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김경문 감독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은 단기전에서 수비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두산은 3회 류지혁의 송구 실책과 5회 오재일의 송구 실책이 차례로 2실점, 4실점에 빌미가 됐다. 5-13으로 경기를 내준 김태형 두산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작은 실책 하나가 대량 실점으로 이어져 아쉽다"고 말했다.

반면 NC는 경기 내내 탄탄한 수비로 1차전을 잡았다. 4회 중견수 김준완의 수비가 결정적이었다. 김준완은 4회 2사 1, 3루에서 좌중간을 가르는 민병헌의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았다. 김경문 NC 감독은 "김준완의 슈퍼 캐치가 수훈갑이다. 지고 있었지만 이 수비 하나가 선수단 분위기를 바꿨다"고 크게 칭찬했다.

이승엽 심정수 양준혁 등 홈런 타자가 즐비했던 2004년 두산 지휘봉을 잡은 김경문 감독은 한 점 차 승부에서 이길 수 있는 팀을 계획했다. 수비를 단단하게 하고 한 베이스를 더 가는 팀 컬러를 만들었다. 마운드에선 불펜 강화에 힘을 썼다. 그 결과 전 시즌 7위였던 팀을 부임 첫 해 3위로 올려놓았고 2006년(5위)을 제외하고 2010년까지 매 시즌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발 빠르고 수비를 잘하는 이종욱 고영민 등이 김 감독 아래에서 국가 대표로 성장했다. 김 감독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국가 대표 팀을 이끌고 특유의 세밀한 야구로 9전 전승 우승을 지휘했다.

세이버 매트릭스를 도입한 현대 야구는 공을 강하게, 그리고 높이 띄우는 데 집중한다. 그러면서 도루, 작전이 줄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세밀한 야구를 강조했다. 올 시즌 "솔직히 세월이 흐르면서 주축 선수들이 뛸 수 있는 나이도 아니고 부상 위험 때문에 도루는 자제시키고 있지만 수비의 중요성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NC 야구에선 경기 후반 희생플라이를 내줄 상황이 되면 어깨가 좋은 김성욱이 대수비로 나오는 치밀한 장면이 종종 나온다. 올 시즌 NC의 팀 실책은 103개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지만 이 같은 치밀한 야구가 4년 연속 가을야구를 이끌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김 감독의 야구가 더 빛을 내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 6일 롯데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박석민이 수비 실책을 저지르자 그를 과감하게 문책성으로 교체하고 노진혁을 넣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노진혁은 안정적인 수비에 타석에선 멀티 홈런으로 승리를 이끌고 이날의 MVP에 선정됐다. 또 강한 어깨를 보고 김 감독의 지시에 따라 데뷔할 때 투수에서 우익수로 포지션을 바꾼 나성범은 지난 11일 롯데와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빨랫줄 홈 송구로 실점을 막았다. 또 17일 김준완의 호수비도 김 감독의 선견지명이 있었다. 김 감독은 이날 잠실구장 외야가 넓다는 점을 고려해 발 빠르고 수비 범위가 넒은 김준완을 선발 중견수로 냈다.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은 82.8%. 1차전의 중요성을 안 듯 김 감독은 17일 경기에서 4회 선발투수 장현식이 흔들리자 2차전 선발투수로 물망에 올랐던 제프 맨쉽을 두 번째 투수로 썼다. 또 이번 포스트시즌에선 고액 연봉 선수들 대신 철저히 현재 컨디션이 좋은 어린 선수들을 쓰고 있다.

김 감독은 2004년부터 10차례나 포스트시즌에서 싸운 가을 야구 베테랑이다. 그러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더 세밀해졌다. '거침없이 가자'는 NC의 슬로건처럼 그만의 야구로 정상을 향해 거침없이 가고 있는 김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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