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여성 스포츠인이 한국 스포츠 발전에 이바지한 내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여성들이 국내 스포츠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미미하기만 하다. 이 기사는 여자 프로 배구 6개 구단 가운데 2개 구단 감독이 여성이어서 화제라는 데에서 출발했다. 이어서 1979년 잠실체육관 개관 기념으로 열린 제8회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 우승 팀인 미국 사령탑이 27살의 여성이었다는 사실을 썼다.

그런데 1970년대 이후 4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한국 여성 스포츠인의 위상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2017년 9월 현재 전 세계 스포츠인의 소망인 IOC(국제올림픽위원회) 100명 위원 가운데 여성 위원은 28명이다. 30% 가까이가 여성이다. 영국의 앤 공주(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승마 선수로 출전, 전 국제승마연맹 회장)나 구닐라 린드버그(IOC 조정위원장)처럼 국내 스포츠 팬들에게 이름이 알려진 위원이 있는가 하면 베아트리체 알렌(감비아), 아이사 가라드 알리(지부티) 같은 이름은 물론 나라마저 생소한 이들도 있다.

여성 IOC 위원들을 몇 가지 사례로 나눠 한국 여성 스포츠인의 미래상을 그려 본다.

구닐라 린드버그 위원은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와 준비 과정에서 자주 봐 국내 스포츠 팬들에게 익숙하다. 린드버그 위원은 운동선수 출신이 아니다. 1969년 스웨덴올림픽위원회(SOC) 사무직으로 스포츠와 인연을 맺었고 1989년 SOC 사무총장으로 선출됐다. 1993년 유럽올림픽위원회(EOC) 이사를 거쳐 1996년 IOC 위원으로 선출됐다.

나왈 엘 무타와켈(모로코) 위원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때 처음으로 채택된 육상 세부 종목인 여자 허들 400m 금메달리스트 출신이다. 이 종목은 여자 선수들에게는 힘들다고 여겨져 뒤늦게 올림픽 종목이 됐다. 무타와켈 위원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태어난 첫 번째 무슬림 여성 올림픽 챔피언이다. 아랍 지역 여성 스포츠의 선구자인 무타와켈은 1995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평의회 멤버가 됐고 1998년 IOC 위원으로 선출됐다.

안젤라 루지로(미국)는 1998년 나가노 대회 금메달,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와 2010년 밴쿠버 대회 은메달, 2006년 토리노 대회 아이스하키 동메달에 빛나는 올림피언으로 2010년 IOC 선수 위원으로 선출됐다.

2014년 IOC 선수 위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헤일리 비켄하이저(캐나다)는 1998년 나가노 대회에서는 은메달,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부터 2014년 소치 대회까지 올림픽 4연속 금메달에 빛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였다. 캐나다 선수로 최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하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는 소프트볼 선수로 출전했으니 진정한 올림피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레나 스빈스카(폴란드)는 대표적인 엘리트 선수 출신 IOC 위원 가운데 하나다. 1964년 도쿄 대회부터 1980년 모스크바 대회까지 5차례 올림픽에 출전했고 도쿄 대회 400m 릴레이 금메달, 1968년 멕시코시티 대회 200m 금메달, 1976년 몬트리올 대회 400m 금메달 등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획득했다. 폴란드육상경기연맹 회장이던 2004년 IOC 위원으로 선출됐다.

2009년 IOC 위원으로 선출된 니디아 네케라는 2004년부터 2013년까지 브룬디축구연맹 회장을 지냈고 2013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 위원으로 선출된 특별한 이력을 갖고 있다.

국내 스포츠 팬들의 귀에 아직도 쟁쟁한 중국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스타 양양은 2010년 중국 역사상 4번째 IOC 위원으로 선출됐으며 세계반도핑기구(WADA) 위원, 중국체육재단 멤버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여성 체육인들은 어느 정도 위상을 확보하고 있을까.

아마추어 스포츠의 총본산인 대한체육회 회장단에는 여성이 없다. 44명의 이사진에는 박선경 용인대학교 총장, 박지은 대한루지경기연맹 회장, 이은경 현대백화점 양궁 감독, 임오경 대한민국 국가대표선수회 사무총장, 허태숙 대한스쿼시연맹 회장, 현정화 대한탁구협회 부회장 최윤희 한국여성스포츠회 회장 등 7명만이 이름 올려놓고 있다. 

종목별 경기 단체에도 몇몇 여성 체육인이 참여하고 있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세계 무대는커녕 국내에서도 여성 체육인들의 위상은 이들이 국제 무대에서 활약한 정도에 견주면 초라한 수준이다.

여성 체육인들이 한국 스포츠 발전에 이바지한 만큼 산술적 비율로 어떤 자리를 내놓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이들의 공로를 인정하는 분위기부터 시작돼야 스포츠계에도 양성 평등 시대가 열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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