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예림 ⓒ KOVO 제공

[스포티비뉴스=화성, 조영준 기자] "김희진과 박정아는 IBK기업은행의 상징 같은 선수입니다. 솔직히 한 선수만 빠져도 걱정이 커요. 다음 시즌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두 선수 모두 잔류했으면 좋겠네요."

2016~2017 시즌이 끝난 뒤 IBK기업은행 관계자가 한 말이다. 지난 시즌 V리그 정상에 오른 IBK기업은행은 기쁨의 뒤쪽에 깊은 고민이 있었다. IBK기업은행은 2011년 창단했다. 막내 구단인 IBK기업은행은 V리그의 강자로 빠르게 성장했다. 이런 원동력 가운데 하나는 김희진(26)과 박정아(24)란 걸출한 신인이 창단 멤버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외국인 선수와 '삼각 편대'를 형성하며 막강한 공격 라인을 형성했다. 여기에 베테랑 세터 김사니(37, 현 배구해설가)가 가세하며 이들을 지휘했다.

IBK기업은행은 6년간 세 번 챔피언 결정전 우승 컵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지난 시즌이 끝난 뒤 김희진과 박정아는 모두 FA 자격을 얻었다. 김희진은 연봉 3억 원 계약을 체결하며 잔류했다. 그러나 박정아는 한국도로공사로 이적했다. IBK기업은행이 자랑한 삼각편대의 한 축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박정아가 떠난 자리에는 FA 보상 선수로 들어온 고예림(23)이 맡았다. 높이와 공격력에서 고예림은 박정아와 비교해 떨어진다. 그러나 고예림이 가진 장점을 살려 새로운 조직력을 만들 수 있었다.

해결사보다는 살림꾼으로 팀 전력에 도움

14일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시즌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개막전에서 IBK기업은행은 풀세트 접전 끝에 흥국생명을 세트스코어 3-23-2(11-25, 25-23 25-22 20-25 15-13)로 이겼다. 이 경기에서 고예림은 15득점을 기록했다. 공격성공률은 30%였다. 메디슨 리쉘(24점, 공격성공률 29.85%)과 김희진(15점, 공격성공률 27.77%)은 공격성공률 30%에 미치지 못했다. 첫 경기에서 IBK기업은행은 최상의 경기력을 펼치지 못했다.

이정철 감독은 "선수들의 공격성공률이 대체로 낮았다"며 "일본 전지 훈련에서는 수비가 좋은 일본 팀들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했다. 그런데 훈련과 실전 경기는 다르더라. 기대를 했는데 솔직히 이번 경기는 첫 경기여서 그랬는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추석 연휴 간 IBK기업은행은 일본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탄탄한 조직력을 지는 일본 팀들과 경기에서 IBK기업은행은 좋은 경기를 했다. 일본 여자 배구 국가 대표인 나베아 유리에(24)와 이시이 리사(27)가 버티고 있는 덴소도 이겼다.

▲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 ⓒ 곽혜미 기자

이 감독은 "그동안 개막전에서 질 때가 많았다. 선수 구성도 많이 바뀌었는데 그래도 이겨서 다행이다"며 "이번 경기에서 나타난 미세한 부분은 선수들과 미팅을 통해 앞으로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5세트 막판 연속 득점을 올린 메디의 공헌도 컸다. 여기에 김희진과 30점을 합작한 고예림의 수훈도 빼놓을 수 없다. 고예림은 박정아가 떠난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로 뛰었다. 이 감독은 "FA 선수(박정아)와 보상 선수(고예림)를 비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두 선수는 당연히 차이가 있다. (고)예림이는 잔 볼 처리 등에서 기대할 수 있는데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이런 부분에서 잘해줬다. 앞으로 이기는 경기와 지는 경기를 하며 발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예림은 "(박)정아 언니의 빈자리를 대신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나는 정아 언니를 생각하지 않았다”며 “내 스타일대로 경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큰 공격은 아무래도 정아 언니보다 떨어진다. 이동 공격을 많이 해서 상대 블로킹을 흔들어야 한다. 제가 많이 움직이면 상대는 어려워지고 다른 동료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외국인 선수인 메디에 대해 지난 시즌부터 "몰아주기 배구가 되지 않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이어 "메디는 빠른 플레이에 익숙한 선수"라고 덧붙였다. 외국인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다른 선수들을 최대한 활용해 유기적인 조직력을 갖추는 것이 IBK기업은행의 방향이다.

▲ 김희진 ⓒ KOVO 제공

김희진, "포지션에 얽매이지 않고 팀 색깔 찾겠다."

개막전에서 IBK기업은행 선수들은 자기 위치에만 머물지 않았다. 김미연은 레프트와 라이트 그리고 중앙을 오갔다. 김희진도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와 미들 블로커로 뛰었다. 메디도 주 포지션인 아웃사이드 히터와 아포짓 스파이커를 동시에 해냈다.

김희진은 "전원 공격, 전원 수비를 한다는 생각으로 왔다 갔다 했고 선수 전원이 움직였다. (고)예림이를 새 파트너로 생각하기보다 코트에 있는 선수 모두가 똑같은 동료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선수 구성이 좋은 IBK기업은행은 다양한 경기 운영이 가능하다. 메디의 한방에 의존하지 않고 코트에 선 선수들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배구에 초점을 맞췄다.

김희진은 박정아 대신 고예림이 합류한 '새로운 삼각편대'보다 팀원 전원이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조직력을 강조했다. 그는 "제가 센터(미들 블로커)로 들어가며 볼 점유율이 낮아졌지만 모든 선수가 점유율이 비슷해졌다. 우리 팀만의 색깔을 찾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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