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현종. ⓒKIA 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KIA 에이스 양현종은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승리 투수가 되며 1995년 이상훈 이후로 첫 선발 20승 대기록을 달성했다.

경기 후 양현종은 긴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만큼 쉽지 않은 경기였기 때문이다. 양현종은 "사실 오늘은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온 힘을 다해서 던졌다. 이렇게 힘들게 던진 적도 처음이다. 하지만 치홍이를 비롯해 타자들 중간 투수들 포수 민식이의 도움으로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힘들었다'는 반응 속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포함돼 있었다. 이날은 비단 개인의 20승만이 달려 있는 경기가 아니었다. 팀이 정규 시즌 우승을 위해서도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양현종은 개인적인 컨디션도 좋지 못한 경기였다. 몸과 마음이 모두 무거웠던 경기였다고 할 수 있다.

양현종의 무거운 어깨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투구 추적 시스템인 트랙맨 데이터에서도 양현종의 부담이 숫자로 묻어났기 때문이다.

양현종은 직전 등판인 9월 26일 LG전서 7이닝 무실점으로 역투를 펼쳤다. 당시 떨어져 있던 패스트볼 구위가 살아나며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

패스트볼 비율이 73.40%나 될 정도로 힘으로 밀어 붙인 경기였다. 릴리스 포인트도 1.80m로 높게 형성됐고 익스텐션(투구 때 발판에서 공을 끌고 나와 던지는 손끝까지 거리)도 2.01m로 시즌 최고 수준을 형성했다.

2300rpm 이하로 떨어졌던 회전수도 다시 2315rpm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힘 있는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춘 등판이었음을 데이터가 증명해 보였다.

그러나 2일 kt전서는 모든 조건들이 좋지 못했다. "컨디션이 좋지 못했다"는 양현종의 말은 진심이었다. 악전고투 그 자체였다.

패스트볼의 최고 구속이나 평균 구속은 이전 등판과 비슷했다. 눈으로 보기엔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세부 데이터는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일단 릴리스 포인트가 떨어졌다. 1.80m에서 1.71m로 9cm나 낮아졌다. 익스텐션도 1.90으로 10cm 이상 짧아졌다. 낮게 돌아나와 짧게 끊어던지다 보면 타자에게 그만큼 타자에게 여유를 벌어줄 수 있게 된다. 같은 스피드의 공이 들어오더라도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면 상대적으로 위력이 떨어지게 느껴질 수 있다.

회전수도 다시 2281rpm으로 떨어졌다. 볼 끝이 무디게 느껴질 수 있는 또 하나의 조건이 갖춰진 셈이었다.

양현종이 몸은 무겁고 밸런스는 흐트러져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데이터 들이었다. 양현종은 그 부족한 부분을 정신력과 볼배합으로 이겨냈다. 포수 김민식을 포함해 진심으로 동료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던 이유였으리라.

그럼에도 양현종은 5.2이닝을 비자책(2실점)으로 막아냈다. 실책이 나오며 투구수가 많이 늘어나 120개 됐지만 마운드를 내려갈 때까지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그 결과가 어려움 속에서 핀 20승 꽃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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