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세웅.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안경 쓴 에이스' 박세웅이 팀과 자신의 운명을 건 한 판 승부를 벌인다. 최종 병기는 포크볼이다.

박세웅은 15일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NC와 준플레이오프 5차전 선발투수로 등판한다. 2승2패로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맞닥트린 마지막 승부. 물러설 곳 없는 승부에 선봉장으로 나서게 된 것이다.

밀리고 밀린 등판이다. 박세웅은 3차전까지 선발 기회를 얻지 못했다. 전반기만해도 에이스 대우를 받았던 박세웅이다. 하지만 4차전까지 선발이 밀렸다. 여기에 4차전이 비로 취소되자 린드블럼에게 자리를 내주고 5차전으로 다시 밀려야 했다.

후반기의 부진이 가져온 결과다. 박세웅은 전반기서 9승3패, 평균 자책점 2.81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지만 후반기선 3승3패, 평균 자책점 5.07로 주춤했다.

주 무기인 포크볼이 약점을 보이면서 생긴 결과다. 박세웅의 주 무기는 포크볼이다. 올 시즌 커브를 가다듬으며 효과적으로 잘 써먹었지만 그럼에도 가장 믿는 공은 역시 포크볼이다.

2스트라이크 이후 삼진을 잡기 위해 던진 승부구의 절반 가까운 수치가 포크볼에 몰려 있다. 박세웅이 스스로 힘으로 위기를 탈출하고 싶을 때 썼던 구종이 바로 포크볼이다.

박세웅의 포크볼은 특별한 면이 있다. 회전수가 787rpm에 불과하다. 리그 최소다. 리그의 포크볼 평균 회전수는 1197rpm이다. 박세웅은 평균보다 400rpm 이상 회전수가 적다.

포크볼은 검지와 중지 사이에 공을 끼워 던지는 공이다. 회전이 적을수록 떨어지는 낙폭은 커지게 돼 있다. 박세웅은 포크볼을 주 무기로 쓸 수 있는 선천적 능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박세웅은 포크볼 무브먼트가 리그 5위에 해당할 정도로 많은 변화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그의 포크볼은 좌우를 좀 가린다는 단점이 있다. 후반기엔 그런 단점이 도드라진 면이 있었다. 다음 그래픽은 모두 투수 시각이며 가운데 네모가 스트라이크존이다. 빈도수는 비율을 고려, 압축해 표현됐다.

우타자를 상대로 루킹 삼진을 잡은 그래픽이다. 대부분 구종이 패스트볼(빨간색)이었다. 주 무기인 포크볼로는 거의 선 채 삼진을 시도하지 않았다.

좌타자를 상대로는 달랐다. 절반 가까운 포크볼(보라색)을 스트라이크 잡는 구종으로 사용했다. 2스트라이크 이후 절반 가까운 루킹 삼진을 포크볼로 잡아냈다.

포크볼이 갖는 특성 때문이다. 포크볼은 슬라이더와 반대의 테일링(공 끝 움직임)을 갖는다.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궤적이 형성되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우투수는 우타자에게 스트라이크 잡는 포크볼을 던지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 자칫 제구가 잘못되면 가운데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좌타자에겐 바깥쪽 체인지업을 자신있게 쓸 수 있다. 제구 미스가 나도 바깥쪽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실제 박세웅은 올 시즌 우타자에게 13개의 홈런을 맞은 반면 좌타자에겐 8개만 허용했다. 후반기로 한정하면 우타자 10개 대 좌타자 2개로 그 격차가 더욱 크게 벌어진다. 포크볼 제구 미스가 후반기 들어 많아졌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헛스윙 삼진을 잡은 그래픽을 분석해 봐도 박세웅이 우타자 상대로 포크볼을 던지는 데 조금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포크볼(보라색)의 대부분이 바깥쪽에 형성돼 있다. 가운데에서 안쪽으로는 거의 포크볼을 던지지 않았다. 최대한 우타자에게서 멀리 떨어지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좌타자를 상대로는 미묘한 차이를 엿볼 수 있다. 보라색이 넓은 분포로 퍼져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좌, 중, 우에 고르게 걸쳐 포크볼을 구사했다. 좌타자를 상대로는 멀어지는 궤적을 그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NC에는 이호준 박석민 모창민 등 한 방을 칠 수 있는 우타자들이 포진해 있다. 이 가운데 얼마나 선발 출장할지는 알 수 없으나 이들과 박세웅의 대결은 두 팀의 승부에 매우 중요한 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박세웅이 가진 포크볼의 특성이 만든 승부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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