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잉글랜드
[스포티비뉴스=김도곤 기자] 이겼지만 답답했다.

잉글랜드는 9일(한국 시간) 리투아니아의 LFF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유럽 예선 F조 10차전 리투아니아와 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8승 2무 무패로 예선을 마쳤다.

이겼지만 경기 내용은 답답했다. 결승골도 해리 케인의 페널티킥 골이었고 필드골이 없었다. 공격 전개가 뻑뻑했다.

이날 잉글랜드는 케인, 델레 알리, 마커스 래시포드로 공격진을 구성했다. 미드필드는 조던 헨더슨과 해리 윙크스를 투입했고 수비 라인은 존 스톤스, 마이클 킨, 해리 머과이어로 스리백을 사용했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 부임 초 잠시 스리백을 사용하다가 이날 오랜만에 스리백 카드를 꺼냈다. 결과는 내용 부진으로 그다지 좋지 못했다.

잉글랜드의 공격은 단조로웠다. 케인, 알리, 래시포드의 개인 기량에 의존했다. 만들어서 전개하는 공격이 없었다. 창의적인 패스로 공격수들을 살려야할 헨더슨과 윙크스의 패스 능력은 기대 이하였다. 두 선수 모두 양질의 패스를 제공하지 못했다. 케인, 알리, 래시포드가 혼자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경기 후 사우스게이트 감독도 "우리가 원하는 골을 만들지 못했다"는 말로 경기 내용을 평가했다.

이번 예선 기간 내내 지적받은 약점이다. 소속팀인 토트넘에서 케인과 알리는 맹활약하고 있다. 반면 대표팀에서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 토트넘에는 크리스티안 에릭센이라는 걸출한 미드필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잉글랜드에는 에릭센이 없다. 래시포드도 마찬가지다. 소속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는 폴 포그바와 뛰지만 잉글랜드에 포그바는 없다. 이들을 대신할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패스를 해 줄 미드필더가 없다.

헨더슨이 그 일을 해줘야 하지만 짊어 진 짐이 너무 많다. 포백을 사용하는 잉글랜드의 특성상 헨더슨은 빌드업을 해야한다. 공격 전개에 경기 운영, 수비 가담, 간간히 중거리 슈팅도 때려야 한다. 여기에 빌드업까지 해야 하다보니 할 일이 너무 많다. 공격수들에게 패스를 넣어 주는데 집중할 환경이 되지 않는다.

지난 9월 2-1로 이긴 슬로베니아전에서 이 약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당시 잉글랜드는 포백에 중앙 수비를 게리 케이힐과 필 존스로 꾸렸다. 두 선수 모두 빌드업이 되는 커맨더형 수비수가 아니다. 케이힐은 조금 낫지만 존스의 경우 몸으로 부딪히는 전형적인 파이터형 수비수고 케이힐은 빌드업에 도움을 주는 스타일이다. 소속팀 첼시의 빌드업은 다비드 루이스의 비중이 크다.

▲ 고민에 휩싸인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
이를 타파하기 위해 리투아니아전에 스리백 카드를 꺼냈지만 스톤스, 킨, 머과이어 모두 뛰어난 빌드업을 보여줬다고 하기에 부족했다. 이상하게도 세 선수 모두 소속팀에서는 빌드업 능력이 떨어지는 선수는 아니다. 스톤스의 경우 빌드업이 가장 큰 장점인 선수다. 하지만 리투아니아전에서 세 선수 모두 상대 진영 깊숙히 올라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빌드업이라기 보다 공격 가담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정도로 딱히 빌드업을 통한 경기 운영이 돋보이지 않았다. 상대가 수비적으로 나온 리투아니아이기 때문에 빌드업 능력이 빛을 보긴 힘들었지만 확실히 기대 이하였다.

빌드업도 그렇지만 라인을 내려 빼곡하게 선 리투아니아의 수비 라인을 패스로 뚫지 못했다. 수비가 촘촘하면 공격수의 개인 기량으로 뚫는 것은 많은 무리가 있다. 좋은 패스가 필요하지만 이번 예선 기간 내내 잉글랜드에 창의적인 패스는 보기 힘들었다.

예선을 8승 2무 무패로 마친 잉글랜드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최고의 점수를 줄 수 있지만 내용을 따져보면 마냥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월드컵까지 1년도 남지 않았다. 예선은 약체인 팀과 붙기 때문에 공격수들의 개인 기량으로 어느 정도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은 다르다. 개인 기량으로 벗겨낼 수 있는 약한 수비의 팀을 매번 만날 수 없다. 녹아웃 스테이지에 진출하면 더욱 그렇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남은 기간 동안 '좋은 패스가 없다'는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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