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누구나 처음은 어렵다. 유격수 류지혁(23, 두산 베어스)이 글러브를 끼고 경험한 첫 가을 야구는 험난했다.
류지혁은 1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포스트시즌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 9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포스트시즌 첫 선발 출전 경기에서 3타수 1안타 1타점으로 선전했으나 수비에서 실수가 나왔다. 실책으로 기록된 2장면에 류지혁이 있었다. 실책은 실점으로 연결됐고 두산은 5-13으로 역전패했다.
정규 시즌과 가을 야구는 긴장감부터 다르다. 프로 무대를 10년 넘게 밟은 베테랑도 실수하는 게 포스트시즌이다. 한 경기 결과가 팀의 한 해 성적을 좌우하는 만큼 긴장감과 부담감이 상당하다. 단기전은 '멘탈 싸움'이라고 하는 이유다.
류지혁은 지난 7월과 8월 주전 유격수 김재호가 허리와 어깨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빈자리를 채웠다. 어깨 부상은 정도가 심해 정규 시즌 끝까지 김재호가 돌아오지 못했다. 류지혁은 백업으로서 기대 이상으로 빈자리를 잘 채웠다. 정규 시즌 성적 125경기 타율 0.259 OPS0.677 3홈런 26타점으로 마무리했다.
가을을 앞두고 김태형 두산 감독은 김재호를 계속해서 살폈다. 정규 시즌 류지혁이 기대 이상으로 버틴 건 사실이지만, 포스트시즌은 또다른 무대였다. 류지혁이 큰 경기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웠다. 김 감독은 "(류)지혁이도 잘하지만, 아직 (김)재호가 유격수로 있는 것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갑작스럽게 정규 시즌 출전 시간이 늘면서 류지혁도 느낀 바가 많았다. 풀타임 경험이 없다보니 체력 문제가 금방 나타났다. 류지혁은 "겨울에 미리, 더 열심히 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바지에 집중력이 떨어지더라. 왜 집중력이 떨어지나 생각하니까 체력이 떨어졌다. 시즌 시작할 때 86~87kg 정도 나갔는데, 방망이 안 맞기 시작할 때 보니까 80kg까지 빠져 있었다. 장염까지 걸리면서 몸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든 걸 경험으로 생각하고 같은 실수를 안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첫 포스트시즌을 맞이하는 각오는 비장했다. 류지혁은 "이 악물고 해야 한다. '오늘 아니면 안 된다' '이거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비장한 각오가 오히려 독이 된 듯했다. 류지혁은 1-0으로 앞선 3회 1사에서 김태군이 유격수 앞 내야안타로 출루할 때 1루 송구 실책을 저질렀다. 타구가 깊다보니 강하게 던지려다가 악송구가 됐다. 이후 류지혁은 수비에서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7회초 수비 때 김재호와 교체됐다.
자연히 시선은 김재호에게 향했다. 김재호는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들었지만, 김 감독은 누누이 "선발은 아직 무리"라고 이야기했다. 1차전을 마친 뒤에도 김재호의 2차전 선발 출전 여부와 관련해 "준비는 하는데 쉽지는 않을 거 같다"고 했다.
한국시리즈행을 좌우하는 첫 경기를 내줬지만, 플레이오프까지는 어떻게든 류지혁이 버텨야 한다. 류지혁이 버텨야 김재호도 준비된 상태에서 팀에 힘을 보탤 수 있다. 1차전 실수는 털고 다시 일어나야 한다. 도종환 시인은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