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러시아전을 마친 뒤 신문선축구연구소를 운영하며 축구 분석에 골몰하던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모로코전에 더 큰 재앙이 우려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전할 가능성이 높죠. 모로코가 지역예선 경기 직후 경기를 갖게 돼 베스트 멤버가 가동되지 않더라도 개인 전술면에서 열세를 보일겁니다. 현 대표팀은 팀전술, 부분전술 등에서 모래알처럼 조직력이 결여돼있고 특히 수비시스템이 매우 불안합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신 교수가 우려한 그대로의 경기 내용이었다. 10일 밤 1-3 패배로 경기가 끝난 뒤 신 교수는 자신의 연구팀과 함께 모로코전의 면밀히 분석했다. 전반 11분 만에 2실점한 초반 27분을 두고는 ‘최악’이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의 실험은 전반 초반부터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경기 초반 중앙지역에서 미드필더진의 연이은 터치 미스로 인해 모로코의 역습이 시작되었고, 측면공격이 강한 모로코는 3백과 윙백 사이의 공간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특히 전반 7분 선취점을 허용하는 장면에서는 많은 숫자의 수비수가 존재하였으나, 단 한 번의 공간패스에 의해 수비진이 붕괴되는 모습을 보였다.”
“전반 11분에 허용한 추가골은 수비진들 간의 의사소통의 부재가 불러온 비극이었다. 우측 측면에서의 크로스를 차단하는 과정에서 수비수간(김기희, 장현수) 동선이 겹쳐 볼처리에서 실수가 발생했다. 세컨볼은 그대로 모로코 공격수에게 이어져 실점했다. 특히 우측에서 크로스를 너무 쉽게 허용한 이청용의 수비 장면이 아쉬웠다. 지난 러시아전에서 이청용은 윙백으로서 수비와 공격적인 오버래핑의 역할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윙백으로서의 경험 부족은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수비수에게 큰 약점이 되어 돌아왔다.”
“전반 27분간의 대한민국의 고전은 데이터 상으로도 확연히 확인된다. 전반 27분간의 대한민국은 126개의 패스를 시도하였으나, 성공률이 62% 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수비지역에서의 패스 비중이 52%(65회)였고, 성공률도 62%에 그쳤다. 또한, 전진패스의 성공률이 46%(69회 시도 32개 성공)밖에 되지 않았던 것은 빌드업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음을 나타낸다. 모로코가 27분간 시도한 183개의 패스(성공률 78%) 중 75%를 미드필드-공격 지역에서 시도한 것과 전진패스 성공률이 70%(83회 시도 58회 성공)에 육박한 것과 대조되는 수치이다.”
“모로코는 총 39회의 공격 시도를 하였는데, 27분간 50%이상인 20회의 공격시도를 보였고, 6회의 성공을 하여, 30%의 높은 공격효율성을 보였다. 반면 대한민국은 같은 시간동안 8회 시도하여 1회 성공에 그쳤다.”
신 교수는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가동한 변형 3백에 대해 “완벽히 실험에 실패”라고 평가했다.
“모로코가 월드컵 예선 최종전을 준비하기 위해 2군으로 대한민국을 상대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인 패배다. K리거를 제외 했다고는 하지만 선발 명단의 대부분이 대표팀 주축 멤버였다. 적어도 모로코전 선발 명단 가운데 절반 이상이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도 팀의 핵심이 될 선수들이라는 것이 대한민국 축구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이것이 한국 대표 팀의 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최악의 시간은 빠른 선수 교체로 흐름이 바뀌었다. 신 교수는 “신태용 감독은 전반 27분 남태희, 김보경, 김기희를 빼고, 권창훈, 구자철, 정우영을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고 결과는 나름 성공적이었다”고 했다.
“수비 조직은 3백에서 4백으로 전환해 수비진을 다듬었다. 장현수와 송주훈을 센터백으로, 윙백이었던 이청용과 임창우를 풀백으로 내렸다. 교체로 들어온 정우영은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역할을 수행했다. 정우영은 투입된 시점부터 전반 종료까지 공수 밸런스를 잘 유지하며 우리진영에서 14회, 상대진영에서 18회의 볼터치를 보였다. 전반동안 총 11회의 공격을 차단하였는데, 그 중 8회가 상대진영에서 이루어졌다. 이는 장현수(총 20회 터치 중 우리진영 16회, 상대진영 4회, 총 5회 공격차단 중 2회 상대진영)에 비해 상대를 좀 더 높은 위치에서 터프하게 압박하여 상대의 공격 흐름을 꺾었음을 보여준다.”
“대한민국은 정우영의 활동량과 더불어 구자철, 권창훈의 투입으로 좀 더 빠르고 직선적인 공격을 보여주었다. 경기 초반 62%에 그쳤던 대한민국 대표팀의 패스 성공률은 전반 중반 이후 80%까지 상승했다. 그리고 공격지역 패스의 비중은 전반 초반 8%에서 중후반 들어 24%까지 올라갔다. 전진패스 성공률 또한 46%에서 67%까지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모로코의 공격지역 패스의 비중이 27%에서 15%로 감소하였고, 전반 27분까지 20회에 달하던 공격 시도는 4회 밖에 허용하지 않는 등 상대의 공격을 매끄럽지 못하게 하였다는 점에서 전반 27분의 선수교체와 수비변화에 대해서는 합격점을 줄 수 있었다.”
신 교수는 흔들리는 신태용호에 “기본에 충실하자”고 조언했다.
“‘포어 리베로’로서 중앙 수비진과 미드필더를 조율하고 빌드업을 시작해야 하는 장현수는 전반 27분 내내 잦은 실수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평소 전진성이 강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장현수는 ‘포어 리베로’의 역할을 수행하는 동안 총 20회의 터치 중 우리진영에서 16회, 상대진영에서 4회를 기록하여 상대적으로 공수 밸런스를 맞추지 못하였다. 특히, 수비적인 위치선정이 좋지 못한 모습은 상대 공격수에게 빈번하게 공간을 내주는 장면의 발생과 공격 차단 횟수가 5회에 그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우측 측면수비를 담당한 이청용은 측면 뒷 공간을 자주 허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반 중반 이후부터는 모로코가 의도적으로 공격 비중의 50%이상을 왼쪽 측면(대한민국의 오른쪽 측면)을 집중 공략하기도 하였다(그림 2). 이런 결과의 이면에는 측면 공격수의 마킹에 실수하거나 중앙 수비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부족 등 보이지 않는 실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골의 빌미를 제공한 것도 측면으로 전환이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주 상대에게 측면 공간을 내주는 등 윙백의 기본인 수비가 되지 않아 이청용의 장점인 공격력이 드러나지 못한 경기였다. 현대 축구의 흐름인 ‘변형 3백’에서 전문 윙백자원의 중요성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전반전의 이른 교체, 하프타임 또 한 번의 교체 등 분수령에도 한국은 모로코전에 반전하지 못했다. 러시아전과 마찬가지로 집중력 문제가 재현됐다.
“반전의 기회를 볼 수 있었던 후반전 초반에 대한민국은 세 번째 골을 너무 쉽게 허용했다. 러시아, 모로코와의 평가전에서 대한민국은 경기 초반이나 막판에 많은 실점을 기록했다. 경기 내내 집중력을 유지해야하는 축구경기에서 한순간의 집중력 부족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수비 불안은 신태용호 출범 당시부터 우려였는데, 장점으로 여겨진 화끈한 공격도 없었다.
“세 번째 골을 넣은 뒤, 주저 않는 모로코를 상대로 효과적인 공략도 하지 못했다. 후반 동안 대한민국은 22회의 공격 시도를 보였는데, 4회를 성공하는데 그쳤다. 오히려, 모로코는 역습을 활용하여 14회 공격 시도하며 4회를 성공하는 등 효과적인 공격 시도를 보여줬다.”
K리거가 배제된 소집이라는 핸디캡이 변명이 되지 않을 만큼 운영이 미숙했던 점도 지적했다. 실험의 성과가 거의 없었던 두 경기였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태용 감독은 이번 러시아와 모로코 친선경기에서 K리거들의 리그 경기를 배려해 해외파 선수들만을 명단에 올렸다. 친선경기 가용 인원이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전술과 많은 변화로 팀의 불균형을 야기했다. 함께 발 맞춰 볼 시간이 적었기에, 신태용호가 추구한 3백, 프리롤, 포어 리베로 등의 자유도가 높고 유기적 패스 플레이가 강조되는 전술은 팀에 혼란만을 가져다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새로운 것만을 찾기보다 먼저 기본에 충실한 후, 대한민국 대표팀의 강점을 극대화 하는 방법을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상처만 남은 평가전이지만, 평가전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통해 완성되는 대표팀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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