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니스 로드맨
[스포티비뉴스=조현일 농구 해설 위원/전문 기자] 'NBA에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포지션은?'

과거에 비해 현대농구에선 외곽 능력이 크게 중시되고 있다. 림을 등지는 포스트-업이나 백다운 공격은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대신, 림을 바라보고 공격을 시작하는 페이스-업이나 동료의 스크린을 활용하는 2-2 플레이의 빈도가 크게 늘고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 파워포워드 포지션 선수들은 다소 투박한 감이 있었다. 찰스 바클리나 칼 말론처럼 빼어난 기술 및 득점력을 자랑하는 선수들도 있었지만 주로 궂은 일에 능한 블루 칼라 워커 형 선수들이 4번 포지션을 꿰찼다.

화려한 역할보다는 스크린, 리바운드, 블록슛, 몸싸움 등 눈에 띄지 않는 플레이를 통해 프론트 코트 파트너를 돕는 것이 주요 임무였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심지어 빅맨들이 픽-앤-롤 상황을 주도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가드 혹은 스윙맨 자원이 스크리너, 키 큰 선수가 공격을 주도하는 메인 볼 핸들러를 맡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 파워포워드 포지션은 빠른 속도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스티브 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감독은 최근 추세를 잘 인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커 감독은 "데이비스 웨스트의 예를 들어 보자. 웨스트는 원래 파워포워드 포지션에서 뛰어 왔다. 하지만 지금은 5번(센터)에서 활약한다. 케본 루니도 10년 전이었다면 파워포워드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명백히 5번"이라면서 4번 포지션이 사라지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댈러스 매버릭스는 4번 포지션에서 터줏대감으로 장기간 활약해 왔던 노장 빅맨의 포지션을 다르게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릭 칼라일 매버릭스 감독은 미디어 데이를 통해 "새 시즌 매버릭스의 주전 센터는 너렌스 노엘이 아닌, 덕 노비츠키"라고 밝혔다. 

지난 시즌, 종종 5번 포지션을 맡았던 노비츠키는 20대 시절이었던 2000년대 중반에도 센터로 활약한 바 있다. 하지만 2004-2005 시즌 이후로는 줄곧 4번으로 뛰어왔다. 또, 매버릭스 감독이 시즌 개막전부터 노비츠키를 주전 5번이라 공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칼라일 감독은 노비츠키를 센터, 해리슨 반즈를 파워포워드로 활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반즈의 경우, 4번 포지션도 가능하지만 원래는 3번 자원이다. 칼라일 감독은 "예전과 달리, 지금 이 시점에서는 노비츠키의 5번 출전이 팀과 개인에게 모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커 감독은 "이제 파워포워드 포지션은 NBA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면서 그 자리를 5번 혹은 3번 포지션 선수들이 대체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NBA는 포지션 구분이 희미한 무대다. NBA 사무국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간 전통적인 5개 포지션으로 올스타전 자리를 구분해왔지만 최근에는 백코트-프런트코트로 간소화한 바 있다. 

가드 포지션 역시 과거에 비해 포인트가드-슈팅가드의 경계가 많이 사라졌다. 지난 수년 간 '득점형 포인트가드', '듀얼 가드', '콤보 가드' 등 여러 신조어들이 나온 이유다. 또, 슈팅가드와 스몰포워드 등 외곽에서 주로 활동하는 선수들을 통칭하는 스윙맨이란 용어도 자주 쓰이고 있다. 

이 가운데 파워포워드 포지션은 가장 많은 변화와 부침을 겪고 있는 포지션이다. 한때 4번 전성시대를 누리기도 했지만 이젠 옛이야기가 되어버렸다. 

4번으로 뛰는 선수들은 생존의 기로에 놓였다. 이는 새로운 위기이자 또 다른 기회다. NBA의 부름을 받고 또 맹수들이 차고 넘치는 정글에서 살아남은 엘리트 선수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새로운 도전에 맞닥뜨린 파워포워드 자원들의 새 시즌 활약과 각 팀들의 4번 활용법은 새 시즌을 즐기는 또 다른 두 가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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