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실점은 4골로 그쳤지만, 결정적인 볼 처리 실수 등 몇 차례 보여준 수비 불안은 그 이상 실점하지 않은 것이 이상하지 않은 경기였다.” (신문선)
신문선축구연구소를 통해 축구 전수를 분석 중인 신문선 명지대 교수가 7일 러시아 원정 평가전의 2-4 패배가 김주영의 연속 자책골의 불운 보다, 수비 조직력과 집중력의 실패가 극명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3백을 자주 애용하던 신태용 감독은 7일에 치러진 러시아전에서도 변형된 3백을 야심차게 준비하여 경기에 임하였다. 그러나 수비 집중력, 조직력의 이유로 경기 내내 수비 안정감을 주지 못하였고 결과적으로 실패였다.”
실점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피면, 신 교수는 “전반 45분과 후반 10분 코너킥 상황에서 내리 맨투맨 대인방어 실패 후, 실점하여 경기의 주도권을 내줬던 것이 결과적으로 나타난 대한민국의 패인이었다”고 했다.
“두 번째 골을 허용한 1분 뒤 내어준 자책골과 평범한 세컨드볼 마저 상대선수에게 손쉽게 헌납한 네 번째 골까지 대한민국의 수비라인과 골키퍼가 보여준 모습은 특정 선수의 실수나 운으로 치부할 수 없는 분명한 수비 조직력과 집중력의 실패였다.”
신 교수는 “월드컵 본선까지 남은 기간 동안 1대1 대인마크와 세트피스를 포함한 수비조직력을 극대화해야하는 어려운 숙제를 재확인한 경기였다”며 한국 축구가 안고 있던 고질적 숙제를 절감했다고 했다.
개선된 것으로 평가된 공격 측면에서는 스트라이커의 부진을 짚었다. 신 교수는 “전반적으로 답답했던 대한민국의 공격력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보이지 않는 스트라이커’였다”고 했다.
“선발로 출장했던 황의조는 많은 움직임을 가졌지만 효율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못해 많은 볼 터치를 가져가지 못하였고, 공중볼 경합이나 2선 선수들과의 연계 플레이가 원활하지 못한 모습이 자주 나타났다. 러시아전에서 황의조는 단 하나의 슈팅만을 기록하는 등 스트라이커로써 부족한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2선에서 손흥민, 권창훈, 구자철 등이 슈팅이나 키패스를 통해 공격에서 위협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지만, 그에 비해 공격적 지표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러시아 수비를 상대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손흥민과 스위칭 하여 측면에 위치하였을 때, 기회를 잡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1대1 돌파 등 공격을 진행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모습을 보이며 교체 되었다.”
세트피스 수비 상황의 문제가 극명히 드러난 가운데, 한국은 세트피스를 비롯한 공격 상황에서 효율적이지 못했던 점도 지적했다.
“러시아가 4개의 코너킥 세트피스에서 2골을 얻어낸 것과 달리 대한민국은 9개의 코너킥을 얻어내고도 위협적인 공격을 만들지 못했다. 러시아는 점유율 52%에 비해 총 26회의 비교적 적은 공격 시도를 보였지만, 8회를 성공하는 30.77%의 높은 공격 효율성을 보였다. 특히, 8개의 슈팅 중 6회를 페널티에어리어 지역에서 기록하는 등 시도한 공격에 대해서는 세밀한 공격 작업을 펼쳤다.”
“대한민국은 총 45회의 공격 시도에서 6회를 성공하는 13.33%의 공격 효율성을 보였다.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2경기에서 6%의 공격 효율성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비교적 개선되었다고 할 수 있으나, 시도한 12회의 슈팅 중 페널티에어리어 지역에서 5회를 기록하는데 그칠 정도로 러시아의 수비를 세밀하게 공략하는데 실패했다.”
긍정적인 점도 없지는 않았다. “빠른 원터치 패스와 스루패스로 러시아 수비를 공략하며 번뜩이는 장면을 몇 차례 연출하기도 한 점은 그동안 경기에서 볼 수 없었던 앞으로 경기를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특히 이청용을 오른쪽 윙백으로 기용한 부분은 성공적이었다. “확실한 측면 수비자원이 없었던 대표팀에 이청용의 윙백은 비교적 유효한 성공이었다. 이청용의 수비는 비교적 준수했으며, 86%의 패스성공률과 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공격적으로도 활약한 경기였다. 수비가 중시되는 역할이 처음인 것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대표팀에서 이청용의 변신을 기대하게 했다.”
이청용의 활약은 0-4로 뒤져 있던 막판에 나온 두 골을 모두 어시스트한 것을 포함해 경기 기록으로 확연하게 드러났다.
“이청용은 수비와 공격에 있어서 밸런스를 맞추는 역할을 했다. 전•후반 61회의 볼터치가 있었으며, 그중 상대진영에서 볼터치를 한 횟수는 33회로 54%를 기록했다. 반대로 우리진영에서 볼터치의 횟수는 28회로 46%를 기록했다. 전방과 후방에서 밸런스를 맞추려는 움직임이었다.”
“대한민국이 본격적으로 밀리기 시작한 후반전부터 이청용은 후방에서의 안정감을 유지하면서도 공격적인 패스로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후반전에 이청용은 상대진영에서 16회(45%), 우리진영에서 19회(55%)의 터치를 기록했다. 상대진영에서의 터치는 줄었지만 5회를 시도한 크로스는 3회(60%)의 성공을 보이며 예리한 모습을 보였다. 그중 2개가 어시스트로 연결되며 팀의 영패를 막을 수 있었다.”
신 교수는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3백에 대한 수비안정감은 떨어지는 경기 양상이었지만 3백에서 볼 수 있는 윙백에 있어서 이청용은 일말의 가능성을 보여준 경기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끝으로 비판이 다수였던 러시아전 분석을 정리하며 “평가전은 평가전일 뿐이다. 러시아와의 평가전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통해 완성되는 대표팀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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