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준결승에서 경합한 메시와 로번을 2018년 러시아에선 보지 못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리오넬 메시와 아르연 로번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가장 눈부신 플레이를 펼쳤던 스타다. 메시는 결승전까지 아르헨티나를 데려왔고, 로번 역시 개최국 브라질을 3위 결정전에서 3-0으로 완파할 때까지 걸출한 경기력을 보였다. 2018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도 한번 우승을 노렸던 두 팀은, 예선 돌파가 난망한 위기에 놓였다. 사라졌던 ‘월드컵 4강 저주’의 망령이 부활할 기미다.

◆ 1990년대를 두려움에 떨게 한 월드컵 4강의 저주

월드컵 4강에 오른 팀 중 한 팀은 다음 대회 본선에 오르지 못한다는 ‘4강 저주’는 구체적으로 3위 결정전을 치른 팀들 중 한 팀이 다음 대회 본선에 오르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져 징크스처럼 여겨졌다. 1986년 멕시코 대회에서 3위를 기록한 프랑스는 1990년 이탈리아 대회 본선에 오르지 못했고, 1990년 이탈리아 대회 4위 잉글랜드도 1994년 미국 대회를 밟지 못했다.

1994년 미국 대회 3위 스웨덴은 1998년 프랑스 대회에 나가지 못했고, 1998년 프랑스 대회 4위 네덜란드가 2002년 한국/일본 대회 예선을 돌파하지 못했다. 2002년 한국/일본 대회의 3위 터키가 2006년 독일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 저주는 2006년 독일 대회 3위 독일, 4위 포르투갈이 2010년 남아공 대회에 나란히 본선에 올라 깨졌다. 

2006년 독일 대회 우승팀 이탈리아와 준우승팀 프랑스도 2010년 남아공 대회에 참가했는데, 4강 중 한 팀의 고전이라는 흐름은 지속됐다.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가 2010년 남아공 대회 조별리그에서 최하위 탈락했고, 프랑스 역시 조별리그 최하위 탈락으로 전 대회 결승전의 영광을 잃은 것. 

2010년 남아공 대회의 4강 팀들도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 온전히 웃지 못했다. 3위 독일이 브라질에서 우승하고, 4위 우루과이도 16강에 올랐지만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이 조별리그 탈락의 이변 희생양이 됐다. 우승팀의 저주로 연결되는 형국이다.

2014년 브라질 대회는 독일이 우승, 아르헨티나가 준우승했고, 네덜란드가 3위, 브라질이 4위다. 이 중 독일과 브라질은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3위 네덜란드가 사실상 유럽 예선 돌파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저주의 부활’로 언급되고 있다.

▲ 본선 진출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네덜란드


◆ 1998년 프랑스 대회 8강 후 2002년 예선 탈락…네덜란드 4강 저주 되풀이

유럽예선 A조에 속한 네덜란드는 조편성부터 불운했다. 프랑스, 스웨덴, 불가리아, 벨라루스, 룩셈부르크 등과 한 조에 속했다. 직행 티켓은 1위, 플레이오프 티켓은 9개 조 2위 중 상위 성적을 기록한 8개 팀에만 주어진다. 

네덜란드는 9경기까지 5승 1무 3패로 승점 16점을 얻는 데 그쳤다. 프랑스가 6승 2무 1패로 승점 20점, 스웨덴이 6승 1무 2패로 승점 19점이다. 프랑스는 벨라루스와 홈 경기로 10월 10일 최종전을 앞두고 있어 본선 직행이 유력하다.

2위 다툼을 벌이는 네덜란드와 스웨덴이 10일 암스테르담에서 격돌한다. 네덜란드는 스웨덴을 꺾으면 승점 동률이 되지만 골 득실 차에서 스웨덴이 크게 앞서 현실적으로 추월이 쉽지 않다. 스웨덴(+19)은 9경기 동안 26골을 넣고 7실점만 했다. 네덜란드(+7)는 19득점에 12실점. 골 득실 차가 동률이면 다득점을 따지기 때문에 네덜란드가 스웨덴에 7골 차 승리를 거둬야 2위로 플레이오프에 나설 수 있다. 

네덜란드는 예선 A조 첫 경기인 스웨덴 원정에서 1-1로 비겼다. 전력상 스웨덴에 승리를 기대할 수 있지만 대량득점 승리는 어렵다. 네덜란드는 지난해 10월 프랑스와 홈 경기 0-1 패, 지난 3월 불가리아 원정 0-2 패배, 지난 8월 프랑스 원정 0-4 완패로 기세를 잃었다. 스웨덴은 9월 3일 벨라루스 원정 4-0 대승, 지난 10월 7일 룩셈부르크와 홈 경기 8-0 승리 등 연이은 대승으로 기세가 높다. 

▲ 에콰도르 원정에서 이기지 못하면 남미 예선에서 탈락할 수 있는 아르헨티나


◆ 결승 진출팀의 저주…아르헨티나 예선 탈락 위기

네덜란드가 부활한 4강 저주의 일원이 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최종전을 남겨둔 남미 예선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브라질이 본선 진출, 우루과이가 최소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보한 가운데 3위 칠레(26점), 4위 콜롬비아(26점), 5위 페루(25점), 6위 아르헨티나(25점), 7위 파라과이(24점)가 접전이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3월 볼리비아에 0-2 충격패를 당한 뒤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페루와 내리 비겨 6위까지 떨어졌다. 본선행 가능성이 멀어져 보였던 페루가 우루과이, 볼리비아, 에콰도르를 연파한 뒤 아르헨티나와 비겨 5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페루는 콜롬비아와 홈 경기로 최종전을 치른다. 파라과이는 베네수엘라, 우루과이는 볼리비아를 만난다. 아르헨티나는 에콰도르를 상대로 고지대 원정 경기를 치른다. 에콰도르는 8위로 본선 진출이 좌절됐으나 예선 첫 경기에 아르헨티나에 2-0 승리를 거두는 등 상승세를 탄 바 있는 만만치 않은 상대다. 아르헨티나도 본선에 가지 못할 위기에 처해있다. 

아르헨티나는 승리를 하더라도 칠레, 우루과이, 콜롬비아 혹은 페루가 승리할 경우 자력으로 5위를 차지하는 데 그친다. 뉴질랜드와 플레이오프에 나설 수 있는 자리다. 이기지 못할 경우 6위로 탈락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3개 대회에서 발생한 결승 진출팀의 차기 대회 부진 희생양은 아르헨티나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디펜딩 챔피언’ 독일은 파죽지세로 `17회 연속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두 대회 연속 이어진 우승팀의 저주를 극복하고 조별리그를 통과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독일은 대회 참가 이래 조별리그 형태가 시행된 이후 한 번도 탈락한 적이 없다. 최근 4개 대회에서 모두 4강 이상의 성적을 냈다. 

독일은 본선 1년 전 열린 FIFA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팀이 월드컵 우승은 이루지 못한다는 징크스와도 싸운다. 2001년 컨페드컵에서 우승한 프랑스는 2002년에 조별리그 탈락, 2005년과 2009년, 2013년 우승팀은 브라질은 1년 뒤 두 차례 8강에서 탈락하고, 자국에서 치른 2014년 대회에서 4위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