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지혁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누구나 처음은 어렵다. 유격수 류지혁(23, 두산 베어스)이 글러브를 끼고 경험한 첫 가을 야구는 험난했다. 

류지혁은 1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포스트시즌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 9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포스트시즌 첫 선발 출전 경기에서 3타수 1안타 1타점으로 선전했으나 수비에서 실수가 나왔다. 실책으로 기록된 2장면에 류지혁이 있었다. 실책은 실점으로 연결됐고 두산은 5-13으로 역전패했다. 

정규 시즌과 가을 야구는 긴장감부터 다르다. 프로 무대를 10년 넘게 밟은 베테랑도 실수하는 게 포스트시즌이다. 한 경기 결과가 팀의 한 해 성적을 좌우하는 만큼 긴장감과 부담감이 상당하다. 단기전은 '멘탈 싸움'이라고 하는 이유다. 

류지혁은 지난 7월과 8월 주전 유격수 김재호가 허리와 어깨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빈자리를 채웠다. 어깨 부상은 정도가 심해 정규 시즌 끝까지 김재호가 돌아오지 못했다. 류지혁은 백업으로서 기대 이상으로 빈자리를 잘 채웠다. 정규 시즌 성적 125경기 타율 0.259 OPS0.677 3홈런 26타점으로 마무리했다. 

가을을 앞두고 김태형 두산 감독은 김재호를 계속해서 살폈다. 정규 시즌 류지혁이 기대 이상으로 버틴 건 사실이지만, 포스트시즌은 또다른 무대였다. 류지혁이 큰 경기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웠다. 김 감독은 "(류)지혁이도 잘하지만, 아직 (김)재호가 유격수로 있는 것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 3회초 송구 실책을 저지른 류지혁 ⓒ 곽혜미 기자
갑작스럽게 정규 시즌 출전 시간이 늘면서 류지혁도 느낀 바가 많았다. 풀타임 경험이 없다보니 체력 문제가 금방 나타났다. 류지혁은 "겨울에 미리, 더 열심히 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바지에 집중력이 떨어지더라. 왜 집중력이 떨어지나 생각하니까 체력이 떨어졌다. 시즌 시작할 때 86~87kg 정도 나갔는데, 방망이 안 맞기 시작할 때 보니까 80kg까지 빠져 있었다. 장염까지 걸리면서 몸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든 걸 경험으로 생각하고 같은 실수를 안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첫 포스트시즌을 맞이하는 각오는 비장했다. 류지혁은 "이 악물고 해야 한다. '오늘 아니면 안 된다' '이거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비장한 각오가 오히려 독이 된 듯했다. 류지혁은 1-0으로 앞선 3회 1사에서 김태군이 유격수 앞 내야안타로 출루할 때 1루 송구 실책을 저질렀다. 타구가 깊다보니 강하게 던지려다가 악송구가 됐다. 이후 류지혁은 수비에서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7회초 수비 때 김재호와 교체됐다.

자연히 시선은 김재호에게 향했다. 김재호는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들었지만, 김 감독은 누누이 "선발은 아직 무리"라고 이야기했다. 1차전을 마친 뒤에도 김재호의 2차전 선발 출전 여부와 관련해 "준비는 하는데 쉽지는 않을 거 같다"고 했다. 

한국시리즈행을 좌우하는 첫 경기를 내줬지만, 플레이오프까지는 어떻게든 류지혁이 버텨야 한다. 류지혁이 버텨야 김재호도 준비된 상태에서 팀에 힘을 보탤 수 있다. 1차전 실수는 털고 다시 일어나야 한다. 도종환 시인은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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