를 위협했다.

하지만 곤도는 탱크 같았다. 잔펀치를 허용하면서 우직하게 밀고 들어왔다. 전찬미가 주도권을 빼앗아오기 쉽지 않은 상대였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곤도와 뒤로 빠지면서 펀치를 뻗는 전찬미의 대결 양상이 15분 동안 이어졌다. 결과는 1-2(29-28,27-30,27-30) 전찬미의 판정패. 

전찬미는 지난 6월 옥타곤 데뷔전 판정패에 이어 2연패에 빠졌다. 전적 5승 2패가 됐다. 아픈 패배에 눈물을 쏟고 말았다.

곤도는 판크라스 챔피언 출신. UFC 데뷔전에서 판정승하고 6승 무패 전적을 쌓았다.

[라이트헤비급] 사키의 강렬한 옥타곤 데뷔전

K-1 테크니션 고칸 사키(33, 네덜란드)가 본격적으로 종합격투기에 도전한다. 옥타곤 데뷔전에서 엔리케 다 실바(28, 브라질)를 1라운드 4분 45초에 KO로 끝냈다.

타격은 살아 있었다. 테이크다운을 위해 접근하는 실바에게 정확한 펀치 강타를 선물했다. 왼손 스트레이트로 다운을 뺏기도 했다.

테이크다운 방어가 꽤 좋았다. 케이지 펜스에 기대 넘어가지 않았다. 그러나 2년 만에 갖는 경기. 게다가 종합격투기의 템포에 익숙지 않은 듯 3분이 지나니 입을 벌려 헉헉거렸다. 실바가 기회를 잡은 듯 밀고 들어왔다.

산전수전을 헤치고 나온 사키는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실바가 펀치 연타를 치고 들어올 때 강력한 왼손 카운터펀치를 쾅 터트렸다. 실바는 고목처럼 넘어갔다. 그대로 심판이 경기를 중단했다.

사키는 96전 83승 12패 1무효의 베테랑 킥복서다. 182cm 크지 않은 키로 세미 슐트, 리코 베르호벤, 바다 하리, 피터 아츠, 레미 본야스키 등 장신 파이터들과 경쟁해 왔다.

이날 승리로 종합격투기 전적은 1승 1패가 됐다. "존 존스와 붙고 싶다"며 도전장을 내민 사키는 과연 어느 정도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라이트헤비급] OSP 또 본플루초크 승

시작하자마자 태클을 찌른 오카미 유신(36, 일본)은 테이크다운에 실패하자 딥하프가드로 들어가 자세를 뒤집으려고 했다.

하지만 오빈스 생프루(34, 미국)를 너무 얕본 움직임이었다. 생프루는 가드를 패스하더니 위에서 어깨로 오카미의 목을 눌러 조르는 본플루초크를 시도했다.

강력한 압박에 오카미는 움직이지 못했고 그대로 눈을 뜬 채 정신을 잃었다. 1라운드 1분 50초 만이었다.

본플루초크는 생프루의 특기다. 지난 4월 마르코스 호제리오 데 리마도 이 기술로 잡았다. UFC 역사상 본플루초크로 연승을 거둔 첫 파이터로 이름을 올렸다.

생프루가 옥타곤에서 본플루초크 서브미션 승리를 기록한 건 이번이 세 번째.

생프루는 전적 21승 10패로 다시 타이틀 도전권을 향해 간다.

마우리시오 쇼군의 부상으로 대회 일주일 전에 출전 요청을 받고 다시 UFC와 계약한 오카미는 이번 패배를 뒤로하고 웰터급으로 내려가 경쟁할 전망이다.  

34승 11패 전적이 됐지만, 앞으로 1승만 추가하면 UFC 아시아 파이터 최다승인 14승을 기록할 수 있다. 타이기록 13승을 기록하고 있는 '스턴건' 김동현과 경쟁할 전망이다.

[여성 스트로급] 괴력의 안드라지

밴텀급에서 경쟁하다가 내려온 제시카 안드라지(25, 브라질)는 스트로급에서 괴물이었다. 클라우디아 가델라(28, 브라질)를 번쩍번쩍 들어 바닥에 꽂았다.

힘 차이를 느낀 가델라는 안드라지에게 길로틴초크를 걸어 반격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자신을 케이지 구석에 몰아넣고 계속 압박하는 안드라지를 떨치지 못했다.

3라운드 종료 안드라지의 3-0(30-25,30-26,30-27) 판정승이었다.

지난 5월 챔피언 요안나 예드제칙에게 판정패한 안드라지는 전적 17승 6패를 만들고 다시 치고 올라갈 기회를 잡았다.

자신을 이길 사람은 예드제칙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랭킹 1위 가델라는 자존심을 구겼다. 통산 3번째 쓴잔(15승)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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