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23일 저녁, 인천유나이티드와 수원삼성의 KEB하나은행 K리그클래식 2017 31라운드 경기가 끝난 뒤에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주말 밤 TV 화면에서 익숙하게 봐왔던 에버턴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인천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은 한국 선수들과 특별한 경기를 치렀다. 

이 경기는 발달장애인의 스포츠 및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사)스페셜올림픽코리아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내에서도 가장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는 에버턴 장애인 축구팀을 초청해 개최한 ‘제1회 슈퍼블루 통합축구 친선교류 경기’였다. 발달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팀이 되어 11대11로 치른 경기로, 에버턴 장애인축구팀에도 한국의 비장애인이 섞여 균형을 맞췄다.

◆ 승패를 초월한 것은 교류와 교훈…에버턴이 주고 간 것

승패 보다 교류가 목적인 경기였다. 승자는 노하우를 전수하러 온 에버턴이 아니라 스페셜올림픽코리아 팀이었다. 전후반 각 25분씩 진행된 경기에서 스페셜올림픽코리아 팀이 2-0으로 이겼다. 한국 원정에서의 패배에도 스티브 존슨 에버턴 총감독은 환하게 웃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뛰어준 양팀 선수들에게 무한한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 이번 교류경기가 더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에게 생각보다 훨씬 많은 기회와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는 위대한 유산을 남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08년 영국축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존슨 감독은 장애인 축구의 전설과 같은 존재다. 1985년 왼쪽 다리를 다쳐 절단한 존슨은 지역 축구 리그 선수 출신이다. 절단 장애인이 된 이후 대학에서 스포츠 과학을 공부하고, UEFA에서 코칭 라이선스를 취득한 뒤 영국의 장애인 축구 인프라 확충에 절대적인 기여를 했다. 그는 절단 장애인 선수로 세 번의 절단장애인 월드컵 우승을 잉글랜드에 안긴 선수 출시이다. 지금은 에버턴의 각 분류된 장애인 축구팀을 아우르는 총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존슨 감독과 에버턴이 이번에 한국에 온 것은 영국 장애인 축구의 ‘강함’을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얼마나 성공적으로 장애인들에게 축구를 가르치고, 축구를 통화 사회 진출을 유도하고 있는지 알리고, 그 비법을 전하기 위해 왔다. 실제로 존슨 감독 휘하 코칭 스태프 중 두 명은 특수 학교에서 축구를 접한 이후 성장해 코칭 스태프로 에버턴에 정규 채용된 인물이다. 축구로 사회와 만나고, 일자리까지 얻은 것이다.

▲ 사진=한준 기자


이번 내한 일정에서 존슨 감독과 에버턴은 단지 이 한 번의 친선 경기가 아니라 21일 내한 후 경기 전후로 한국의 장애인 선수들과 통합 훈련을 진행하고, 한국의 장애 축구 지도자들에게 훈련법을 전수하는 세미나를 했다. 

교류경기에 비장애인 선수로 참가한 한승연(20, 인하대 체육교육과)씨는 “장애인 선수들과 짧은 시간 호흡을 맞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발 맞춰온 동료들처럼 편하게 경기를 즐겼다”며 “장애를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인을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으로 단정지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며 장애인에 대한 내 자신의 인식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고 말했다.

◆ 축구를 통해 장애인이 사회 중심에 나올 수 있다

존슨 감독은 “이렇게 언론을 통해 장애인 축구가 알려지고, TV로도 장애인 축구 경기가 생중계되어 장애인들이 세상에 자기 모습을 더 당당하게 드러내야 한다”고 했다. 에버턴 장애인 축구팀의 내한은, 한국 장애인 스포츠 발전의 첫 걸음이다. 

축구 종주국의 영국의 경우 존슨 감독의 노력에 힘입어 현재 전지역에 272개의 장애니 축구팀이 등록해 활동 중이다. 존슨 감독은 “장애인들이 어디에 있든 매주 한번은 축구 훈련을 할 수 있고, 한 달에 한 두 번은 경기에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에버턴 외에 맨체스터유나이티드, 토트넘홋스퍼, 리버풀, 아스널, 볼턴, 애스턴빌라, 스완지시티 등 유명한 프로 구단이 산하 장애인 축구팀을 운영 중이다. 1군 선수들이 장애인 축구팀을 찾아 교류하고, 팬들의 관심도 유도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구단 수익 일부가 장애인 축구 보조금으로 사용되고, 프리미어리그를 중계하는 스카이스포츠가 장애인 축구 리그 중요 경기를 중계하기도 한다. 장애인 축구 선수 교육도 UEFA 코치 자격증을 가진 이들이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한국은 전국에 약 20여개 장애인 축구팀이 있지만, 정기적인 리그가 개최되기는 어려운 여건이다. 시각장애인 축구를 위한 드림필드는 거스 히딩크 감독이 자신의 재단을 통해 총 13개를 건립해 운영 중이다. 한국에서도 차츰 장애인 축구 인프라가 확충되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 



스페셜올림픽 코리아는 이번 에버턴 초청 경기를 통해 관심을 환기하고, K리그 구단도 장애인 축구팀 운영에 관심을 보여주길 호소했다. 이번 경기를 함께 한 인천유나이티드와 인천시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고흥길 스페셜올림픽코리아 회장은 “에버턴FC 장애인팀의 운영사례는 장애의 유형과 정도에 관계없이 스포츠가 장애인의 삶, 사회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위대한 힘이 있음을 증명했다”며 “스페셜올림픽코리아도 장애인 개개인의 필요와 상황에 맞는 스포츠 지도법 개발과 보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나경원 스페셜올림픽코리아 명예회장은 “이번 에버턴FC 장애인팀의 방한이 국내 장애인 축구 활성화의 소중한 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축구를 통해 사회 통합으로 가는 길에 구단과, 연맹, 그리고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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