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도가 침체기에 접어든 열린 1965년 제46회 전국체육대회에서는 호기록이 나와 관계자들에게 희망을 안겼다. ⓒ대한체육회

[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국제 대회 효자 종목 유도의 활약상은 1958년 도쿄에서 열린 제3회 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이어졌지만 아시아 역도 판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났다. 한국은 52kg급 이장우와 60kg급 이탁영이 금메달, 90kg급 황호동과 90kg 이상급 이영완이 은메달, 82.5kg급 박동철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런데 이란이 금메달 3개와 은메달 4개, 동메달 1개로 한국에 앞섰고 일본은 금메달 1개와 은메달 2개, 동메달 4개로 한국을 바짝 따라붙었다. 1950년대 후반 조금씩 밀리던 역도는 1960년 로마 올림픽에서 3개 대회 연속 메달 행진이 끊겼다. 역도뿐만이 아니라 이 대회에서 한국은 1948년 런던 대회 이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까지 유일한 올림픽 ‘노메달’ 기록을 남겼다. <5편에서 계속>

1960년대 이후 한국 역도의 활동 무대는 아시아로 움츠러들었다. 이런 가운데 1962년 자카르타에서 열린 제4회 아시아경기대회는 역도로서는 악재였다.

자카르타 아시아경기대회는 개최국인 인도네시아가 정치적인 문제로 이스라엘과 자유중국(대만)에 ID 카드 발급을 거부하는 등 소란 속에 8월 24일 개막해 9월 24일까지 18개국 1,520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한 가운데 벌어졌다.

개최국이 특정 국가의 출전을 가로막자 국제육상경기연맹과 국제역도연맹은 각각 이 대회의 해당 종목에 출전하는 나라는 제명 또는 각종 국제 대회에 출전을 금지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아시아경기연맹에서도 이렇다 할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자 한국 선수단은 신중한 검토 끝에 육상과 역도 종목에는 출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자카르타 아시아경기대회 2년 뒤인 1964년 도쿄 올림픽은 한국 스포츠로서는 상당한 의미가 있는 대회였다. 결과적으로는 무산됐지만 남북 경쟁이 예고돼 있었고 60여만 명의 재일 동포 사기 진작 문제도 걸려 있었다. 그러나 성적은 그리 좋지 못했다. 복싱 정신조와 레슬링 장창선이 은메달, 유도 김의태가 동메달을 차지한 게 전부였다.

역도는 56kg급 양무신이 5위, 60kg급 김해남이 6위, 75kg급 이종섭이 4위, 82.5kg급 이현우가 6위, 90kg 이상급 황호동이 8위를 기록했다. 나름대로 선전했지만 1960년 로마 대회에 이어 2개 올림픽 연속 노메달이었고 이후 1988년 서울 대회에서 전병관이 52kg급에서 은메달을 딸 때까지 오랜 기간 침체기를 겪게 될 것으로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역도는 일제 강점기인 1940년대 초반 이후 1950년대까지 한국 스포츠를 대표하는 종목이었고 그만큼 스포츠 관계자들은 물론 국민들이 거는 기대도 컸다.

그러나 긴 침체기에도 역도 관계자들에게 희망의 빛을 안긴 선수들이 있었다. 1965년 따라서 10월 5일부터 10일까지 전남 광주에서 열린 제46회 전국체육대회에서 혜성과 같이 나타난 원신희가 대표적이다. 원신희는 67.5kg 급 추상(125kg)과 합계(392.5kg)에서 주니어 세계 신기록을, 인상(120kg)에서 주니어 세계 타이기록을 세워 역도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추상은 1972년 뮌헨 올림픽을 끝으로 폐지됐다.

한국은 이듬해인 1966년 12월 9일부터 20일까지 방콕에서 벌어진 제5회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주최국 태국을 간발의 차이로 따돌리고 대회 출전 사상 처음으로 일본에 이어 종합 순위 2위에 올랐다. 역도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은 가운데 82.5kg급 이종섭과 90kg급 이형우가 금메달을 손에 쥔 것을 비롯해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를 보탰다. 기대를 모았던 원신희는 성인 무대의 벽을 실감하며 이란의 파비즈 잘라예르(1968년 멕시코 시티 올림픽 은메달)와 일본의 기무라 다케오에게 밀려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 대회 역도에서 이란은 금메달 3개와 동메달 4개로 아시아의 역도 강국 자리를 탄탄히 했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에서도 한국은 금메달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복싱 지용주 은메달과 장규철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역도는 애초 원신희에게 동메달 정도를 예상했으나 노메달에 그쳤다. 이란과 일본은 각각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 그리고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로 역도 종목 순위 2, 3위에 올라 아시아 역도의 실력을 자랑했다. <7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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