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현 ⓒKIA 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불펜 설계의 첫 단계는 마무리 투수 배치다. 이번 겨울 메이저리그 윈터 미팅에선 마크 멜란슨, 아롤디스 채프먼, 웨이드 데이비스 등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들이 우선 관심 대상이 됐고, 이들은 다른 포지션의 선수들보다 이른 시점에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오승환을 중심으로 삼성을 불펜 왕국으로 만들었던 선동렬 현 국가 대표 팀 감독은 KIA 지휘봉을 잡은 2012년 가장 먼저 마무리 투수를 물색했다. 하지만 국내 선수 가운데에선 적임자가 없었다. 2013년 선발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 앤서니 르루를 마무리로 돌렸고, 2014년엔 전문 불펜 투수 하이로 어센시오를 데려왔다. KIA 불펜층의 민낯이 드러난 결정이다.

올 시즌에도 마찬가지. 2015년 30세이브를 올렸던 윤석민이 부상으로 전력 외에 있으니 불펜 설계가 안 됐다. 차세대 마무리 투수로 각광을 받았던 강속구 투수 한승혁은 제자리걸음, 또 다른 마무리 후보였던 왼손 투수 심동섭은 여전히 제구에 기복이 심했다. 홍건희는 성장이 뎌뎠다. 2 015년 구원왕이었던 임창용은 시즌 초반 연거푸 블론세이브를 저질러 신뢰를 잃었다. 선발 후보였던 김윤동을 부랴부랴 마무리로 투입하고서야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으나 그마저도 잦은 기용에 과부하가 걸렸다.

그래서 KIA는 트레이드 마감 시한이었던 지난 7월 31일 지난해 구원왕인 김세현을 넥센과 2대 2 트레이드로 데려왔다. 이승호와 손동욱 전도유망한 좌완 둘을 내줬다.

2일 수원 kt전에 KIA가 5-3으로 앞서 있던 9회. KIA는 김선빈의 수비 실책으로 2사 2, 3루 위기에 몰렸다. 안타 하나면 승리는 물론이고 선발투수 양현종의 20승 도전이 물거품 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마운드 위 김세현이 이겼다. 오태곤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양현종과 팀 승리를 지켰다.

김세현은 이날 5-2로 앞선 8회 2사 2, 3루 위기에서 등판해 공 14개를 던지며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18번째 세이브를 신고했다. 최고 시속 150km 짜리 묵직한 패스트볼로 kt 타자들을 압도했다. 시즌 18번째, KIA 이적 후 8번째 세이브다.

김세현은 KIA로 이적한 뒤로 던질수록 지난해 위용을 되찾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난달 8월 이후 볼넷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제구를 찾았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넥센에서 6.83에 이르렀던 평균자책점을 2일 현재 5.51로 낮췄다. 지난 17일과 18일 kt를 상대로 이틀 연속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올렸고 지난달 28일 한화를 상대로 1이닝 무실점 완벽투로 세이브를 추가했다.

김세현이 마무리에 자리를 잡으면서 KIA 불펜 전체에 안정감이 생겼다. 임창용은 셋업맨으로 2경기 연속 무실점. 2일 경기에선 2이닝 동안 삼진 4개를 곁들이는 위력적인 투구로 kt 타선을 1실점 비자책점으로 막고 양현종과 KIA의 승리를 지켰다. 잦은 등판에 과부하가 걸려 8월 들어 힘겨워했던 김윤동은 관리 속에 4경기 무실점 행진으로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이대진 KIA 투수 코치는 "김세현이 불펜에 한자리를 차지하면서 다른 투수들에게 보직이 생겼다. 선수들을 언제 어떻게 써야 할지 계산이 선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일 것. 자신감 있게 공을 던지니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기대했다. 김기태 KIA 감독은 김세현을 "큰 경기에서 중요한 임무를 맡아야 할 선수"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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