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V NEWS=조영준 기자] 올해 초 전 세계의 시선은 러시아 소치로 향했다. 특히 피겨 스케이팅 여자싱글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는 김연아(24)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됐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여자싱글 역대 최고점인 228.56점으로 금메달을 획득한 그는 2012년 NRW트로피 대회를 통해 복귀했다. 2013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한 그는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열어갔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김연아의 우승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소치에서는 대반전이 일어났다. 시니어 대회에서 단 한 번도 메이저대회 우승 경험이 없는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 러시아)가 믿을 수 없는 점수(224.56점)을 받으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소트니코바의 우승은 전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국내는 물론 유럽과 북미 지역 언론들은 앞 다퉈서 러시아의 편파판정을 보도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김연아는 의연했다. 그는 러시아로 출국하기 전 "피겨 스케이팅은 심판의 관점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상할 수 없다. 나는 그동안 준비했던 것을 온전히 잘하고 오는 것이 목표다"며 올림픽 2연패에 대해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였다.

말 그대로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큰 실수를 범하지 않았다. 올림픽 2연패보다 뜻 깊은 것은 김연아가 올림픽 2연속 클린을 했다는 점이다. 3회전 점프 회전을 꽉꽉 채워서 모두 구사한 것은 물론 안무 소화력도 다른 선수와 비교되지 않았다.

김연아는 카타리나 비트(독일, 1984, 1988년 올림픽 금메달) 이후 26년 만에 올림픽 2연패에 도전했다. 만약 김연아가 정당한 평가를 받았다면 피겨 역사가 새롭게 작성될 수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편파판정으로 인해 피겨 역사에 쓰일 한 획은 물거품이 됐다.

하지만 김연아는 이러한 결과에 큰 미련을 두지 않았다. 소치 올림픽에서 자신이 준비했던 것을 온전히 펼치고 돌아온 그는 5월에 열린 아이스쇼에서 은퇴를 표명했다.


김연아의 등장은 한국 피겨 스케이팅 역사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했다. 또한 세계 여자싱글의 개념과 역사를 갈아치웠다. 그저 예쁘게 스케이트를 타거나 기술에 연연하는 것이 아닌 피겨의 모든 요소를 하나로 집약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개념은 김연아로 인해 시작됐다.

현역 선수들 중 김연아처럼 정확한 기술과 독창적인 퍼포먼스를 하나로 집약하는 스케이터는 없다. 또한 '멘탈 스포츠'인 피겨 스케이팅에서 가장 강인한 정신력을 보여줬다. 김연아가 아사다 마오(24, 일본)에 연승을 거둘 수 있었던 원인도 정신력에 있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김연아가 복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도 돌았다. 그러나 김연아의 '2차 컴백'은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다. 김연아는 떠났고 그 자리는 후배들이 물려받았다. 박소연(17, 신목고)은 올 시즌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170.43점을 받았고 4차 대회 163.24점으로 모두 5위에 올랐다.

시니어 국제대회에서 가능성을 증명한 박소연은 내년 1월7일부터 9일까지 열리는 전국종합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김연아의 등장으로 인해 빙판을 찾는 어린 선수들은 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열악한 국내 환경 때문에 끝까지 선수 생활을 지속하는 이는 많지 않다.

평창동계올림픽을 대비해 체계적인 시스템과 유망주 양성 프로그램이 절실한 상황이다. 김연아가 은반 위에 남기고 떠난 것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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