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체스터 시티의 2017-18 시즌 '공격' 기록들. ⓒ김종래 디자이너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한국 A 대표팀의 월드컵 도전사에서 가장 아픈 기억은 언제일까?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조별 리그 네덜란드 0-5 패배가 가장 뼈아프지 않았을까. 한국 축구는 세계 축구와 차이를 절감한 뒤 4년 안방에서 열린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선 4강에 오를 수 있었다. 혹독한 시련이 있었기에 꽃도 피었다. 5골 차이는 축구에서 절대적 실력 차이를 절감하는 스코어다. 선수들은 물론 벤치의 의욕까지 꺾기도 하는.

그리고 하위권까지 쉬어갈 틈이 없다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3경기 연속 5골 차 이상 승리를 거둔 팀이 있다. 바로 '우승 청부사'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시티다. 맨시티는 9일 리버풀을 5-0으로 꺾었고, 16일엔 왓포드를 무려 6-0으로 제압했다. 지난 23일 안방에서 크리스탈 팰리스를 다시 5-0으로 격파했다. 벌써 이번 시즌 5골 차 이상 승리가 3번이나 나왔다. 1958-59 시즌 블랙번 이후 처음으로 1부 리그에서 3경기 연속 5골 이상 차이를 내고 승리한 팀이 됐다. 맨시티는 지난 시즌 최종전에서도 왓포드를 5-0으로 꺾었다.

옆 동네 '유나이티드'가 4-0 승리를 반복하면서 '4-0 유나이티드'라고도 한다던데, '5-0' 시티가 역시 한 수 위 아니겠나. 실제로 두 팀은 무시무시한 경기력으로 나란히 5승 1무를 거두고 1,2위를 달리고 있지만, 맨시티가 골 득실에서 앞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맨시티의 장점은 고른 득점 분포다.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6골을 올리며 득점 공동 선두, 라힘 스털링이 5골로 득점 공동 4위를 달리고 있다. 스털링은 최근 4경기에서 5골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전까지 31경기에서 5골을 기록했다. 이정도면 눈을 비비고 상대를 대한다는 '괄목상대(刮目相對)'할 인물이다. 가브리엘 제주스가 4골, 르로이 사네가 3골을 터뜨리면서 뒤를 잇고 있다. 니콜라스 오타멘디, 파비앙 델프(이상 1골)를 비롯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선 존 스톤스까지 수비수들도 득점포를 가동하고 있다. 누가 골을 터뜨릴지 알 수가 없어 더욱 막기 어렵다.

다비드 실바, 케빈 더 브라위너가 득점이 없다고 놀랄 필요는 없다. 이 '축구 도사'들은 후방 지원에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다비드 실바가 6도움으로 이미 프리미어리그 선두로 나섰고, 더 브라위너는 3도움으로 팀 내 도움 공동 2위다. 득점 선두인 아구에로는 한 단계 진화한 움직임으로 도움도 3개나 올렸다. 사네, 카일 워커, 다닐루, 벵자맹 멘디도 도움을 기록하면서 맨시티는 팀 도움 18개를 기록했다. 21득점 가운데 18골이 '어시스트'에 의한 것인데, 상대방의 실수나 개인 기량에 의존하지 않고 팀플레이에서 골이 터진다는 방증이다.

다른 통계로 봐도 맨시티의 뛰어난 경기력은 증명할 수 있다. 맨시티는 5155개 터치, 4023개 패스로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터치와 패스가 곧장 결과로 이어진다고 할 순 없지만, 일단 공을 많이 다뤘으니 공격을 많이 펼쳤다는 뜻이다. 연이은 골 폭죽까지 터지고 있으니 의미 있는 기록이다.

불명예인지도 모를 기록도 있다. 프리미어리그 통계에 따르면 이번 시즌 가장 많은 '결정적 찬스(Big chance)'를 날린 팀도 맨시티다. 맨시티는 모두 14번이나 결정적 기회를 골로 마무리하지 못했다. 이미 21골이나 기록하고 있는 팀이 골 결정력이 부족하다는 통계를 받아들었다. 과정이 좋았다는 것에 기뻐해도 될까. '주마가편' 달리는 말에 채찍질한다고 했다. 지금도 훌륭하지만 맨시티 앞에 남은 험난한 일정을 생각하면 조금 더 골 결정력에 신경을 써야 한다. 아직 시즌은 초반을 지나고 있다. 맨시티는 지난 시즌 초반 10경기를 모두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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