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제르바이잔 프리미어리그 클럽 카라박
[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28일 새벽 2017-18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 리그 경기가 유럽 전역에서 일제히 열린 가운데 글쓴이 눈길을 끈 경기가 있었다.
 
C조 3차전인 카라박과 AS 로마 경기다. 카라박은 아제르바이잔 프리미어 리그 지난 시즌 챔피언이고 올 시즌도 5승 무패 12득점 3실점의 좋은 성적으로 8개 클럽 가운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 경기를 보도한 스포티비뉴스 기사 일부를 소개한다.
 
“졌지만 잘 싸웠다. 구단 역사에 남을 기록도 만들었다.
카라박은 28일(한국 시간) 아제르바이잔 바쿠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18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C조 조별 리그 3차전 AS 로마와 경기에서 1-2로 졌다.

로마보다 한 수 아래 전력으로 평가 받았고 C조 최약체로 분류됐지만 홈 팬들 앞에서 최고의 경기를 보여 줬다.

이른 시간 골을 허용해 0-2로 끌려간 카라박은 예상과 다르지 않게 완패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전반 28분 카라박의 골이 터졌다. 고날롱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은돌로부가 공을 가로챘다. 이후 전방으로 뛰어 들어가는 엔히크를 놓치지 않고 정확한 패스를 연결했다.

엔히크는 은돌로부의 패스를 침착하게 잡은 후 골을 성공했다. 구단 역사상 챔피언스리그 본선 첫 골이었다. 엔히크는 팬들 앞에 달려가 기쁨의 세리머니를 펼쳤고 대기록의 순간을 맞은 팬들도 뜨거운 박수와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글쓴이는 잘 모르는 클럽 이름이 나오면 어느 나라(협회) 클럽인지 확인해 보는 일종의 습관이 있어서 이 기사를 살펴보게 됐고 카르박이 아제르바이잔 리그 소속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기억은 꼬리를 물고 일어나게 마련이다. 글쓴이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이 끝난 직후인 그해 12월 세계대학생유도선수권대회를 취재하기 위해 그루지아(오늘날 이름 조지아)에 간 적이 있다. 그때를 계기로 발트3국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는 그루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 가운데 아제르바이잔은 수도가 바쿠이고 석유가 나온다는, 고등학교 시절 세계지리 시간에 배운 쥐꼬리만한 상식이 있었지만 그루지아의 수도가 트빌리시라는 건 새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트빌리시(tbilisi)의 ‘시’를 市로 알고 갔을 정도였으니까.
 
아무튼, 이들 나라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스포츠로 이어졌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외신을 보게 됐다.

아제르바이잔이 국내 무대에서 은퇴한 한국 선수들을 영입해 여자 필드하키 올림픽 세계 예선을 치른다는 소식이었다. 아제르바이잔 대표 팀에는 보경 알리지다, 명순 맘마도바, 선영 루스타모바, 지은 쿠디예바, 미경 알리에바, 유진 아보도니나 같은 얼핏 봐도 한국 이름인 선수가 들어 있었다. 아제르바이잔은 세계적인 필드하키 강국인 한국 선수를 말 그대로 ‘용병’으로 데려오고 수도인 바쿠에 대회를 유치하는 등 여자 필드하키 올림픽 출전에 강한 의욕을 보였으나 1위 결정전에서 스페인에 2-3으로 져 베이징행 티켓을 손에 넣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LA 다저스가 29년 만에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려고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다르빗슈 유를 데려온 것과 다르지 않다. 아제르바이잔은 7개 클럽으로 이뤄진 여자 배구 슈퍼리그도 활발하게 운용하고 있다. 김연경이 터키 리그 페네르바체에서 활약하기 전 한때 아제르바이잔 리그로 간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아제르바이잔이 이웃 나라들과 달리 이런 행보를 할 수 있는 배경은 석유 자원인 듯하다.
 
위 경기 기사에 나오는 디노 은돌로브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출신으로 자국 리그 마멜로디 선다운스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선다운스는 국내 축구 팬들 귀에 생소하지 않다. 지난해 클럽 월드컵에 아프리카 대표로 출전했다. 은돌로브는 이후 이스라엘~키프러스 클럽들을 거쳐 지난 시즌부터 카라박에서 뛰고 있다. 남아공 23세 이하 대표 선수로 2경기에서 3골을 넣었고 국가 대표 선수로 4경기에 나섰다.
 
페드로 엔히크는 브라질 산타 크루즈 출신으로 자국 클럽에서 유스 시절을 보내고 스위스~프랑스~그리스 리그를 거쳐 올 시즌 카라박에 합류했다. 세계 최대 축구 선수 수출국인 브라질 선수들의 전형적인 이적 경로다.
 
카라박에는 이들 외에 우크라이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알바니아 폴란드 스페인 하이티 노르웨이에서 온 선수들이 함께 뛰고 있다.
 
아제르바이잔 8개 클럽 가운데 한 팀을 빼고 모두 이 정도 외국인 선수를 안고 있으니 축구가 ‘글로벌 스포츠’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고 2017년 추정치 980만 인구인 나라의 스포츠 활동이 이 정도 수준이라는 게 놀랍기도 하다.
 
아제르바이잔은 1948년까지는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았고 1952년 헬싱키 대회부터 1988년 서울 대회까지는 옛 소련,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에는 독립국가연합의 일원으로 올림픽에 나섰다.
 
옛 소련에서 분리 독립한 뒤 첫 출전한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후 아제르바이잔은 6차례 여름철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7개와 은메달 11개, 동메달 25개의 우수한 성적을 올렸다. 레슬링 유도 사격 카누 복싱 역도 등에서 메달을 획득했는데 태권도 금메달 1개와 동메달 2개가 포함돼 있다. 이 지역 나라들이 강세를 보이는 격투기가 주력 종목이다
 
UEFA 챔피언스리그로 살펴본 스포츠 ‘강소국’ 아제르바이잔의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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