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타자'로 불렸던 사나이가 야구 선수가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살게 된 첫날의 풍경은 어땠을까. 결론은 그다웠다.
이승엽은 늦게까지 침실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이제 일찍 일어나 장비를 챙기고 땀을 흘리며 준비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 이후 남는 시간은 '아버지'로서 살았다.
집안을 의미 없이 뒹굴거렸던 이승엽은 동네 놀이터로 나가 아이들이 노는 걸 잠시 지켜봤다.
신난 건 아이들이었다. 휴일에 아빠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아빠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마냥 즐거웠다고 했다.
놀이터에서 놀이가 끝난 뒤엔 큰아들 은혁이와 영화 '남한산성'을 봤다. 영화는 아빠와 아들이 가장 많은 교감을 해 온 시간이다. 이승엽은 현역 시절에도 틈만 나면 아이들과 영화 보기를 즐겼다. 하루에 두 편을 본 적도 있다.
그리곤 집으로 돌아와 잠들 준비를 했다. 특별한 듯하면서도 큰일 없었던 하루. 시즌 중 휴식일을 맞은 것과 비슷한 하루였다.
그래서였을까. 이승엽은 별다른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승엽은 "선수를 그만뒀다는 것을 실감하거나 하는 하루는 아니었다. 그저 쉬는 날 중 하루 같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 감정을 감추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 이승엽도 조금씩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이승엽은 "당분간은 그냥 쉬는 날 같을 것 같다. 실감은 (내년) 1월 말쯤 가장 심하게 하지 않을까 싶다. 그때가 되면 늘 캠프를 떠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마음을 다 알 수는 없지만 그러나 그의 말은 그 시기가 좀 더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이승엽은 그 누구보다 충실한 비활동 기간을 보낸 선수였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언제나 "프로 야구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12월과 1월(비활동 기간)이다. 그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정말 많은 것이 달라진다. 후배들도 이 사실을 꼭 알아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때문에 늘 몸을 만들던 시기가 찾아오면 그때 비로서 야구 선수를 그만뒀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승엽의 예상보다 빠르게 그 시기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아빠로서 다시 첫걸음을 뗀 이승엽. 심장과도 같았던 야구와 이별이 실감 날 때 쯤엔 야구를 대신할 무언가를 찾을 수 있길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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